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잘 지내시죠?
사실 지난 설 이후로 다시는 이 집에 발길을 끊겠노라 다짐하고 제사 음식을 장만해서 갔었습니다.
한 번쯤은 제 손으로 밥상을 차려주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그 이면에는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는 무서운 다짐이 있었어요.
그래서 어머니께서 전화 한 번 하셨을 때 받지 않았고 콜백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희 엄마도 부재중 전화를 두 번 받았지만 통화 버튼을 누르지는 못했습니다.
엄마는 무서워서라고 하시더라고요.
이번 코로나 19로 인해 가족 간의 모임이 줄어들면서 저희는 설을 엄마와 아빠와 저 셋이서 보냈습니다.
물론 어머니 생각도 했어요.
갈까 말까 갈까 말까
아빠는 단호하게 인연을 끊으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무척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을 내렸지요.
다시는 가지 말자.
만에 하나 내가 놈의 장례 때 상복을 입은 것처럼
또다시 상복을 입고 갖은 욕설을 들을까 봐 겁이 났어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계속 연락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어머니, 이해하시죠?
그러실 거라 믿어요.
가끔 부산에 가면 놈을 보러 갈게요.
오래 살 수도 있었던 놈인데..
늘 이 생각만 하면 가슴이 턱턱 막혀서 죽을 것 같아요.
어머니 가시고 나서도 명절에는 가볼게요.
걱정하지 마시고 맘 편히 잡수세요.
저 같은 게 감히 드릴 말씀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