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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슬아 Mar 17. 2020

무인(無人)문화, 그 속에서 변모하는 마케팅

플랫폼 기반 비즈니스 마케팅 전략


Intro. 앱으로 주문하는 커피 한 잔.



출근길 - 회사에 도착하기 전 어김없이 카페에 들린다. 졸린 잠을 깨우기 위해, 아니 거의 살기 위해(?) 마시는 모닝커피다. 매장에 도착하자 사이렌 오더로 주문했던 커피가 나온다. '주문하신 이세......' 닉네임을 다 부르기도 전 커피를 챙기고 핸드폰을 쳐다보니 8시 57분. 3분이 남았다. 한 손에 커피를 든 채 회사 건물로 최대한 천천히 걸어간다. 인생 참 퍽퍽하다.


그렇게 오늘은 구수한 커피 향과 함께 아침부터 마케팅 모먼트가 찾아왔다.

텀블러와 함께하는 어느 평범한 출근길.


1. 무인(無人)시대, 사람이 없다.


일본식 파스타를 먹으러 들어가는 입구. 내 키를 훌쩍 넘는 주문머신이 나를 맞이한다. 클릭, 클릭, 클릭. 몇 번의 터치와 신용카드 주입만으로 주문이 들어갔는지 주방에서 분주함이 느껴진다. "이랏샤이마세(어서오세요)!" 힘찬 인사가 날 반기더니 몇 분 후 스윽 파스타가 자리로 도착한다. 혼밥을 하기에 최적화된 바 테이블 형태의 식당이다. 음식을 만드는 직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절된 공기가 대화는 섞지 않는다. 식사를 마치고 떠나는 뒤통수 뒤로 직원의 인사가 들린다.


사람이 없다. 아니 사람은 있는데, 마주하고 대화할 기회가 사라졌다. 주문 머신이, 식당 인테리어가, 애플리케이션이 사람이 하던 일들을 대신해준다. 편리하고 간편하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이 편리한 일상들이 나에겐 불편해지는 마케팅 모먼트가 찾아왔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일상에 서서히 자리잡은 무인·비대면 문화 - 마케터로서 이 문화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주문을 하고 음식을 다 먹기까지 직원과 한마디도 할 수 없었던 식당. 말을 걸어주길 원한 것은 아닌데 왠지 서글픈 이 느낌은 뭘까?


제레미 레프킨이 2001년에 쓴 [소유의 종말]이라는 책에서, 이전 시대가 물질을 '소유'하는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접속'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필자는 좀더 나아가 '플랫폼' 시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초고속 인터넷을 기반으로 모든 비즈니스가 플랫폼을 단위로 진행되는 시대 - 플랫폼의 등장은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 아닌 사람과 기술(플랫폼)의 연결로 관계의 대상을 변화시켰다. 비대면 문화는 시스템에 의해 인간이 서로 더이상 대면하지 않는 기조가 보편적 사회현상이 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주문 머신이, 애플리케이션이, 시스템이 요구하는 행동만 하면 되니까. 신속성, 편리함이 최고의 가치가 되어 인간도 모르는 사이 시스템에 종속되어 살아가는 삶 - 내가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는 걸까?


최근 비대면 문화를 리딩하는 플랫폼으로 배달음식 앱이 있다. 혼자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거나 식사시간이 불규칙할 경우 늦은 시간에도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 그것도 혼자 맛있고 푸짐하게. 몇년 전까지만해도 '아웃사이더'의 행동으로 여겨졌던 혼밥문화가 이제는 요식업계 트렌드가 됐다. 다른 장점도 많다. 요식업 운영자 입장에서는 오프라인(매장) 채널 외에 또 하나의 판매채널이 생김으로써 추가 수요를 창출한다. 식당에서는 고객응대량이 줄어듦으로써 사람을 상대함으로 발생하는 피로도가 감소한다.


