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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앤 May 01. 2023

버스킹 여행, 시코쿠 한 달 살기를 시작하며

옆동네 마실 가듯 떠나게 된 시코쿠에서의 한 달



나는 얼마 전 일본의 시코쿠 섬을 약 한 달간 다녀왔다. 놀라지 마시라! 세상에나, 그것도 버스킹 여행으로 다녀왔다는 것 아닌가! 그야말로 옆동네 마실 가듯 악기 하나 둘러메고 훌쩍 떠났다가 지극히 커다란 충만감과 행복감을 안고 돌아왔다. 이번 여행은 어떠한 그물에도 걸리는 거 하나 없이, 흐르는 물처럼, 자유로운 공기처럼 생애 가장 자유로운 여행이었다. 좀 더 신나서 말한다면 내 인생 최고의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들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시코쿠 섬으로 나를 홀연히 한 달간 보내준 건 그저 모든 것이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그간 살아온 내 생의 알갱이 하나하나가 모두 차곡차곡 쌓여 버스킹 한 달 여행이라는 멋진 여행을 만들어 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더욱 모든 것에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2023년이 되면서 세상은 코로나 시대와는 확연히 다른 공기의 질을 보였다. 코로나 세상 몇 년간의 막힘과 단절, 동결의 시대가 드디어 저물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감지하고 먼저 반응하는 것은 나의 몸이었다. 꿈틀거리는 몸 안의 세포들, 그 세포들이 향하는 것은 떠나고 싶은 욕구, 여행에 대한 갈망 그리고 자유에 대한 욕망들이었다. 야생마와 같은 기질과 본성을 타고난 사람으로서 그 본성대로 살고 있지 못하는 것에 대한 어쩌면 생존에 대한 아우성이었을 것이다. 여기저기서 여행 이야기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하나둘씩 봇물 터지듯 나오기 시작하는 걸 보니 나와 같은 사람들이 참으로 많았던 모양이다.


그렇게 스위치가 켜지기 시작하자 나의 몸과 마음은 다른 시공간을 향해 기지개를 활짝 켰다. 그동안 나름대로 잘 적응하며 고요히 잠자고 있던 나의 여행력이 활화산 폭발하듯 순식간에 발동하기 시작했다. 바깥세상과 최대한 단절한 채 음악에만 몰두하고 살던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은 듯 보일 정도였다. 이미 머릿속은 제일 먼저 어디로 나가볼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 생각을 하는 순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강력하게 떠오른 곳이 한 곳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첫째 딸이 살고 있는 도쿄, 바로 그곳이었다.


첫째 딸과 나는 코로나가 시작되던 그해 말에 헤어졌다. 결혼식은 언제가 될지도 모르게 뒤로 미룬 채 자신의 가정을 꾸리기 위해 독립해서 나간 딸. 그 친구와 우리 가족은 몇 년간 만날 수가 없었다. 누구나 알다시피 일본뿐만 아니라 그 어떤 나라도 자유롭게 왕래를 할 수 없는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 그리움의 무게는 점점 커져만 갔으니 빗장이 풀려 뛰쳐나간다면 무조건 첫 번째 목적지는 첫째 딸이 살고 있는 그 나라가 될 것임은 분명했다. 그렇게 해서 도쿄로 목적지를 정하고 도쿄 한 달 살기를 목적으로 올 1월 다녀왔다. 그때의 여행기도 재밌다. 그때의 나는 여행 감각을 많이 잃어버렸던 게 분명하다. 마치 다시 여행 초보가 된 양 많은 짐들을 가지고 갔었고 돌아올 땐 더 많은 짐들을 이고 지고 왔다. 다시 생각해도 상당한 피로감이 몰려온다.


첫째 딸의 집에서 보낸 도쿄 한 달 살기가 준 많은 행복과 기쁨들 속에서도 늘 혼자 있음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알게 모르게 많은 피로가 쌓여있음을 느꼈다. 그래서 회복할 나만의 시간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모든 신경의 에너지를 끄고 혼자 있고 싶었다. 그 어떤 관계에도 에너지를 쓰지 않으며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시선은 시코쿠로 향하게 되었다. 도쿄 한 달 살기를 한 터라 일본에 대한 나의 체감온도는 거의 이웃동네 수준으로 친밀해져 있었고 아주 편안한 상태였기 때문에 더 빨리 더 쉽게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떠날 수 있었다.


도쿄에서의 한 달 살기 중 나의 인생악기인 우쿨렐레도 동행했었다. 도쿄 일상에서 나와 우쿨렐레가 늘 함께 했던 기억들은 정말 좋았고, 비록 한 번이었지만 에노시마 해변에서의 버스킹 경험은 아주 특별했다. 그래서 이젠 어디를 가든 나의 악기와 함께 해야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은 터였다. 한국으로 돌아와 한 달 뒤 이번에는 오로지 혼자서 떠나는 여행을 계획했고, 그 여행은 당연히 버스킹 여행 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만들어 준 건 분명 도쿄 한 달 살기에서 경험했던 특별함과 만족감, 행복감들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서 악기 하나 들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코쿠로 나는 떠나게 된 것이다.


자, K언니(내가 시코쿠를 여행할 당시 초기에 늘 쓰고 다니던 모자가 있었는데 거기에 K가 크게 쓰여 있었다. SNS나 유튜브에 올린 버스킹 영상을 자주 보던 사람들이 언제부턴가 날 K언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다)의 "어메이징 버스킹 여행, 시코쿠 편" 출발이다!




*매일 하루 한편씩 "K언니의 Live Road 버스킹 여행기, 시코쿠 편"이 업로드됩니다. 많이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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