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2017

아내에 의한 입학기와 거기서 얻게 된 세 가지 레슨

by 꿀아빠
프롤로그


내가 대학원 원서를 쓴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 시절을 이해할 필요가 있어.

2017년엔 페이스북 짱 먹던 시절이야. 인스타그램이 나오기 전이었지. 돌이켜보니 나도 페이스북에 오글거리는 흑역사를 참 많이 남겼더라고… 초유의 탄핵국면이라는 불안한 틈을 비집고 페이스북은 나에게 KAIST 경영학대학원 광고를 띄우지 뭐야. 그렇게 미래에 대한 불안을 좋은 학교의 학위로 커버해 보고자 Ads를 클릭하게 되었어.


KAIST 모집공고를 보고 고민했고, 미래에 대한 걱정이 나보다 컸던 아내의 손을 잡고 2017년 3월 16일(목) 홍릉캠퍼스로 향했지. 아직은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처음 가본 강북의 고대/경희대/KAIST 대학가에 대한 설렘 때문인지 무척 떨렸어. 맛있는 도시락도 줬는데 아내와 대학교 CC가 되어 데이트하는 기분도 나더라. 홍릉캠퍼스엔 ‘최종현’ 홀 제일 넓은 강의실이 꽉 찰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문전성시를 이루었어. 다들 세련되고 지적인 직장인처럼 깔끔하고 세련된 차림새였어. 그 자리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벌써 ‘지적으로 우월하여 타 동년배와는 비교할 수 없는 IT전문가’가 된 기분이었지. 아내와 함께 지원했지만 선대 회장님 동생의 기운을 받아 SK그룹사인 나는 합격을 했고, CJ에 다니던 아내는 불합격을 통보를 받았어


첫 번째 레슨 – 레벨테스트


2017년 8월, 처음으로 동기들을 만나는 날이었어. 오리엔테이션 몇 시간 전에 영어레벨테스트를 받았지. 처음으로 만나게 된 동기와 인사를 반갑게 나눴는데 마침 동종업계인 LG CNS를 다니는 친구였어. 나보다 4~5살은 젊은 친구지만 벌써부터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는 미모의 동기라니! 같은 영어반이 되어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영어 인터뷰를 마치고 쉬웠다는 그녀의 피드백을 듣고 나도 긴장하지 않고 영어 테스트에 임할 수 있었지. 영어반은 실력별 분반수업으로 A, B, C, D 4개 반으로 나눴고 나는 A-초급반으로 갔고 그 여자 동기는 D-원어민반으로 배정되었어. 그녀는 데이터사이언스에도 관심을 가지더니 결국 Google로 이직을 하는 IMMS 6기 최고의 Output을 보여줬지. KAIST IMMS 졸업자라면 뿌린 만큼 거두어 갈 수 있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어. 하지만 ‘영어는 더 나은 이직을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인 것도 명심해.


두 번째 레슨- 선배와의 만남

기라성 같은 동기와의 만남에 이어 1박 2일로 오리엔테이션을 용인으로 가게 되었어. 선배님들은 얼마나 더 대단할까 궁금했지. 오리엔테이션 레크리에이션 사회를 봐주신 5기 선배님은 ‘이모탭’이라고 불리는 유쾌한 선배였는데 CJ의 HR부서에 다닌다고 했지. 레크리에이션을 끝날 때쯤 자신이 쓴 책이 있고, 90년대생을 분석한 책이 곧 나올 거라면서 홍보를 했어. 자신의 분야에서의 경험을 다양하게 결과물로 만드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만 생각했지만 ‘그게 무슨 돈이 되겠어?’ 쓸데없는 행동이라 생각했어. 그 책이 대통령의 휴가기간

책이 되기 전까지 말이야.



레크리에이션 경품으로는 BTS 싸인 CD를 누가 가져왔었는데 아무도 가지고 싶지 않아서 마지막까지 남았어. 우리들 중 아무도 BTS의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던 거지. BTC(비트코인)나 Tesla 같은 기업에 대해서도 수업에서나 술자리에서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반신반의하며 100% 믿음을 가지진 못한 것 같아(=수익화하지 못했다는 뜻). 여기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많은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곳이야. 그것을 믿음으로 바꿀 용기가 있는지가 관건이나”


마지막 레슨 – 자신만의 테크트리

본 과정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친절하게 모집요강에 나와있어.



그중에서 나는 IT벤처창업 수업 테크트리를 선택했어. 대학전공인 ‘경영학’을 살리고 현재 직장의 업무인 ‘WEB개발’를 합치면 BM을 발굴해서 App을 만들고 스타트업을 세우는 1인 CEO가 될 수 있다는 상상을 했어. 관심이 있는 분야다 보니 아주 열정적으로 수업에도 참여하고 실제로 BM을 하나 발굴해서 국가기관 주최 데이터활용창업경진대회에서도 입상을 했어. 그 사업을 실제로 해보진 못했는데 가장 큰 이유 현재 다니는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한다고 했을 때 주위 가족들을 설득하는 문제다. 다른 말로는 이게 진짜 되는 사업이고 내가 남들보다 뛰어난 무언가 있다는 증명을 하는 부분이 제일 어려운 부분이더라.


KAIST 출신은 실제로 IT창업을 많이 하는 편이야. 오늘도 ‘KAIST가 해냈다’ 제목의 글로벌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광고기사가 포털메인에 있더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KAIST출신이 창업을 했다고 하면 서울대출신이 창업했다는 것보다 더 신뢰하는 것 같아. IT 창업 수업에도 KAIST 출신 정육각 CEO에 대해서도 교수님이 자랑을 많이 하셨고, BALAAN CEO는 직접 특강도 해주었지. 참 대단한 사람들의 뛰어난 BM이라고 생각했었어.


최근 신문기사를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은 들었지만 그때 나를 말려준 가족에 대해 다시 감사해야하나 생각도 들었어.


“창업한다고 할 때 도시락 싸들고 말리는 사람이 너의 주위에 있다면 그 사람에게 미리 감사하도록”



『다시, 학교로 간 직장인들』 릴레이 에세이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2017 IMMS 6기

전) 국내 IT 대기업 개발자

현) 국내 IT 대기업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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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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