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을 벗어나기 위해 선택했던 직장인 대학원 이야기
Chapter #1. 익숙함을 벗어나고 싶었던 순간
특정 업무의 IT 담당자로서 5년 넘게 일했다. 그 일을 가장 잘 아는 사람도, 가장 오래 붙잡고 있는 사람도 결국 나였다. 처음에는 책임감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묘한 나태함이 찾아왔다. 새로운 것을 배우기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반복하는 느낌이 강해졌고, 일의 재미도 조금씩 희미해졌다.
그즈음 나는 회사 생활 5년 차 대리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문득 돌아보니 ‘회사’라는 조직에 대해 나는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기술적인 문제는 누구보다 잘 해결할 수 있었지만, 그 기술이 조직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다른 직무의 사람들은 어떤 고민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무지에 가까웠다.
기술은 일을 하면서도 충분히 배울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관점과 경험의 확장은 회사라는 틀 안에서는 쉽지 않다고 느꼈다. 타개할 방법을 고민하던 중 페이스북의 정보경영프로그램 광고가 내 눈에 들어왔다. 비즈니스 인사이트와 빅데이터 기술이라는 강력한 키워드로 나를 끌어들였다. 다시 학교로 가기로 했다. 익숙한 자리에서 조금 벗어나, 다른 세계를 보고 싶었다.
Chapter #2. 퇴근 후 시작된 또 다른 하루
학교에 와서 가장 새로웠던 것은 ‘사람’이었다. 기획, 마케팅, 전략, 금융, 제조 등 나와는 전혀 다른 일을 하는 58명의 사람들이 커리어의 전환이나 도약 등 각자의 목표를 위해 한 교실에 모였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학교 생활을 병행하는 중에 회사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새로운 조직으로 전배가 되었고, 하필이면 가장 안정화되지 않은 신기술 조직이었다. 자연스럽게 야근이 일상이 되었고, 그 와중에 학교 과제까지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 시작됐다. 야근 후 학교로 향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나뿐만이 아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조모임을 위해 밤늦게 학교나 스터디룸에 모였다. 각자의 일을 마치고 모여 과제를 붙잡고 씨름하다가, 마무리가 되면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수고를 위로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간들이 참 신기하다. 그렇게 힘들었는데도 이상하게 즐거웠다. 지도교수님과 연구실 사람들은 졸업한 지금도 주기적으로 모여 서로의 근황을 나눈다. 각자의 자리에서 마주하는 업계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그 속에서 발견한 작은 인사이트들을 공유한다. 학교라는 공간은 끝났지만, 그때의 연결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Chapter #3. 지식보다 남은 것들
이 과정을 통해 엄청난 지식의 확장이 있었냐고 묻는다면, 꼭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책에서 배운 이론이나 프레임워크만 놓고 보면, 언젠가는 혼자서도 접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수업 시간, 조모임, 그리고 회식 자리에서 오고 갔던 동기들과의 대화는 달랐다. 서로 다른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같은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각자의 조직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는지 듣다 보니 내 생각의 경계가 조금씩 넓어졌다.
아마도 학교가 내게 준 가장 큰 변화는 ‘지식’이 아니라 ‘관점’이었을 것이다. 나의 경험을 다른 사람의 경험 위에 올려놓고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그것만으로도 다시 학교로 돌아온 시간은 충분히 의미 있었다.
4. 다시 학교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파트타임 대학원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회사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은 분명 체력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부담이 된다. 어떤 날은 ‘내가 왜 이걸 시작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시간을 버티고 지나오면, 예상하지 못했던 것들이 남는다. 새로운 시야, 서로 다른 길을 걷는 사람들과의 인연, 그리고 가끔은 지금의 나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질문들.
그래서 누군가 다시 학교로 돌아갈까 고민하고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 선택이 당장 커리어를 바꿔주지는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히 당신의 생각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는 작은 균열을 만들어 줄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그 작은 균열 하나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먼 곳까지 길을 이어주기도 한다.
『다시, 학교로 간 직장인들』 릴레이 에세이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2017 IMMS 6기
전) LG CNS Agentic AI 기술 팀장
현) 현대카드 데이터사이언스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