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선영 Jul 20. 2022

검은 부츠의 날과 갈색 부츠의 날

두 쌍의 부츠에 대하여



발목까지 올라오는 부츠를 사려고 웹서핑을 할 때였다.


마음에 쏙 드는 디자인을 발견했는데, 검은색과 갈색 두 종류가 있었다.


나는 둘 다 사기로 했다.






검은색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 중 하나다.


처음 그림을 그릴 때 유일하게 사용했던 색이기도 하다.


검은색의 선명함은 함축적인 그림 스타일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갈색은 내가 마지막까지 피해왔던 색 중 하나다.


검은색에 이어 점차로 빨강, 노랑, 파랑 알록달록 다양한 색을 그림에 쓰게 된 후에도


갈색에는 좀처럼 손이 가질 않았다.


불분명한 탁한 느낌에 몸서리친 적도 있었다.



어느 날 궁금함과 꺼림칙함을 안고 사용해본 갈색은


내가 좋아하는 원색들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해주었다.


내 피부색에 갈색 옷이나 신발,


머리카락이 제법 잘 어울린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탁한 색은 보이는 듯 안 보이는 듯 자리하며 편안함을 자아내었다.



나는 여전히 선명한 검은색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갈색도 놓치지 않고 시도하고 싶다.



검은 부츠를 신은 날의 나는 견고한 사람.


좋아하는 것이 뚜렷한 사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사람


선호하는 이미지를 만들고 지킬 줄 아는 사람.



갈색 부츠를 신은 날의 나는 유연한 사람.


나와 맞지 않다 생각했던 것을 시도하는 사람.


새로움에 도전하는 사람.


다른 사람의 입장에도 서보는 사람.







둘 다 놓치지 않고 싶다.


내 신발장에는 갈색 부츠와 검은색 부츠가 나란히 있다.

작가의 이전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