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바람별빛 Nov 06. 2020

캐나다 영주권 취득 이후의 삶

캐나다 디자이너의 영주권 취득 후의 삶에 대한 현실 고찰

한국 본사에서 근무하다 캐나다 지사 발령 제의를 받고 얼떨결에 캐나다로 오게 되었다. 사실 처음에 캐나다 땅에 발을 들일 때만 해도 여기에 뿌리를 내리고 살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남편을 만나게 되면서 얼떨결에 캐나다 영주권자가 되었다. 남들은 정말 힘든 고생을 해도 얻을까 말까 한 영주권이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워킹비자에서 영주권으로 체류신분만 바뀌었을 뿐 별다른 감흥은 오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영주권을 딴다고 내가 캐나다 취업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서류전형에서는 법적으로 캐나다에서 일할수 있냐 없냐에 대한 질문만 있을 뿐 영주권자냐 아니냐에 대한 질문은 없기 때문에 결국 캐나다에서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는 영어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나의 실력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영어라는 큰 장벽

나름 한국에서는 영어로는 제법 자신 있는 편이었고 실제로 한국 본사에서 근무할 때에도 영미권 지사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전담했으며, 종종 해외 디자이너들과의 콜라보를 할 때에도 통역은 언제나 내가 담당했었다. 하지만 막상 한국을 벗어나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캐나다에 도착하고 보니 나의 영어실력은 현지 중학생 수준에 불과했다. 프로페셔널한 고급언어를 구사할 줄 모르는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좋은 포지션에서 면접 제의가 와도 임원 면접에서 매번 떨어지기 일수였다. 이를 만회하고자 내가 받을 수 있는 모든 면접 질문을 종합해 면접 질문 대본을 만들어 달달 외우고 나서야 지금의 직장인 캐나다 유명 제1금융권 회사의 디자이너로 취직할 수 있게 되었다.


@PIXABAY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무를 하면서 가끔씩 언어장벽에 부딪히곤 한다. 연차가 쌓이다 보니 단순한 작업들 보다는 고도의 생각을 요하는 프로젝트들을 담당할 때가 꽤 생기는데 그때마다 나는 프레젠테이션에 노이로제가 걸리곤 한다. 수평적 업무구조이다 보니 내가 들고 온 아이디어를 가지고 거의 모든 직급의 사람들이 다 같이 토론을 하는데, 내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질문이 들어올 때는 정말 "엄.. 음.. 아.. 어.."와 같은 의성어만 2분 동안 반복해서 말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이럴 때마다 나 스스로가 참 창피하게 느껴진다. 한국에서 근무할 때만 해도 기습 질문이나 모르는 분야에 대한 질문이 나와도 떨지 않고 자신감 있게 잘 대답을 하곤 했지만, 막상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나의 생각을 빠르게 전달하자니 애석하게도 내 머리가 내 생각을 잘 따라와 주지 않는다.


언어적 장벽으로 인한 승진의 어려움

그래도 회사 사람들이 내가 이민자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많은 배려를 해주고 있어서 일하는데 아주 큰 어려움은 없지만 앞으로 내 커리어 패스를 생각하면 사실 좀 막막하긴 하다. 보통 캐나다는 주니어 디자이너 - 시니어 디자이너 - 디자인 리드 - 디자인 디렉터 순으로 직급이 나뉘는데 나는 현재 주니어 디자이너 5년 차로 시니어 디자이너를 노려봄직한 연차이다. 하지만 시니어 디자이너가 되려면 프레젠테이션도 능숙히 할 줄 알아야 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기술도 정말 중요한데 나의 영어실력은 시니어 디자이너가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막상 영주권을 받는다고 캐나다 사회에 바로 편입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영주권을 땄다고 드라마틱하게 삶이 바뀌진 않는다. 설사 캐나다 사회에 편입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승진을 하기 위해서는 화술다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단순이 영어를 잘하는 것을 넘어 상황을 재치있고 센스있게 넘어가는 능력이 필요하다. 하이레벨 직급으로 갈수록 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주변에서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최소한 지금의 삶을 유지하고 싶다면 반드시 영어공부를 최대한 하고 오셔야 돼요"라고 말한다. 한국에서 캐나다로 이민을 고려하는 사람들 중에 한국에서의 삶 보다 안 좋은 삶을 바라고 오는 사람은 없기 마련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점은, 한국에서 한국말을 잘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나, 캐나다로 이민 간 한인들이 겪는 시선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들도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 보니 3D업종이나 단순 업종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캐나다에 온 한인들도 마찬가지로 비슷한 루트를 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막상 영주권을 따고서도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대부분의 매체들은 이민의 좋은 점만 이야기하지만 이민 이후의 삶은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는 한국인으로 한국말을 하며 사는것이 당연했기 때문에 몰랐던 것들이 막상 타국에서 지내보니 당연한 것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요즘이다.


이전 12화 토론토 현지 직장인 생활비 공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