육아일기
백화점에 갔다. 선물로 받은 아이들 옷을 더 큰 사이즈로 교환하고 점심도 먹었다. 아이들도 돌보고 할 일도 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 어쩌면 이게 집에 있지 않고 밖으로 나온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싶다. 그렇게 백화점을 둘러보다 선물을 준다기에 가까이 가봤더니 학습지 판촉이었다. 아이들이 이미 선물에 정신이 팔려있어 그냥 지나갈 순 없었다. 결국 아내의 개인정보를 넘겨준 대가로 풍선과 여러 기념품을 받았다.
첫째는 보라색 풍선 둘째는 노란색 풍선을 받았다. 별생각 없이 걸어가고 있는데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우선 풍선이 자꾸 플라스틱 막대기에서 떨어졌다. 돌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둘째는 풍선을 이리저리 흔들며 자꾸 떨어트렸다. 계속 끼워줬지만 이것도 한두 번이지 10번도 넘게 끼워주다 보니 지치는 느낌이 든다.
또 풍선대가 길어서 걸어가다 주변사람을 자꾸 건드렸다. 하지 말라고 해서 알아듣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풍선을 뺐을 수도 없으니 난감한 노릇이었다. 억지로 가져와 봤지만 눈물바다. 다시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
조금 놀더니 싫증이 났는지 나보고 들라고 한다. 짐 사이에 풍선 두 개를 대충 꽂았는데 고정이 되지 않는다. 아이들은 저기로 가겠다 유모차에서 내리겠다 난리인데 그 와중에 풍선도 자꾸 떨어지니 신경이 곤두선다.
'아... 그냥 터트리고 싶다.'
하지만 행동에 옮기진 못한다. 어떤 불상사가 생길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고생고생하며 풍선을 집에까지 잘 모셔왔다. 밖에선 그렇게 풍선을 가지고 난리를 치더니 집에 와선 아이들은 별 관심이 없다. 방구석에 박혀있을 뿐이다.
아이들이 자는 사이 풍선을 그냥 치워버릴까 생각했지만 역시 포기했다. 다음날 귀신같이 풍선 어디 갔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럴 때 풍선이 없으면 다시 또 눈물바다가 된다. 그냥 포기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쌓여가는 이런 자질구래한 장난감들을 어찌해야 하나. 누가 치워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