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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Aug 20. 2024

6. 실패와 역경 속의 의미 있는 삶

  

삶의 목적을 두고 혹자는 행복을 이야기한다. 현대 삶의 형태를 보면 실제로 행복을 최고의 가치로 두는 듯하다. 그런 행복은 자산과 주택, 자동차, 명품을 소비하는 형태로 곧잘 나타난다. 기원전 300여 년에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인 철학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삶의 목적으로 행복이라 규정하였다. 인간의 모든 행동에는 목적이 있는데 그 목적을 선한 것으로 보았다. 그중 ‘최고선’은 상위에 다른 목적이 없는 궁극적인 목적이다. 이를 행복이라고 본 것이다. 행복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덕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데, 덕은 중용을 통해 구할 수 있는 탁월한 상태이다. 지나친 자신감은 무모함이고 모자란 자신감은 비겁함이며 가장 균형이 잘 잡힌 상태를 ‘용기’라 불렀다. 넘치는 쾌락과 무미건조한 삶 사이의 가장 균형이 잘 잡힌 상태는 ‘절제’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은 현대에도 손색이 없을 만큼 보편적이면서 세련된 체계를 보여준다. 


그런데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삶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행복하지 않은 삶은 그만큼 가치 없는 삶일까? 아우슈비츠에서 긴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모두 잃어버리고 고통과 환멸 속에 혼자 남겨졌던 빅터 프랭클의 삶은 가치가 적다고 할 수 있을까? 전쟁터에서 민족과 조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비참히 사라져 간 전사자들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으므로 개인적으로는 가치 없는 삶을 살았던 것일까? 이런 질문들은 결국 삶의 의미에 관해 생각하게 한다. 그다지 행복하지 않아도, 심지어 실패의 쓴잔을 마시더라도 위대한 삶은 존재한다. 행복하지만 의미가 적은 삶이 있을테고 덜 행복하지만 의미가 큰 삶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 실패 속에서도 우리는 삶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20세기 초 영국의 탐험가였던 어니스트 섀클턴(Ernest Henry Shackleton)은 1914년부터 1916년에 걸쳐 인듀어런스호를 타고 남극 횡단 탐험을 떠났다. 도중 극점을 불과 156Km 남겨두고 조난을 당하고, 탐험 포기를 결정하게 된다. 탐험선이 얼음에 갇혀 버리고 부서져 버린 것이다. 섀클턴과 대원들은 포기하지 않고 구명보트룰 타고 탈출해서 사우스조지아 섬에 도착한 후, 산을 넘어서 구조대를 만나게 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1321Km 떨어진 엘리펀트 섬에서 조난된 일부 대원들까지 찾아 모두 기적적으로 구출하고 무사 귀환 시키는 리더의 책무를 다한다. 그는 총 634일간의 조난 동안 기적적으로 27명의 대원을 모두 구출하고 무사 귀환시켜 진정한 리더의 귀감을 남기게 되었다. 어니스트 섀클턴은 세 번의 남극탐험을 모두 실패하고 조난을 당하는 대실패와 역경들 겪었지만, 생과 사를 가르는 위기에서 낙오된 모든 대원을 구출하는 위대한 리더가 되었다. 그는 굶주리고 지친 대원에게 자신의 침상과 비스킷을 권하며 대원들의 생사의 갈림길을 지킨 진정한 리더였다. 그는 실패자이지만 진정한 리더의 귀감을 보여 영국 국왕으로부터 ‘경’ 호칭을 받기까지 한다.


원자번호 79번은 변하지 않는 화학적 안정성, 아름다운 색상, 고귀한 광택을 지닌 금속 원소이다. 기원전 6000여 년 전부터 인류와 함께 해 오며 인간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아 온 영원한 베스트셀러, 영원히 녹슬지 않는 금이다. 이런 금에 대한 인간의 선망과 야심으로 중세까지 연금술이라는 도전이 있었다. 연금술은 귀금속이나 불로장생약을 합성하는 기술이자 철학이다. 연금술사들은 자연에서 찾아낸 물질과 그것들의 성질을 연구하였고 물질들을 변화시켜 나갔다. 금을 만들기 위한 주재료는 납이었다. 관건은 값 싼 납을 금으로 바꿀 수 있게 하는 촉매였고 그것을 현자의 돌이라 불렀다. 현자의 돌을 합성해 내는 것이 그들의 주된 임무였다. 성공적으로 금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기술과 신앙의 힘 모두 필요하였다. 그러나 연금술로 금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는다. 수 천년에 걸친 인간의 노력이 끝내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현대에 이르러 핵물리학이나 핵과학과 같은 과학의 발전으로 금을 합성해 낼 수 있게 되었다. 1980년,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의 로렌스 버클리 연구소에서 납과 비슷한 중금속인 비스무트를 금으로 변환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금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과정으로 만들어지므로 상용화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인류 역사 속의 거대한 실험인 연금술은 성공하지 못한 채 역사 속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연금술이 근대 과학에 미친 영향은 그 의의가 매우 깊다. 연금술사들은 연금술을 통해 익힌 지식으로 병든 사람을 치료하고자 했으며 이것은 약학의 계보로 이어지게 된다. 나아가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인 데모크리토스가 설파했던 아주 작은 알갱이과 빈 공간이 모든 물질의 근원이라는, 이른바 ‘원자론’이 다시 과학자들로부터 조명되도록 한 공헌이 있다. 이와 같이 연금술은 인류의 중세 지적 자산을 근대 과학으로 연결되게 하였다. 허무맹랑해 보이는 인류의 역사적 프로젝트인 연금술은 실패한 실험이었으나 근대 과학의 태동을 도왔다. 역사를 풍미하고 끝내 성공하지 못한 역사 속의 많은 연금술사들이 무의미 한 삶을 살았다고 하기는 어렵다.


마냥 행복하지 않아도, 반드시 성공하지 않아도 가치 있는 삶이 있다. 스스로에게는 보잘것없어 보일지라도 누군가에게 크게 의미 있는 삶도 있다. 나를 더욱 나답게 하는 삶의 가치를 구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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