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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런 Feb 06. 2020

야근하지 않는 방법

"너희들 쓸데 없이 야근하지 마."

너희들 쓸데없이 야근하지 마.


전 회사 대표님는 종종 그렇게 말씀하셨다. (당시엔 일이 없으면 언제든 밖으로 싸돌아다니고, 알아서 번개처럼 퇴근하던 나였기에 곧잘 흘려넘긴) 그 말이 너무나 와닿는 요즘.



야근하지 않는 방법

1. 야근 없는 회사에 간다.
2. 야근이 없도록 만든다.


야근이 없다고 말하는 회사는 둘로 나뉜다. 진짜 야근이 없는 회사와 일은 넘치는데 야근은 하면 안 되는 곳. 후자의 경우, 정해진 시각을 지나면 컴퓨터가 셧다운 되어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를 찾아 하이에나처럼 사무실을 떠돌기도 한다 들었다.


그렇기에 야근이 정말 아예 없는 회사에 다니지 않는다면, 야근이 없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야근하는 이유를 단순하게 생각해봤다.


야근의 이유

1. 업무량이 많다.
2. 업무 시간이 짧다.


업무량이 많다면 업무량을 조절하면 되고, 업무 시간이 부족하다면 늘리면 되지 않을까. (읭?!..) 현실은 그렇지 않다.

몇 달 전, 동료와의 대화. (현재에도 유효함)
- 요새 괜찮으세요? 일이 너무 많으신 것 같은데?
- 제가 하고 싶은 만큼만 할 수 있으면, 그게 일인가요. 취미지.
- 아, 그렇네요..

절대적인 업무량은 사실 조절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인' 업무량 조절은 일정 관리다.



일정 관리: 우선순위 및 품질

일정 관리의 첫 단추는, 애초에 현실적인 일정을 짜는 것. 그러나 이 역시 불가능할 때가 많다. 일정은 찍혀있고, 그 안에 해내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결과적으로 야근이 불가피한 일이 많다. 열여덟스물여덟.)


따라서 일정 관리는 사실상 우선순위 및 품질 관리라고 볼 수 있다. 무엇이 가장 우선인지, 동순위라면 무엇을 가장 빨리 쳐낼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물론 근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일을 분별하여 무의미한 업무의 싹을 자를 필요도 있지만, 일정이 찍혀서 내려오면 이미 그러한 논의가 무의미하다. (회고하자..)


품질관리는 일정 내에 해당 업무를 마치기 위해 업무 품질을 조절하는 일이다. 품질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해당 업무의 목적과 기대치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목적에 부합하되,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목적에 집중하고, 조금 더 나은 결과를 그리되 그 기준을 무리하게 높이지 않는다. 부질없는 욕심은 야근을 부르는 자충수.


한 가지 더하자면, 업무분장. 대충 다 끌어안으면 야근이 끊이질 않는다. 분배할 수 있는 공동의 업무라면, 무조건 나눠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더라도 더 잘할 수 있는 인원이 있다면 당연히 토스. 막판에 어쩔 수 없이 HELP를 외치는 행위는 해당 인원에게 몹쓸 짓이니, 도움이 필요할 것 같으면 해당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일찍일찍 SOS 치자.



시간 관리: 페이스와 집중력.

업무시간을 조절하는 것은 일정 관리와 연동되어 있다. 각 업무에 필요한 시간을 정확하게 예측할수록, 일정 관리를 제대로 해낼수록 야근의 시간이 줄어든다. 어쨌거나 업무시간을 조절하는 일은 절대적인 업무량처럼 조절이 어렵다. 하루는 누구에게나 24시간이니까.


같은 시간이라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먼저 페이스. 일정을 고려하여 템포를 조절하되, 본인의 페이스를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페이스가 무너지면 별로 한 것도 없는데 힘들거나, 일의 진척은 없는데 매일같이 야근을 하게 된다.


두 번째는 집중력. 집중하기 힘든 환경을 피해야 한다. 쓸데없는 회의를 잡지 않기, 내가 왜 필요해?싶은 회의를 거절하기, 의식의 흐름대로 일하지 않기 등. 시간을 좀먹을수록 힘만 빠지고 일할 시간이 없다. (시간을 좀먹는 또 다른 예: 그런데 우리, 회의 중인가요?)


환경에 젖어 들면, 내가 개선할 수 있는 요소도 환경 탓을 하게 된다. 평소 어떤 일에 얼마나 시간을 쓰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집중해서 하면 10분에 끝낼 일인데 한 시간이 걸린다면, 하루가 걸릴 일을 일주일 동안 붙잡고 있게 된다. 스스로 몰입하는 것이 첫째,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것 역시 첫째.


쓸데없는 야근은 싫다.


새벽에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도, 뿌듯할 때가 있다. 반대로 한 시간 늦게 퇴근했을 뿐인데, 맥이 빠질 때도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물론 전에 근무한 회사가 그랬듯이, 태생적으로 야근을 피할 수 없는 회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현재 근무하는 회사에서도, 야근이 불가피한 상황이 왕왕 있다. 그러나 분류하자면 현재 우리 회사는 야근을 선택할 수 있는 회사이고, 정말 중요하거나 명확한 용무가 없는 때에도 의미 없이 반복되는 야근은 나의 무능력 혹은 게으름의 산물이다.





타성에 젖어, 습관적 야근을 하는 자기반성의 글.

ps_
휴가 때 슬랙을 끄는 방법
1) 통신 불가 지역으로 떠난다.
2) 슬랙을 할 필요가 없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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