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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개발자 생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정말 일자리를 잃게 될까요?

by 바람소리 Mar 22. 2025

절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직업이 사라질 일은 없을 거라는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코딩 공부! 필요 없다?

2024년 2월,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공개적으로 '코딩 공부 하지 말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 사건은 한동안 화제였지요. AI가 발전을 하게 되면 앞으로는 코딩 없이 컴퓨터에게 원하는 일을 시킬 수 있게 될 거라는 취지였겠지만, AI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질 거란 말을 들어왔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등골 오싹해지게 만드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요. 개발자의 일자리가 사라질 거라는 이야기의 근거는 무엇이었을까요? 제 기억에 그 근거는 'AI의 발전'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AI가 발전하면 코딩도 지금보다 더 잘하게 되고 더 어려운 것도 하게 될 테니 결국은 개발자를 대처할 것이라는 추측이었거든요. 


하지만, 저는 이런 추측에 의한 판단이 다분히 '기술 만능주의'적인 기대일 뿐이고 AI는 인간 자체를 대체하기보다 그걸 사용하는 사람에게 힘이 되는 도구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AI는 개발자를 대체하지 못할 거라 판단하고 있지요


'기술 만능주의'적 사고

인공지능이 인간의 사고능력을 넘어설 거라는 기대는 1950년대에도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구체적이었고, 상당히 짧은 시간 내에 이룰 수 있다고 여겨졌지요.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7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보면 당시 그런 분위기는 '기술 만능주의' 때문이었다는 걸,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도 비슷한 기류가 흐릅니다. 사람들은 기술이 발전 방향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결과를 예측합니다. 물론 지금은 화려한 결과물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상상이 기술 만능 주의적 영향인지 아닌지 헷갈릴 뿐입니다.


기술이 발전하는 방향대로 세상이 바뀔 거라 보는 사고방식은 모든 사람에게서 나타납니다. 기술적으로 탁월한 안목을 가지고 있었던 에디슨도 마찬가지였거든요. 토마스 에디슨은 1913년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습니다.  

활동사진은 교육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다


'활동 사진 기술'의 발전 방향성만 보았을 때, 다른 어떤 매체보다 강력한 집중력을 선사합니다. 그런 집중력은 공부할 때 가장 필요하죠. 때문에 학교에서 그걸 쓰게 될 것으로 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습니다. 그러면, 결국은 교육계가 바뀔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112년이 지난 2025년에도 선생님들은 여전히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계십니다. 활동사진은 선생님들을 대체하지 못했죠. 오히려 '활동 사진 기술'은 교육계가 아닌 사업가들에 의해 쓰였고, '영화 산업'이라는 분야가 만들어졌습니다.


즉, '기술'은 발전 방향성이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어떻게 쓰냐가 중요합니다. <기술 중독 사회>의 켄타로 토야마는 다음과 같은 말로 정리했습니다.  

기술은 가교가 아니라 기중기이다


따라서, AI의 발전 방향성을 가지고 결과를 예측하는 건 무의미합니다. AI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그걸 사용하는 사람들에 따라 달라질 테니까요. 


AI는 '부차적 작업'을 하는 도구일 뿐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맨먼스 미신>의 20주년 기념판은 1995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여기엔 브룩스가 1986년에 쓴 <은총알은 없다>라는 논문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소프트웨어 개발, 나아가서는 지식 노동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있습니다. 


"은총알은 없다"

브룩스는 소프트웨어 개발이 두 가지 작업의 결과라 설명합니다. "본질적 작업(essential task)"과 "부차적 작업(accidental task)"이죠. 본질적 작업은 소프트웨어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 부차적 작업은 코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소프트웨어 공학'이 시작된 이래 많은 학자들은 소프트웨어의 복잡성을 낮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의 복잡성을 낮추는 시도는 대부분 실패했거든요. 특히 "은총알"로 늑대인간을 쏘아서 공포와 재앙을 한 번에 끝내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낸 해결책은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브룩스는 소프트웨어의 복잡성은 '본질적 작업'에 해당하는 것인데, 해결책은 '부차적 작업'의 영역에서 찾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본질적 작업'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 구조는 어떤 왕도가 있는 게 아니고 기술 여건이나 프로젝트 특성 심지어 작업자들의 취향에 따라 지속적으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결국, 눈에 잘 띄는 '부차적 작업'영역에서 개선의 노력을 하게 되지요. 뭐 컴퓨터를 더 빠른 기종을 쓸 수도 있고, 팀이 함께 작업하는 경우엔 팀이 어떤 식으로 작업할지 규칙을 만들기도 하고요. 가끔 대규모 프로젝트에서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다시 만들어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노력들은 결국 '부차적 작업'에 효능이 보이는 듯하나 '본질적 작업'에 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복잡도를 극단적으로 낮추는 결과를 만들어 내지는 못합니다. 


그런데요. AI로 하는 작업 영역도 '부차적 작업'영역에 속합니다. AI가 작동하는 건, '기계학습'이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기계학습은 다량의 데이터에 수학적 연관성을 찾아내는 것이거든요. 그럼 데이터가 있어야 학습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한 데이터는 '부차적 작업'에 대한게 대부분이거든요. 


