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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리 Dec 10. 2023

책의 기록 ; 이처럼 사소한 것들 / 클레어 키건

시 같은 소설은 마음에 오래 남아 종처럼 울린다

산문시보다는 시같은 산문이 좋다.

시같은 소설이 좋다.


맥스 포터의 '슬픔은 날개 달린 것'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

낮고 슬픈 노래 같던 두 편의 시같은 소설을 읽고 나서

며칠간은 마음이 맑았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어제 읽고 오늘 읽고 연달아 두 번을 읽었다.


처음 읽고 책장을 덮으며 애잔함이 밀려왔다.

주인공 펄롱의 시선을 따라, 그 며칠의 시간을 다시 함께 살고 싶어졌다.


간결한 구성의 단순한 문체로

평범한(혹은 그보다 못할 수도 있는) 소시민의 며칠에 불과한 일상을 건조하게 묘사한다.


두번을 읽으니 펄롱은, 더없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다가온다.


이름을 이어갈 아들이 없어 어쩌냐는 수녀원장의 위로에

본인도 어머니 이름을 물려받았으며

어머니도 원장님도

자신의 식구들도 모두 여자이며 딸이라고

그래서 안좋은 건 없다고 그는 말한다.


외국인을 자꾸 들여 걱정이라는 수녀원장의 말에도

'누구나 어딘가에서 태어나지 않냐고

예수님도 베들레헴에서 태어났다'고 그는 말한다.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채 그는 고매한 인격의 성인으로 성장했고 그 뒤에는 그를 지켜준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용기를 낸다.

안온한 일상이 한순간에 불행해질 수도 있는 선택을 한다.

지켜졌던 사람에서 지키는 사람으로,

 '이처럼 사소한 (나의) 것들'을 지키며 살아온 사람에서

'이처럼 사소한 타인의 것을 지켜주는' 사람으로 거듭난다.


그는 생각한다.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냐'고.


이야기는 거기서 멈춘다.



그처럼 절대적인 것을 지키려는 (못된, 나쁜, 전두광 같은 ) 사람들에게 우리는

이처럼 사소하면서도 기본적인 서로의 것을 지켜주려는 지속적인 연대로 저항할 수 있다.

저항해야 한다.


131페이지의 짧은 중편 소설이다.

영어 회화 스터디에 가는 버스 안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읽으니 딱 맞춤하게 다 읽었다.


(일부러 조금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다 읽고 나서 무릎에 놓은 책을 몇번이고 쓰다듬고 싶어졌다.


최소 두번을 읽어야 한다는 말에도, 두권을 사서 한권은 본인이 읽고 한권은 선물하라는 워싱턴 포스트지의 권유에도 공감한다.

시 같은 소설은 마음에 오래 남아 종처럼 울린다.


우리는 모두 이처럼 사소하고 숭고하고 용감할 수 있다.

아름다울 수 있다. 비겁하지 않을 수 있다. 마치, 펄롱처럼.


#서로돕지않으면삶에무슨의미가있는가


#이처럼사소한것들 #클레어키건 #긴글주의 #책방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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