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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jmind Apr 01. 2017

멘토님들에게

진지하게 조언하지 마세요.

제 페친님들 중에 VC나 엔젤투자자 그리고 언젠가는 전직하실 현직 대표이사분들이 많다 보니 한번쯤은 꼭 드리고 싶었던 얘기가 하나 있습니다.


후배 대표나 사업가들이 투자와 관련한 진지한 조언을 구하러 왔을 때 어떤 얘기를 해줘야 하나.. 한번쯤은 고민해보신 경험들이 있으실 겁니다.


귀한 시간을 일부러 내서 찾아 온 손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줘야 할까.. 


태생이 달변인 분들이나 저 같은 too much talker들은 이미 머릿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말들을 정제할 시간이 부족할 지경일지도 모릅니다만 대부분은 제법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말을 꺼내는 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너무 진지하게 조언하지 마세요.

조언할 때 시장환경에 대한 경험과 이해를 기반으로 한 디테일한 분석과 숫자. 그리고 의미를 부여한 키워드, 유명인들의 이름 나열, 그들의 명언, 그리고 대망의 콘텐츠인 본인의 경험에 기반한 통찰. 멋지고 여유로운 마무리 멘트.


이런거 하지 마세요.


사실 투자를 업으로 하거나 업까진 아니더라도 틈틈히 투자를 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모든 분들은 한번쯤 스스로 반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말로 본인은 저런 이야기들 덕분에 지금의 부를 축적하고,

지금의 통찰을 얻게 되었고,

지금의 지위를 얻었고,

지금의 인맥을 얻었고,

지금의 환경을 얻었고,

지금의 기술을 얻었고,

지금의 기회를 얻었는지..

그 말들을 함에 있어서 재현가능하고 책임져 줄 수 있는 얘기인지.


진심으로 스스로도 그렇게 믿으시나요?


투자금에 대한 얘기도 해볼까요?

이 돈을 주는 사람에게 있어서 이 돈이 어떤 의미인지 아느냐?

돈 값을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봤느냐?

돈의 주인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투자한 사람은 바보라서 너에게 넣겠냐?

이 사업의 궁극적 의미와 이유에 대해 투자해 줄 사람의 입장에서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해 본적이 있느냐?


이런 얘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본인은 그렇게 생각해 보고 투자하고 투자 받아보기도 하고 그러셨나요?


제가 시니컬 해서 그런걸 수 있습니다만.. 저는 이 모든 질문들에 대해서 아니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그럴리 없다는 것이죠.


조언은 진심이어야 합니다.

진심이어야 감동이 있고,

그 감동이 마음을 울리고,

그 울림이 오래 남아,

그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바꾸고,

그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그 사람의 회사를 바꾸고,

그 사람의 제품과 서비스를 바꾸고,

그 고객을 바꾸고,

그 문화를 바꾸고,

그 사회가 바뀌는 겁니다.


문제는 이런 진심의 조언은 아까 위에서 기술했듯이 자신이 경험해봤고, 통제할 수 있고, 책임져 줄 수 있는 영역의 것들이 별로 없다는데 있습니다.


그러니 해주는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본의 아니게 진심이 아닌 이야기를 하게 되고.

진심이 아니다 보니 꾸밈이 필요해지고

무게를 더해야 하고 명분을 더해야 하고

가벼운 듯 가볍지 않고

진지한 듯 무겁지 않아야 하고

담백한 감동의 코드를 품어주지 않으면

스스로 속인 듯한 착각을 남길까봐

이런 말들 속에 타인의 언어와 타사의 숫자들을 섞어

숫자가 가진 힘을 이용해 데이터가 진리인 듯 얘기하고

말이 길어지는 자신을 되려 발견하게 되는 거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도무지 해 줄 얘기가 남지가 않습니다.


문제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린 자기 자신한테도 쉽게 거짓말을 합니다.

자기가 자기 진심을 알기도 어려운데 남한테 진심으로 얘기한다..?


그럼 어떻해야 할까요? 이대로 거짓말쟁이로 남아야 할까요?


아닙니다. 진심이 중요하다 했습니다.

조언을 구하러 오는 상대에 대해 예의와 사랑을 먼저 가져야 합니다. 

상대의 고민을 기꺼이 오래 들어주고,

그 고민의 깊이에 한차원 더 가까이 다가갈 때 비로서 우리는 진심의 조언을 해 줄 준비가 되는 겁니다.

기교적으로 듣는 귀를 훈련을 통해 기를 수 도 있습니다만. 상대를 온전히 사랑하고 예의를 갖춘다면 그런 훈련 없이도 잼있게 얘길 듣는 능력은 우리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를 바라보는, 손주를 바라보는, 조카를 바라보는 그런 미소. 바로 상대에 대한 사랑이 그 답입니다.


이제부터 나오는 말은 같은 말이라 하더라도 분명 우리는 진심으로 나오는 말을 하게 될 겁니다.

그럼 이제 진심으로 얘기하는 거니 다시 통제하기 어렵고 재현하기 힘든 경험과 달성하기 힘든 KPI와 반론하기 힘든 숫자들을 똑같이 다시 얘길 해줘야 할까요?


아뇨. 


조언은 사실 고해성사와 같은 자신의 내적 고백이 더 중요합니다.


모순 덩어리에 욕망의 노예인 우리 모두에게

유일하게 허락되고 칭찬받을 수 있는 행위는

용기를 내어 고해성사를 하는 것 입니다.


그럴 때 똑같은 모순과 욕망의 우리는 

함께 공감하고 

함께 반성하고 

함께 재고하고 

함께 다짐할 수 있습니다.


멘토의 일은 예의와 사랑으로 들어주는 것.

멘토의 말은 끊임없는 자기 반성과 고백하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러기만 한다면 분명 우리 모두는 우리 모두에게 서로가 좋은 멘토가 되어 줄 수 있습니다.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지 못했던 어제의 자신을 반성하기 위해 이 글을 남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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