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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태환 Aug 11. 2019

환경감수성

루트에너지의 창업 철학과 핵심가치 


국민학교 6학년 여름방학 때, 중학 수학, 영어 등 선행학습을 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당시 동네 보습학원을 운영하는 어머니 덕에 나도 그런 선행학습 무리에 강제적으로 동원(?) 될 수 밖에 없었는데...항상 "내가 왜 이걸 해야하지?"라는 고민이 들었고, 약간의 반항심에 학원을 땡땡이치고 남산도서관에서 책을 읽곤 했다. 


헤세의 싯다르타, 데미안 등을 탐독하고, 겉멋이 들어서, 이해도 못하는 두꺼운 책인 코스모스, 마의산 같은 책을 읽고 있었다. 그 중 내 인생을 변화시킨 책을  발겼했는데, 바로 스티븐 슈나이더 교수님의 <실험실 지구>였다. 나름 중학생 권장 도서여서 어머니께 선행학습(?)이라고 학원에 안가는 핑계도 될 것 같았고, 코스모스보다 1/3 정도로 얇아서 쉽게 선택했지만, 정말 내게 충격 그 자체였다. 


존경하는 스티븐 H. 슈나이더 교수님


그 책에서 <불편한 진실>의 알 고어도 언급한 개구리 비유가 처음 나온다. "펄펄 물이 끓는 냄비에 개구리를 넣으면 너무 뜨거워서 바로 뛰어나와 개구리가 살지만, 차가운 물에 개구리를 넣고 서서히 데우면 온도에 적응하며 천천히 죽게된다." 우리 지구를 천천히 뜨거워지는 지구에, 또 죽어가는 개구리를 우리 인류에 비유한 그 표현 때문에 나는 그 후 일주일 이상 악몽을 꾸고, 어린 반감으로 그런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거야라고 내가 사랑하는 엄마, 아빠도, 울 강아지도 모두 못보게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애써 외면하고, 잊으려 했었다. 그리고 십수년이 지난 후 기후위기는 현실이 되었고, 수많은 과학적 증거들이 우리가 바로 그 개구리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그레타 툰베리와 <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에 동참하는 청소년들


그때 난 용기를 내지 못했고, 기후 위기라는 사실을 부인했었다. 당연히 학교 파업이라는 반사회적 행동은 꿈도 꾸지 못했다. 하지만 이 어린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자신의 신념으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스스로 먼저 행동했다. 그녀의 행동은 전세계 순수한 환경감수성을 가진 학생들, 급기야 바티칸의 교황님을 포함한 전세계 리더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부끄럽지만 다시 성인이 되어서야, 나는 내가 생각하는 신념으로 나 나름의 행동하고 있다. 아직 척박한 에너지 환경 분야에 스타트업을 하면서, 지난 6년간 3번의 실패와 4번째 도전, 여전히 수많은 어려움으로 잠못자는 날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굴하고, 포기하지 않고 존버하고 있는 이유는 한가지다. 아직 내 가슴의 가장 근저에 국민학교때부터 살아있는 '환경감수성'의 불씨가 있고, 학원보다 도서관으로가서 반항하던 발골기질(?) 때문이다. 


내가 지금 사업을 하는 이유는 태양광, 풍력 등 에너지 사업이 유망해서, 시장이 커서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더 좋은 방식이 사업적인 접근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어쩌면 그레타와, 우리 나라에서 기후위기를 대응하기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하는 수많은 활동가, 정치인, 기업가 분들과 내가 공유하는 가치일 것 같다. 


루트에너지의 미션 "Power to the People"


짧은 동화지만, 이 동화책을 보면서 그 어떤 책보다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레타도 어떤 어려움이 와도 그녀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 포기하지 않는 가슴속 깊은 신념이, 바로 '환경감수성'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내가 창업한 루트에너지의 창업 철학이자 가장 중요한 핵심가치 중 하나가 바로 '환경감수성'이다. 그리고 매일 허슬하지만, 우리 팀은, 그리고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누적 100억원 정도, 약 3,066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9.2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에, 약 2,000명의 시민들이 투자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얻어갈 수 있는 작은 마일스톤을 달성했다. 앞으로 2천명을 넘어 2십만, 2천만의 에너지 시민들과 함께 더 깨끗하고 안전한 세상, 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반드시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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