그런 점에서 배달음식 앱은 단순히 음식을 팔고 사는 서비스가 아니다. 요식업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이자, 거대한 생태계가 그 안에 존재한다. 플랫폼 안에 서식하는 각 플레이어들(플랫폼 운영자-음식업자-소비자)은 서로에게 수익과 편리함을 제공하며 Win-Win구도를 형성한다. 하지만 플랫폼이 제공하는 편리함과 더 큰 수익 저변에는 어쩌면 또다른 가치들이 교환(Trade-off)된 것은 아닐까. 기술문명 시대 - 플랫폼이 마냥 좋은 것이라는 생각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현대사회, 기술로 인해 편리함을 누리지만 결국 더 외로운 모습을 그려보았어요. 우리는 사람이 아닌 플랫폼과 대화하며 살아가고 있진 않나요?



2. 비대면 문화, '초연결성'이 깔려있다.


그렇다면 플랫폼 시대 비대면 문화를 단순히 사람 간 단절(Disconnection)로 이해해야 할까? 비대면 문화의 기저에는 '초연결성(Hyper-connection)'이 깔려있음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 5G, 전 세계에서 인터넷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에 살고 있다. 손바닥만 한 모바일에서 수십 개의 서비스 플랫폼이 어떠한 버퍼링 없이 작동하고 사람들을 연결하는 시대에 살아간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서로 '극도로 연결'되어 있지만 '단절'된 것 같은 경험과 감정을 마주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삶의 활동영역이 현실세계에서 가상공간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단단한 대지를 밟았을 때만이 느낄 수 있는 안정감과 연결성이 사라지고, 무중력 우주공간을 떠다니는 것처럼 가상세계를 살아간다. 불안하고 외롭다. 이때 플랫폼은 가상세계을 살아가는 개인의 활동 단위가 된다.


또다른 이유는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 발생하는 수많은 비정형 관계가 시스템 안에서 정형 관계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비정형 관계가 정형 관계로 전환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일례로 구글 또는 페이스북 플랫폼을 살펴보자. 모든 고객대응(C/S)을 플랫폼에서 이미 나열된 대답, FAQ로 대체한다. 고객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상황을 정의할 수 있고, 그것들을 기술(플랫폼)이 모두 다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 위에 세워진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2년 전 해킹당한 내 페이스북 계정은 여전히 어떠한 답변도 받지 못한채 유령 계정으로 남아있다. 마치 그들의 태도는 '너의 요청사항을 들어줄 직원은 없으니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답변을 참고하세요'다. 참고로 광고지출액이 큰 고객들로만 선택적 대응하는 플랫폼으로 두 회사는 유명하다.


논의를 이어가기 전, 플랫폼 비즈니스 혹은 특정 사업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아님을 밝혀둔다. 분명한 사실은 플랫폼 비즈니스가 21세기 새로운 부가가치와 편리성, 그로 인한 부를 가져다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기술을 의존하는 인간은 여전히 다른 형태의 불편을 느끼고 있으며, 플랫폼을 가진 자들에게 권력이 존재하고 그로인해 계급이 형성된다. 소비자는 시스템이 규정한 행동만을 하는 인간으로 전락하고 의존하며, 현실세계에서는 사람과 사람간 단절을 경험케 한다.


마케터로서 플랫폼 비즈니스의 양면성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소비자를 이해함으로써, 지금 이 시대 어떤 마케팅이 필요한가를 고민하며 실천해나가는 용기와 혜안이 필요한 시기다.



3. 플랫폼 기반 마케팅의 핵심역량 (3)


플랫폼 기반 마케팅은 기존 접근법 대비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먼저 두 가지 유형의 마케터가 존재함을 이해해야 한다. 첫번째는 플랫폼 비즈니스 자체를 마케팅하는 마케터다. 와디즈나 오늘의 집 마케터가 이에 속한다. 두 번째는 특정 플랫폼 활용하여 자신의 상품을 판매하는 마케터다. 이들은 플랫폼 내 'B2B 소비자'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전자 마케터를 기준으로 논의를 다루고자 한다.


