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크리스마스 역시
시청 앞 광장에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졌습니다.
흥겨운 캐럴과
색색의 옷을 입은
많은 사람들.
그 안에 섞여 들어가
나는 또 크리스마스트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혹독한 불경기 탓인지
가난한 내 마음 탓인지
이전에 비하여 상당히 초라해진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에서
작은 추억들을 헤아려 봅니다.
선명하게 빛나는 전구 하나하나에
흐릿한 추억 하나둘 집어넣다 보면
어느덧 나는 그때로 돌아가 있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덕수궁 돌담길.
삼삼오오 지나는
사람들의 행렬에
내 눈이 잠시 머무릅니다.
이토록 무수한 사람이
나를 스쳐 가지만,
한 번 지나갔던 사람이
두 번 눈에 들어오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두 번 마주할 수 없고,
다시 돌이킬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따금씩 추억에 파묻혀
지난날을 그리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마냥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오늘 내 눈 안에 담기는
저 숱한 사람들처럼
훗날 다가올 새로운 시간이
거듭 내 삶을 채워 주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는 앞으로도
다양한 기회의 순간과
설레는 희망의 미래가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은
오롯이 추억으로 남겨 두어야 합니다.
지금 아쉬움으로 보내는 이 시간조차
먼 미래에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
내 추억의 일기장 한구석에
기쁨으로 쓰일 날이 올 것입니다.
……
올해 크리스마스 역시
시청 앞 광장에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졌습니다.
흥겨운 캐럴과
색색의 옷을 입은
많은 사람들.
그 안에 섞여 들어가
나는 또 크리스마스트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예년의 크리스마스와
조금도 다를 바 없어
흘러가는 시간마저 잊었지만,
내 옆에 그네들의 빈자리가
다시 한번 나에게
시간을 일러 주고 갑니다.
지나간 사람들, 지나간 시간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아쉬움…
다만, 계속 뒤돌아보게 만드는
낯선 그리움은 이내 나를
추억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오늘은 12월 25일,
크리스마스입니… 까?
나는 그만 시간을 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