물론, 이런 현상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만 국한될 것 같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지식 노동 분야도 이런 적용이 가능할 거라 보입니다. 가장 고도의 지식 노동이라 할 수 있는 수학자들을 생각해 볼까요?


어느 수학자의 변명

<무한대를 본 남자>라는 영화로도 유명한 G. H. 하디라는 수학자는 <어느 수학자의 변명>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책 내용이 정말 변명인데요. 나이가 들어서 수학적 업적을 쌓기 힘들어졌기 때문에 수필이나 쓰고 있다고 우울해하는 내용이에요.

내가 아는 한, 50세 이상의 수학자에 의해 중요한 수학적 진보가 이루어진 경우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없었다.


왜 나이가 들면 수학적 진보를 이루기 힘들까요?


같은 책에서 하디는 "수학자도 화가 나 시인들처럼 패턴을 만든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수학의 정리를 발견 또는 재발견했을 때 커다란 희열을 느낀다고 하고요.


수학의 정리를 발견한 수학자는 자기가 발견한 정리가 맞다는 걸 증명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 정리가 또 다른 수학 법칙으로 받아들여지게 될 테니까요. 그런데 이 부분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증명하는 게 너무 힘들거든요. 시간상으로도 수개월 또는 수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네요. 이걸, 나이 들어서 하는 건, 어려운 일이겠죠. 


한편, <창조력 코드>의 마커스 드 사토이(역시 수학자)는 증명에 해당하는 부분을 AI에게 맡길 수 있게 될 거라 예견합니다.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오르는 일은 산소통 정도만 있으면 가능하겠지만, 달에 가는 일은 인간과 기계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이를 만큼은 젊은 수학자들이 인간이 가진 에너지를 모아서 증명해 날 수 있는 경지입니다.  젊은 수학자들은 젊음이라는 '산소통'이 있어서 에베레스트산 정상을 정복할 수 있죠.

그런데 만약 AI가 발전해서 증명과정을 대신해 준다면 어떻게 될까요? 수학자들은 달나라에 갈 수 있게 됩니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증명하기 힘든 수학적 발견이 있다고 해도 증명이 가능하게 될 테니까요. 


여기서 우리는 수학자들의 지식 노동에도 두 가지 작업이 필요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수학적 정리를 찾아내는 작업, 그리고 찾아낸 정리를 증명하는 작업입니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앞서 사용했던 '본질적 작업'과 '부차적 작업'에 대입시킬 수 있겠네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본질적 작업을 AI가 도울 수 없었던 것처럼, 수학적 발견에 이르는 작업은 AI가 도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AI가 발전하면 코딩을 돕거나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처럼, 수학적인 증명 과정도 AI가 돕거나 대신해 줄 수 있게 될 겁니다. 수학의 증명 과정은 수세기 동안 엄청난 데이터가 쌓여 있으니까요.


물론, 모든 지식 노동 분야가 이렇게 정확하게 양분되지 않을 가망성도 있습니다. 이미 '본질적 작업'에 해당하는 부분은 끝나버렸는데, '부차적 작업'이 인간의 힘으로서는 너무 어려워서 수년의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수 있겠죠. 그런 직업이라면 AI의 발전으로 인해 직업을 잃을 가망성이 높아질 겁니다. 반대로 '본질적 작업'이 대다수이고 '부차적 작업'은 미미한 경우엔 AI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으니, 미래에도 지금과 거의 비슷한 형태의 직업활동이 가능한 분야도 있겠고요.


다시 소프트웨어 분야를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렸던 이유에 따라 저는 적어도 소프트웨어 분야 개발자들의 일자리는 없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AI발전은 개발자의 작업 방식을 상당히 많이 변화시켜 갈 것은 확실해 보이네요.


안심하기는 이르죠

<AI 트루스>에서 임백준 님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당신을 대체하는 것은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다른 사람이다.


물론 임백준 님은 '장기적으로는 AI가 개발자를 대체할 것 같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 어쩌면 현재 상황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른 개발자들이 그렇지 않은 개발자들을 대체할 것 같다는 게 임백준 님의 설명입니다.

즉, 지금 당장 살아남기 위해서는 AI 도구를 배우고 연습해야겠죠.


하지만, 이 부분에서도 약간의 희망이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분야의 확장속도가 어쩌면 일자리가 사라지는 속도보다 빠를 수도 있거든요. <소프트웨어 장인 정신 이야기>에서 로버트 C 마틴은 개발자 증가율을 대략 5년마다 2배씩이라고 정리해주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디지털화하는 변화는 아직도 진행 중이고, 디지털화의 끝에는 어디나 개발자가 필요하니까요.


정리

AI가 발전해도,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직업은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일단, 기술만능주의적 색안경을 벗고 관찰하면 모든 지식 노동은 "본질적 작업"과 "부차적 작업"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부차적 작업"은 작업의 결과와 데이터가 많기 때문에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본질적 작업"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다만,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부차적 작업들은 일의 능률을 높이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AI 도구를 연습하는 건 생존을 위해 도움이 될 거라고 부연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본질적 작업'에 대해 이야기를 진전시켜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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