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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람별빛 Dec 10. 2020

이민 가려면 영어공부 얼마나 해야 하나요?

영미권 현지 거주 중인 이민자가 말해주는 이민 영어가이드

내가 캐나다로 이민을 온 이후로 이민을 꿈꾸는 한국의 지인들이 나에게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다. 이민 연차와 관계없이 영어는 모두에게 어렵기만 하다. 필자도 이민 오기 직전까지는 다른 걱정들보다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가 가장 컸는데, 그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질문은 "지금 나의 영어 레벨로 이민 가서 적응이 가능한지" 그리고 "영어를 앞으로 얼마나 더 배워야 무리 없이 잘 정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였다. 이민 와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보니 내가 가졌던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게 되었는데, 자주 받는 질문이다 보니 이렇게 기록해보면 좋을 것 같아 키보드를 두드리게 되었다.


1. 영어로 간단한 의사표현이 힘든 경우

보통 연세가 있으신 50대 이상의 부모님 세대분들이 영어로 의사표현을 원활하게 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영어를 써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경우, 영어를 잘하는 자녀들이 관련 업무를 대신해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이민 온 지 10년이 지나도 영어실력이 생각보다 잘 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본다. 여기서 끝나면 좋겠지만 매번 영어 관련 업무처리를 해줘야 하기 때문에 자녀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


사실 영어 관련 업무는 일상생활 도처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핸드폰을 바꿔야 하거나, 신분증을 잃어버렸을 때, 인터넷을 바꿔야 하거나, 진료를 받아야 할 때, 물건을 교환하거나 환불받을 때, 은행업무를 할 때 등등 매 순간이 다 영어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초반 몇 년은 부모님을 위한 효도라고 생각하고 할 수 있지만 이러한 업무들을 30년 40년 계속 하기란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녀들이 학교나 직장을 다니게 될 경우 관공서나 은행, 병원 등은 업무시간에만 운영을 하기 때문에 이러한 일들이 있을 때마다 번번이 휴가를 쓰고 자녀들이 부모님을 모시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민자 커뮤니티에 가면 이와 관련된 어려움을 토로하는 글을 종종 볼 수 있다.


2. 영어로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경우

"유학 가면 영어는 알아서 늘게 되어있다", "준비 안 해도 막상 가면 다 알아서 하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많이들 하는 말이지만, 사실 단순히 해외로 왔다고 안되던 영어가 갑자기 확 늘지는 않는다. 생각보다 이민자들 중에 이 분류에 속해있는 사람들이 꽤 높다. 이민을 왔더라도 한인 회사에서 한국사람들과 일을 하고 한인 교회를 다니며 한인 친구들을 만나다 보면, 결국 몸만 해외에 있을 뿐 생활방식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민 10년 20년이 넘더라도 영어실력이 잘 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필자 역시도 이민 초기에 이와 비슷한 패턴으로 생활하다 보니 영어가 거의 제자리였다. 어쩌다가 영어로 업무를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늘 긴장되서 항상 미리 시나리오를 짜 놓는 편이었으며, 그럼에도 들리지 않는 경우도 있어 어쩔 때는 대화 내용을 녹음해놓고 다시 들으면서 복기하기도 했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배우는 대부분의 영어 수업은 정석 영어 발음인 경우가 많지만, 영미권 국가들은 대부분 다민족 국가다 보니 다양한 발음 및 엑센트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의 발음과 엑센트를 한 번에 알아듣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같은 한국말이라도 사투리가 알아듣기 힘든 것처럼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이 그들의 언어 엑센트를 그대로 영어에 투영해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인도식 영어 발음이나, 이탈리안 영어 발음, 프랑스식의 영어 발음, 중국식 영어 발음 등 정말 다양한 영어 발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민족이 섞여있는 공간에 최대한 많이 노출되는 것이 중요한데, "Meet up"이나 컨프런스 같은 행사들에 자주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에 하나이다.


3. 어느 정도 영어 소통이 가능한 경우

한국에서 영어 좀 한다는 사람들이 막상 이민 와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경우는 대부분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지만, 문화적 코드나, 고급 어휘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도 공식적인 문서를 작성할 때에는 한문으로 이루어진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처럼, 영어에서도 공식석상에서 사용하는 고급 어휘와 표현들이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지만 업무를 할 때나, 문서를 작성할 때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표현들에 자주 노출되기 어렵다 보니 배우기가 힘들다.


간단한 예시를 들어보자면, 어린 아이와 어른이 각각 의사에게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는 방식은 다소 다르기 마련이다. 중학생이라면 "배가 살살 아프고 오줌에서 피가 나왔어요"라고 말한다면 어른이라면 "복부에 약한 경련이 일어났었고 소변에서 혈색이 약간 돌았습니다."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다소 비약이 있는 예시이긴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같은 단어라도 어떤 표현으로 문장을 구성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말에 강한 힘이 실리기도 한다. 이러한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단순히 고급 어휘들을 많이 알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이 고급 어휘들을 적재적소에 사용할 줄 아는 것도 필요하다. 생각보다 이러한 표현들은 우리 머릿속에서만 맴돌 뿐이기 때문에 입 밖으로 나오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말을 청산유수처럼 하는 사람도 있고, 회사나 모임 내의 분위기 메이커로 통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이는 단순히 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넘어서서, 문화적인 코드도 함께 알고 있어야 가능하다. 얼마전에 내가 회사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잠시 정적이 흘렀을 때 한 동료가 아래와 같은 손 모양을 하면서 "Awkward turtle"이라고 말했는데 모두가 같이 저 표현을 사용하면서 언제 적 꺼냐고 웃으며 넘어갔었다. 나는 처음 접한 표현이라 궁금해서 집에 와서 찾아보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속어(Slang) 표현이었다.


https://www.dictionary.com/e/slang/awkward-turtle/


사실 이러한 속어들은 한국에서도 "버카충", "동의어보감" 등등 정말 많지만 각 세대별로 알고 있고 사용하는 속어가 다른 것처럼 해외에서도 각 세대들이 사용하는 속어들이 다르기 마련이다. 단순히 공부한다고 습득하기는 쉽지 않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조금 쉽게 다가가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있다면 "Meme"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짤방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쉽게 말해 한국의 짤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짤방에 수많은 문화적 코드가 담긴 것처럼 서양의 "Meme"도 다양한 문화적 코드가 담겨 있어 그들의 코드를 알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글을 마치며

나는 이민 오려면 영어공부 얼마나 해야 하냐고 질문을 하는 지인들에게 항상 이민 오기 전에 최대한 많이 배워오는 것을 추천하곤 한다. 한국에서 한국사람으로서 한국말을 하면서 지낼 때는 몰랐던 소소한 행복들을 이민 와서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경우가 참 많다. 모국어가 아닌 타국어를 사용하며 생활하는 이민자는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는 영어의 굴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평생 영어와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민 오기 전에 미리미리 배워둔다면 그만큼 힘든 경험들을 덜 할 수 있기에 이민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영어공부를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많이 해두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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