플랫폼 기반 마케팅은 더 복잡해졌을 거라 예상하지만 의외로 심플하다. 플랫폼 자체가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중심채널이 되기 때문이다. 여러 판매채널, 마케팅 채널에서 개별 소통함으로써 발생하는 수많은 케이스들이 플랫폼을 중심으로 정리된다. 이는 동전의 양면처럼 플랫폼을 중심으로 '중앙집권적' 구조가 형성됨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플랫폼 기반 마케팅은 2가지 활동이 병행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된다. [플랫폼에 유입·재유입시키는 전략]과 [서비스 내 고객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추가로 [플랫폼 내 사용자 경험]이 마케팅만큼 중요해지는데, 이는 소비자가 마케팅 예산 없이도 플랫폼을 자발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1) 플랫폼에 유입(Onboarding) 시키기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핵심성공요소(KSF)가 있다. 이것은 마케팅 목표와 직결되는데 바로, '얼마나 많은 사용자(How many)가 해당 플랫폼에 자주(Often) 접속하느냐'다. 플랫폼은 하나의 큰 생태계와 같아서 한번 유입되면 그 안에서 시스템에 따라 사용자 경험이 흘러간다. 그러므로 전초 단계에서, 플랫폼에 최초 접속(First Access)하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동종업계 플랫폼 경쟁이 시작되는 시점에 접속 수는 중요한 지표로 평가된다. 플랫폼 간 경쟁은 초기 시장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정인데, 대부분 비즈니스 모델이 유사하고 비슷한 시점에 플랫폼이 우후죽순 등장하기 때문이다.


마케터는 신규 소비자의 유입, 기존 소비자의 접속 수·빈도수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마케팅 활동을 펼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떤 마케팅 전략을 사용할 것인가? 업계나 예산의 규모에 따라 차이가 존재하지만 크게 두 가지 전략을 병행해서 진행한다. (1) 플랫폼 자체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유도하는 브랜딩 전략, 그리고 (2) 실제로 사용자가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액션을 유도하는 퍼포먼스 마케팅이다.


첫 번째 브랜딩 전략은 넓은 차원의 접근으로써 플랫폼의 비즈니스 가치(Value)와 아이덴티티(Identity)를 잘 보여주는 스토리텔링 능력이다. 플랫폼의 컨셉이나 차별 강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기에, 서비스기획적 이해가 필요하다. 특히 플랫폼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플레이어간 Win-win 포인트를 자세하게 정의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B2B소비자에게는 왜 타경쟁 플랫폼보다 자사 플랫폼을 사용해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좋은지, B2C소비자에게는 왜 해당 플랫폼을 사용해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 좋은지 - 전체 플랫폼의 컨셉을 그리되, 다양한 각도에서 어필 포인트를 찾아내야 마케팅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다.


동종업계 경쟁업체가 많거나 타 플랫폼과 성격이 유사할 경우, 브랜딩 캠페인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며 집중하는 경우도 있다. 배달의 민족의 경우, 후발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참신한 카피와 신선한 마케팅 아이디어로 브랜딩에 집중해서 업계 1위가 된 케이스다.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은 치킨 맛을 감별하는 전문가를 뽑는 행사로, 배민스러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신선하게 전달했다.

배달의 민족 치믈리에 시험 현장. 사람들이 진지하게 치킨 맛을 음미하고 있다. / 출처  : 조선일보



(2) 퍼포먼스 마케팅의 최강자, 이커머스 플랫폼.


두 번째 유입 전략인 퍼포먼스 마케팅은 사용자가 실제로 플랫폼에 접속해서 서비스를 사용케하는 전략이다. 앱 다운로드 혹은 회원가입, 구매 등 소비자의 행동(Action)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퍼포먼스 마케팅(Performance Marketing)'이라고 부른다. 사용자가 실제로 해당 플랫폼을 접근,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토대를 조성한다.

