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바람별빛 Jan 20. 2021

이민으로 변화된 나의 밥상

이민자의 나라 캐나다에 거주하며 세계 각국의 여러 향신료를 접해보다.

내가 몰랐던 새로운 음식 세계

한국에서 이색 맛집들을 돌아다니면서 나름 많은 나라의 음식을 접해봤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캐나다에 와보니 내가 모르는 음식들 천지였다. 그중 몇 가지 가장 인상 깊었던 음식들을 소개해 보자면, 첫 번째로는 캐나다에서 알게 된 친구들과 함께 방문한 에티오피아 음식점이다. 큰 그릇을 다 뒤덮는 얇은 전병 한 개를 얹어 그 위에 음식들을 담아주는 인제라(Injera)라는 음식이었는데, 이때 처음으로 음식을 담는 방식에 대한 개념이 바뀌게 되었다. 또 한 번은 필리핀 음식점에 가서 카 마얀(Kamayan)이라는 음식을 체험해 보기도 했는데, 내가 체험이라고 표현을 한 이유는 식탁 위에 나뭇잎을 한가득 올려놓고, 그 위에 음식을 풍성하게 올려놓고 손으로 음식을 먹기 때문이다.


좌측) 저크치킨 : 출처_위키피디아 /  중앙) 인제라 :출처_위키피디아  /  우측)  카마얀 : 출처_Tinuno


우리나라에도 바쁜 직장인들을 위한 인기 메뉴가 있는 것처럼, 캐나다에서도 인기 음식 탑 3인 그리스 음식 "수불 라키", 카리브해 음식 "저크 치킨", 그리고 중동 음식인 "피타"가 있다. 캐나다 지사에서 근무한 지 몇 달 안되었을 때, 점심시간에 카리브해 출신 회사 동료를 따라 처음 가본 캐리비안 음식점의 저크 치킨(jerk chicken)과 로띠(roti)는 나에게 맛의 신세계를 안겨주었고, 내가 가는 거의 모든 장소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파라마운트"라는 중동 음식 체인점에서는 점심시간마다 직장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또 회사에서 코너만 돌면 있는 그리스 음식점에서 수블라키도 거의 매주 점심시간 마다 테이크 아웃해서 일하면서 먹곤 했다.


한가지 신기했던 점은 한국에선 찾기 힘든 채식, 비건 전문점을 캐나다에서는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고급 채식 음식점도 곳곳에 정말 많고, 간편하게 사 먹는 테이크아웃 전문점들도 항상 메뉴판 한편에 채식/비건 메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비건, 채식 문화에 대한 존중은 패스트푸드 전문점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어떤 패스트푸드점을 가더라도 식물 기반(Plant-based) 메뉴들이 꼭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글루텐 프리(곡류로 만들어진 불용성 단백질)나 키토(고지방 저탄수) 메뉴도 정말 많다. 한국에서 살면서 채식하는 사람들은 가끔 티브이에서 봤지만, 그 외에도 이렇게나 많은 식습관이 존재한다는 것을 해외에 와서야 처음 알게 되었다.


https://www.forksoverknives.com/wellness/do-people-need-different-diets/


직접 요리해 보다

캐나다에 이민을 온 후 처음 마트에 가서 놀랐던 부분은, 내가 모르는 향신료들이 정말 많다는 점이다. 한국으로 치자면 이마트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로블로(lablaw)에는 자체 브랜드인 Presidents Choice라는 브랜드가 있다. 한국 이마트의 노브랜드 같은 브랜드인데 거의 모든 생필품들을 다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모든 물건을 다 만든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눈길이 갔던 부분은 향신료 품목들이었는데, 아래에 보이는 식품들처럼 해외 각국의 향신료들을 어느 로블로 매장에 가던지 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았다. 처음에는 시도하기 어려워 이미 만들어진 쿠킹 소스들을 구매해서 육류와 함께 조리해 먹곤 했는데, 생각보다 음식점에서 먹던 강한향이 별로 안 나서 각종 향신료 제품들을 직접 구매하기 시작했고, 우리 집 펜트리는 각종 향신료들로 가득 차있게 되었다.


좌) 인도 버터 치킨 소스  /  중앙) 인도네시아 삼발 향신료  /  우) 포루투칼 페리페리 향신료   / 사진 Presidents Choice 홈페이지


한국도 지금이야 마켓 컬리나 쿠팡 등을 이용해 쉽게 해외 향신료를 구입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이국적인 몇몇의 향신료들은 가격도 높고 구하기가 쉽지 않다. 대표적으로 회향(Funnel)과 같은 식재료들은 씨앗과 같은 말린 재료들 위주로 한국에 수입되기 마련이라 싱싱한 회향을 구입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다. 한국에서는 최저가 7000원부터 시작하지만 캐나다에서는 싱싱한 회향을 단돈 2불이면 근처 마트 어디서나 구할 수 있다.


식재료 접근성이 좋다 보니 조금씩 여러 나라의 레시피들을 따라 하기 시작했고, 덕분에 지금은 할 줄 아는 요리가 많아졌다. 그래서 우리 집 밥상에는 다양한 국가의 음식들이 오르내리곤 한다. 저번 주만 해도 홍소육, 수블라키와 차지키, 소고기 뭇국, 버터 치킨과 난, 폭립, 비빔국수, 지중해식 숭어구이, 김치찌개를 먹었다. 한국에 있을 때만 해도 어려운 요리들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생각보다 향신료만 있으면 만들기 어렵지 않은 요리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식 위주의 식습관에서 여러 나라의 음식들을 고루 접하게 된 계기 중에 가장 큰 부분은 사실 한인마트의 식품 가격들이 일반 마트의 가격에 비해 아주 비싸다는 점이다. 한식 요리를 365일 먹으려고 한다면 일반적인 식비보다 거의 두배 가까이 비용이 들어간다. 로블로 같은 로컬 마트에서 파는 대체재로 요리를 할 수도 있지만, 결과물은 조금 다른 맛이 나기 마련이다. 한국산 햇고춧가루를 사용한 김치찌개와 고춧가루가 없어 치폴레 고추가루를 사용한 김치찌개는 서로 전혀 다른 맛이 나는 것처럼 말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시작한 이색 음식 요리지만 덕분에 내 밥상 세계가 더 넓어지게 되어서 참 좋다.   



이전 13화 캐나다 영주권 취득 이후의 삶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