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K Feb 06. 2017

침대광고가 매일 TV에 나오게 된 비밀

대한민국에서 가장 공정하지 않은(?) 가구인 침대 시장에 대하여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 과학이다." 


이 에이스 침대의 광고 메시지는 조금 과장한다면 대한민국 성인 중에서 이 문구를 모르는 사람은 오늘 갓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 정도 외에는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지난 수십년간 귀에 딱지가 생길만큼 반복해서 TV속에서 등장했다. 최근에는 "침대는 에이스다."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쪽으로 광고가 변경되었지만 여전히 불경기임에도 에이스의 광고는 줄기차게 등장하고 있다.  

(참조: 1993년도 에이스 광고  https://www.youtube.com/watch?v=KT1QBzVCO8c )


또 다른 문구 하나를 인용해 본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모두들 머릿속에 떠오르는 광고가 있을 것이다. 바로 시몬스 침대의 포켓스프링 광고이다. 에이스 침대와 자웅을 겨루기 어려울 정도로 역시 수십년간 거의 매일 TV 를 장식하는 또다른 침대 광고이다. 

(참조:  1996년 시몬스 광고 https://www.youtube.com/watch?v=1zBLZ-uiJ94)


그런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또 다른 오래된 광고 문구가 있다.


"엔드리스 스프링"


이 광고는 1988년부터 등장했던 대진썰타 침대의 TV 광고이다. 당시에 에이스 침대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의 막강한 위치에 있던 대진썰타는 불행히도 이제는 TV 광고를 할 여력이 없는 하위 업체로 전락하였다.

(참고: 1988년 대진썰타 광고 http://blog.naver.com/hipard/70013982790 ) 


그런데 이 광고들에는 우리가 모르는 은밀한 한 가족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그리고 그 비밀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화두이다. 


광고에 등장한 에이스 침대과 시몬스 침대, 그리고 썰타 침대는 모두 에이스침대를 창업한 안씨 일가의 가족회사들이란 사실이 TV속 침대광고의 첫번째 비밀이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서로가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해야할 상위 랭킹 업체들이 모두 한 가족들이라니? 이들 세 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한때 50%에 육박했을만큼 그 지배력이 강력하고 엄청나다.


그런데 "왜 에이스와 시몬스 침대는 오늘도 TV 광고에 밥먹듯이 등장하는데 같은 가족회사인 썰타 침대의 광고는 요즘 방송에서 사라진 것일까? 라고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사실 대진썰타 침대에는 조금 굴곡의 역사가 있다. 최초에는 대진썰타침대는 안씨의 가족회사가 아니라 미국 썰타침대의 라이센스를 들여와서 시작했던 대진침대의 합작법인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 초반 대진의 라이센스가 종료되자  안씨가 썰타로부터 그 라이센스를 사들이면서 결국 안씨 일가의 회사가 되었다. 그런데 썰타의 라이센스를 산 안씨의 숨겨진 본심은 다른데 있었다.


즉, 안씨의 인수는 썰타 침대를 시장에 알리고 키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진썰타가 하던  TV 광고를 내리고 기존의 썰타침대의 시장 점유율을 급격히 낮춰서 자신의 큰 아들이 운영하는 에이스침대와 작은 아들이 운영하는 시몬스 침대가 방해없이 쑥쑥 잘 자라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즉 미국에서 1,2위를 달리는 썰타침대는 한국에서는 졸지에 한 가족의 독점을 위한 희생양이 된 것이다. 그의 의도대로  안씨 가족회사임에도 썰타침대는 국내 시장 점유율이 1%대로 추락하였다.


침대 광고에 숨겨진 비밀은 단지 이것만은 아니다.  오늘날 공중파에서 침대말고 다른 가구 광고를 본 적이 있는가? 빈번하게 교체되는 스마트폰같은 전자제품도 아닌 장기 내구재인 침대가 어떻게 수십년간 우리 곁을 맴돌면서 매일  TV광고를 쏟아부을 수 있었을까? 그 두번째 비밀은 바로 대한민국 침대 시장을 지배하는 안씨일가의 높은 독과점 가격의 유지에 있다. 


그 근거로 대한민국 대표 가구 회사인 한샘의 판매관리비의 비중은 2016년 반기기준 매출액의 24% 내외에 불과한 반면 에이스 침대의 판매관리비 비율은 37%에 육박하고 있다. 같은 가구회사들임에도 이렇게 엄청난 판매관리비의 차이는 바로 에이스와 시몬스는 판매관리비의 많은 부분을 TV 광고에 줄기차게 쏟아붇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높은 가격으로 번 수익의 많은 부분을 TV광고에 끝없이 지출을 하며 경쟁자를 따돌리고 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어느새 잘 길들여진 강아지와 같이 "침대는 과학이다"라든지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란 광고 메시지들을 진리로 믿게 되었고 그 잠재의식을 지닌채 침대 구매 행위를 하게 된 것이다. 즉, 좋은 제품이 라서 광고에 더 많이 등장하는 것이 아님에도 광고에 더 많이 등장하는 제품이 더 좋다고 생각하게 되는 미혹의 늪에 빠진 것이다. 


결국 우리는 침대를 산 것이 아니라,  침대 광고를 산 것이다.


침대를 빗대어 얘기했지만 오늘날 한국의 각 산업 분야는 극소수의 기업들이 가격을 마음대로 올리고 폭리를 취하는 독과점의 늪으로 점점 빠져들고 있다. 구매 행위가 회피할 수 없는 일상 생활이 된 시대에 이러한 시장 지배적 독과점과 가격 폭리를 피해서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정말 쉽지 않아 보인다. 오늘날 소비자의 구매심리는 합리적 평가가 아니라 광고와 마케팅이 지배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가족 기업에 의해 반독점화된 최근 침대 시장에 변화가 조금씩 생기기는 했다. 먼저 이케아의 등장이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새운 이케아는 하지만 점포수가 아직 적다. 그리고 코웨이와 한샘이 과도하게 비싼 침대가격의 빈틈을 뚫고 침대 렌탈 서비스로 시장에 진입하였다. 수입브랜드 템퍼와 실리도 선전하고 있다.

향후 판도가 어떻게 바뀌든 일개 소비자로서 나는 앞으로 과도하게 값비싼 침대 TV광고를 더이상 안보는 대신 더 저렴하고 좋은 침대를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머리 쓰기 VS. 몸 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