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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소영 Oct 05. 2021

문제의 원인은 몸뚱아리가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해부학에 들어가며

나는 유서를 읽은 적이 있다. 선택된 죽음의 이유는 내가 감히 이해할 수 없는 것들도 있었고, 이해가능한 범위 안에 있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이해 가능한 이유 역시 그 깊이가 너무 깊어서 타인인 내가 감히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내가 속했던 집단 중 가장 자살이 많았던 집단은 대학교였다. 국내에서는 과 상관없이 괜찮은 평가를 받는 대학교인데.. 이 잘난 친구들은 왜 자살을 선택했던 걸까. 아니면 그 나이대 친구들이 자살을 많이 했던 걸까. 


학교에 다니면서 선배가 죽었고, 그 이후 후배가 죽었고, 잘 모르는 친구의 친구가 죽었고, 친구의 친구의 후배가 자살 시도를 했다 살아났고, 졸업 후에 또 다른 친구가 죽었다. 내가 아는 이야기만해도 이정도이다. 


그들의 유서 중에는 sns에 공개된 것도 있었다. 건너건너 아는, 그러니까 직접적으로 잘 모르는 이의 유서였지만 그 유서는 뉴스도 탔던 걸로 기억한다. 너무나도 공감이 갔던 현 시대 친구들의 무력감과 좌절감이 절절하게 적혀있었다. 이 외에 다른 친구의 유서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들의 선택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고, 고민의 깊이는 깊었다.


죽음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 개인적인 이유 중 하나는 우울증일 것이다. 앞서 말한 이들 모두가 우울증을 앓았는지 모르겠지만 자살의 큰 원인 중 하나가 우울증이므로 나는 우울증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했다.


의학적으로 우울증은 '신경전달문질 체계의 이상'이 원인인 질병이다. 여기서 말하는 신경전달물질은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과 같은 물질이다. 사람 감정이라는 게 저 세 가지 신경전달물질로 조절되고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신경전달물질들에 문제가 생기면 우울증이 생긴다는 것이다. 약물을 복용하면 앞서 말한 신경전달물질들을 증가시키는 원리로 우울증을 개선한다고 한다.


물론 우울증의 원인에는 여러 요인들이 있을 것이다. 의학적인 이유 말고도 골치 아픈 인간관계, 따돌림을 당하는 상황, 현 사회 문제, 연인과의 이별 등, 여기에 다 적지도 못할 많은 이유들이 있다. 치료에도 약물 치료 외에 상담 치료도 가능하며, 물리적인 해결만이 우울증의 해결 방법이 아닌 것처럼 사람마다 다 사정이 있는 것이니 그 사정에 맞게 치료를 해야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각자 다른 사정들이 있는데 이 사정에 '의학적인 사정' 또한 고려해볼 수 있는 건 아닐까. 

우울증을 앓고 약물 치료를 받았던 지인의 지인의 말로는 '이렇게 금방 개선되는 걸 보니 그동안 우울증을 앓았던 게 허무하다'라고 치료 후기를 남겼다고 하던데, 어쩌면 해결은 고통보다 단순한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울증 관련 수업을 듣고 난 후 나는 내가 갖고 있던 우울한 생각들이 어쩌면, 비염으로 생겨났던 내 부비동 염증과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부비동염으로 나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던 비행기 안에서, 뼈를 찌르는 듯한 고통으로 코와 머리를 부여잡고 조아려 울기도 했다. 뼈를 찌르는 듯한 고통도 만들었던 부비동염은 며칠의 짧은 코세척으로 많이 개선되었는데, 진작에 코 세척 방법을 제대로 숙지하고 부지런하게 비염을 관리했더라면 부비동염까지 번지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우울증 치료는 우울함을 해결하는 궁극적인 방법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울증을 만든 우울한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해결법이고, 우울증을 해결하는 방법은 해소법에 가까울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를 단순하게 보고 해결에 지레 겁먹지 않는 것, 더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예방하는 것, 인체를 갖고 있는 자가 인체를 의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인간의 조건이지 않을까. 


사람의 고통은 싸이렌처럼 추상적이고 고통스럽게 울린다. 지끈지끈하고 지긋지긋하며 울렁울렁하다. 그 해결은 고통 이상으로 복잡하고 어려울 수도 있고, 고통의 발톱에 때만큼 단순할 수도 있다. 치료 가능한 많은 질병들은 후자에 속할 것인데, 우리는 치료 가능한 선에서 고통보다 단순하고 분명한 우리 몸에 대해서 미리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비록 내가 말하고자하는 육안 해부학은 포괄적인 의학이라 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글이 미약하게나마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이해하는 데 볼 수 있는 기초의학의 가이드북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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