모든 연령대에서 쿠팡이 쇼핑앱 1위를 차지했다. / 출처 : 한경닷컴


퍼포먼스 마케팅의 최강자로 흔히 이커머스 사업자를 꼽는다. 특히 쿠팡과 같이 오픈마켓 유형의 이커머스 플랫폼은 판매자들의 [제품홍보-결제시스템-고객평가]까지 전체 유통모듈을 플랫폼 안에서 원스탑으로 제공한다. 최근 쿠팡이 대한민국 소비자가 사용하는 이커머스 앱 1위를 차지했다. 판매자 자격에 제약없이 누구나 다양한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하는 '오픈 플랫폼' 성격이 한 몫을 했지만 또다른 성공요인이 바로 퍼포먼스 마케팅이다.


쿠팡은 퍼포먼스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진행하기로 유명한 사업자다. 그들의 월 마케팅 예산은 억 단위인데 그만큼 브랜딩 및 퍼포먼스 마케팅 외에는 특별히 집행하는 마케팅이 없기도 하지만, 마케팅 예산을 태운만큼 구매가 일어나는 ROAS* 기반으로 마케팅 효과를 평가하기 때문에 사실 광고를 해도 대게 수익이 남는 구조다. 그들의 퍼포먼스 마케팅 수준은 아마 전 세계에서 1위 수준이라 예상해도 무리가 없다.


   * ROAS(Revenue Out of Ad Spending)이란 투자 대비 수익을 의미하는 ROI(Revenue out of Input)의 세부지표로서, 광고(마케팅) 예산 대비 얼마의 매출이 발생하는지를 측정하는 마케팅 성과지표 중 하나다.


예전에 다른 이커머스 클라이언트와 잠깐 일해본 적이 있는데, 정교한 마케팅 집행방식에 깜짝 놀랐다. 월 예산규모가 최소 몇 천만원 이상으로 크면서도 일원 단위의 효율성까지 챙기며 운영하는 이커머스 캠페인은 과연 퍼포먼스 마케팅의 정수를 경험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이커머스 사업자가 집행하는 퍼포먼스 캠페인은 크게 3가지 접근법을 중심으로 한다. 첫 번째는 모든 광고를 소재(제품 이미지) 단위로 세분화시키는 방법이다. 태그는 광고를 최적화하고 효과를 측정하는 데 있어서 구분자(Identifier) 역할을 하는데, 얼마나 꼼꼼하고 정확하게 태깅을 하느냐가 성과분석 깊이를 결정한다.


페이스북에서 이런 형태의 광고 보신적 있으시죠? 쿠팡이 주로 집행하는'슬라이드 광고'인데, 제품별로 구분자를 걸어서 반응이 좋은 소재를 평가합니다.


두 번째는 태그가 걸려있는 광고소재를 모아 상위단계 소비자 세그먼트로 묶어 광고를 진행한다. 이 단계 역시 최대한 구체적으로 쪼개서 운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시기별/연령별/관심사별/집행채널 등 소비자를 다양한 세그먼트로 나누고, 그 하단에 다양한 광고소재를 연결하는 것이다. 특별 테마 프로모션이 진행되는 기간에는 별도 캠페인이 세팅된다. 몇 백~몇 천 개의 광고 그룹들로 이루어진 그들의 캠페인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꼼꼼하고 정교한 운영 경험이 필수적이다. 여기에 소비자 반응을 개선하는 유사·맞춤 타겟팅 혹은 리타겟팅과 같은 광고기술이 추가로 적용된다. 예를 들어, 플랫폼으로 유입은 되었지만 제품 구매까지 연결되지 못한 소비자들을 따로 묶어서 소재를 재노출하는 방식이 바로 리타겟팅이다.


마지막으로 퍼포먼스 마케팅의 핵심인 캠페인 최적화다. 특정 제품을 어떤 유형의 소비자들이 많이 구매했는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케팅 운영단계에 반영해 성과를 개선하는 방식이다. 개별단위의 광고소재나 구매 건으로는 보이지 않던 마케팅 인사이트가 전체를 묶어서 다양한 각도로 분석을 해보면 어떤 부분에서 비효율성이 발생하는지, 높은 효과를 보이는지 찾을 수 있다. 이때 마케팅 데이터와 구매 데이터를 연결해서 구매전환율을 분석하기도 하는데, 어떤 소비자 그룹에서 한번의 클릭으로 평균 얼마의 매출을 발생시키는지까지 성과측정이 가능하다.



