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 자원봉사의 의미
우연히 술자리에서 회사 직장 상사님의 과거 부하직원과 합석을 하게 됐습니다. 불금이었고 즐겁게 맥주를 마시고 있었는데 한 숨을 푹푹 쉬면서 그분이 그러더군요.
"내일 주말인데 아침 일찍부터 나가야 해요."
"한강에서 쓰레기 주워야 하는.. 아 피곤한데."
"고과에 봉사 시간이 반영돼서, 10시간 채워야 해요.. 그런 거 좋잖아요. 거기는 시각장애인 위해서 목소리 기부하고 그런 거. 그런 거 참 보람되고 좋은데"
그분은 국내에서 손꼽는 금융 기업에 다니는 분이었는데, 인사고과에 봉사 참여 시간이 반영되기 때문에 내일 억지로 한강변에 나가서 쓰레기를 주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저희 회사에서 진행하는 봉사 캠페인 그런 거라면 하고 싶다고 해서, 쓰레기 줍는 봉사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목소리 기부 봉사의 차이점이 뭘까 다시 생각하게 됐고, 사실 제가 담당하는 프로젝트라(그분은 제가 담당하는 지를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알았을까 놀라면서 뿌듯하기도 했고 그랬습니다.
여러분은 '자원봉사'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갖고 있나요? 말 그대로 '댓가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활동'인데 자발성과는 반대로 억지로 했던 기억들이 하나씩 있지 않나요? 중, 고등학교 시절 의무적으로 몇 시간 이상 채워야 다음 학교 진학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혹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앞의 에피소드처럼 고과에 반영되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에 ‘자원봉사’란 어쩌면 '댓가'를 바라고 '억지로'해야 하는 것으로 사회적 학습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업들은 재무적 이익 추구 외에도 어느 정도 이상의 규모를 갖고 있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CSR)'을 이행해야 합니다. 기업을 둘러싼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그 부분에 대해 영향을 받고,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도 전 사회의 지속적이고 건강한 발전을 위해 다양한 지표를 만들어 이행하는 것이 더 나은 경영이라는 규범과 감시체계도 있어, CSR은 기업 '명성(Reputation)'에 영향을 미치는 비재무적으로 기업 경영 항목에 주요한 역할을 합니다.
자원봉사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왜 CSR이냐구요? 회사 구성원들이 자원봉사를 해야 하는 이유는 그 기업에 속해있는 구성원이고,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이행해야 하기 때문에 구성원들은 기업의 일원으로써 CSR을 이행하는 주체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기업들은 사회공헌 담당부서를 회사 내에 필수적으로 운영하는데, 담당자들의 큰 고민 중 하나는 회사의 구성원(직장인)들을 '자원봉사'에 '비자발적'이 아닌 '자발적'으로 참여시키기 위한 방법이 무엇일까입니다.
'자원봉사'라는 것이 '댓가없이 참여한다'라는 속성이 있어, 쉽지 않은데요 생각해보니 이런 이유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선, 뭔가 내가 물리적, 시간적으로 일을 했는데 '댓가를 못 받는 것'에 대해 뭔가 줄 거야라는 기대감과의 싸움(회사가 시켰잖아!ㅎㅎ), 둘째,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자원봉사'와 어떠한 '댓가'가 give and take와 같은 관계로 인식시켜온 사회적 분위기, 마지막으로 왜 회사가 할 일인데 내가 해야 하지? 내 '일'이 아닌데~라는 외면인 거 같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댓가'를 못 받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기업들이 앞선 이야기처럼 '고과'에 반영한다던가로 '댓가'적 장치를 마련하는 경우가 있는데, '자발적 참여'에는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저희 회사에서는 2018년 자원봉사활동에 대해 전 세계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 직원 봉사자들의 '자발성'을 자극하는 것은 1) 어떤 프로그램인지 2) 어떤 문제를 해소하는 활동인지 3) 수혜자와의 교류가 가장 봉사활동 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확인됐습니다.
두 번째, 오랜 기간의 학습에 의한 '자원봉사'도 '댓가(평가에 쓰이는 도구적)'가 따라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는 유관 단체들의 시스템적 개선 및 시민의식의 성장 등으로 점진적으로 해소되어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봉사가 '도구'로 인식되지 않고 '사회적 가치에 대한 기여'가 더 인정받을 수 있도록 기업에서 사회공헌활동을 담당하는 저 역시 좀 더 노력을 해야겠죠?^^
마지막, 회사가 할 일인데 내가 왜?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참여의 가치를 명확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고 커뮤니케이션해야 합니다. 저희 회사 같은 경우는 본인의 휴가 외에 자원봉사 참여를 위한 2일의 '추가' '유급휴가'를 제공하는데요, 유급휴가라 함은 2일만큼 더 일해야 하는데, 그 시간을 기업이 투자를 한 것이니 곧 기업의 (비재무적-혹은 재무적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자원봉사 시간을 인당 급여로 환산해 재무적으로 정확하게 환산할 수 있으니) 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하기 싫은 '한강변 쓰레기 줍기 봉사'와 하고 싶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목소리 기부 봉사'의 차이에 대해 좀 알게 되셨나요? 앞서 말씀드린 저희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79%의 직원이 좋은 봉사활동의 참여가 실질적인 '업무 만족도'와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답변을 했습니다. 좋은 자원봉사는 직장인들의 진짜 '자발성'을 깨우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이행하게 하고,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이는 것입니다!
혹 회사에서 '자원봉사'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는 '직장인'이라면, 우리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나의 참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더불어, 회사에서 직원들의 '자원봉사'를 기획한다면 더 세심한 기획과 준비, 실행 그리고 참여하는 직원들에게 어떤 부분을 전달하고 커뮤니케이션해야 할지 더 많이 고민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