(3) 소비자의 시간(Time)을 차지하기.


위에 설명한 두 가지 전략 - 브랜딩과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사용자가 일단 플랫폼에 유입되면, 이제는 접속(Access)에서 시간(Time) 개념으로 마케팅 목표가 확장된다. 소비자의 시간을 소유하는 것 - 수많은 플랫폼이 존재하는 온라인 상에서 절대적 시간을 장악하는 것은 플랫폼 생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일주일에 2번이 아닌 매일 접속하게 만들고, 한번 접속했을 때 5분이 아닌 30분 동안 서비스를 사용하게 하는 것이다. 핸드폰 중독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최근 플랫폼 정체성을 전면으로 바꾼 '무신사'가 그 예다. 2019년 연말까지만 해도 쇼핑몰 앱 형태의 화면 UI/UX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메인화면에서 판매하는 제품 이미지를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대대적인 리뉴얼에 들어갔다. 무신사가 자신들을 '패션문화 콘텐츠 플랫폼'으로 발표한 직후다. 무신사가 단지 유명해져서 그런 변화를 의도한 것일까? 돈을 많이 멀어서? 결코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바로 소비자의 시간을 차지하려는 전략이다. 지속적으로 플랫폼을 업데이트, 부가가치를 전달함으로써 플랫폼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시간을 얻기 위한 전략이다. 어떤 가디건이 올해 유행할 것인지부터 가디건을 코디하는 꿀팁까지 - 관련 콘텐츠를 확인하면서 가디건을 구매하는 경험은 쇼핑 플랫폼에 머무르는 시간을 크게 증가시킨다. 결국 무신사는 패션 미디어가 됨으로써 패션업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의 시간을 차지하는데 마케터로서 가장 수월하게 활용할 수 있는 요소가 바로 문화 콘텐츠다. 더 나아가 코어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구체적으로 고민해보고, 관련 요소를 플랫폼 서비스 또는 마케팅 전략으로 녹여내는 방식도 소비자의 시간을 확보하는 좋은 방법이다. 결국 살아남는 플랫폼은 소비자와 함께 계속해서 성장한다. 마케터 역시 소비자와 함께 성장한다.

최근 달라진 무신사 앱 화면 모습. 코디 추천과 중고거래, 커뮤니티까지 패션의 모든 콘텐츠를 다 담아둔 형국이다. / 출처 : 무신사 앱 화면



4.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내는 고객 경험(C/S).


마케팅을 잘한다고 해서 플랫폼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플랫폼 시대 마케팅은, 서비스의 초기 유입을 안내하는 인도자의 역할을 할 뿐이다. 유입 이후 핵심이 되는 요소는 바로 사용자 경험이다. 몇 초의 버퍼링만으로 앱에서 쉽게 떠나거나 삭제할 수 있는 대한민국 인터넷 환경으로 인해 사용자 경험은 플랫폼 성공에 결정적이다. 특히 한국 사람들의 '빨리빨리' 성향은 플랫폼이 가질 수 있는 고객대응 시스템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가 플랫폼에 유입되었다면, 긍정적인 사용자 경험을 통해 재유입시키는 동력으로 순환되어야 한다. 부정적인 상황에 대응하는 체계가 더욱 중요함을 필자는 강조하고 싶다. 고객에게 문제가 발생한 상황에서 신속하고 친절한 고객대응은 소비자의 이탈을 막고 오히려 충성도를 높인다. 궁극적인 목표는 마케팅 예산 없이도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플랫폼을 방문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렇게 안정적인 고객층이 형성된 이후에는 플랫폼 내 혹은 자사 채널을 통한 다이렉트 마케팅을 활용하여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그러므로 플랫폼 기반 마케터는 서비스 기획자이자 동시에 고객대응 역할까지 관여한다. 소비자가 플랫폼을 최초 사용하는 순간부터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시기까지 생애주기적 관점에서 플랫폼을 함께 개선시켜나가야 한다. 물론 이러한 고객접점에서 발견하는 인사이트가 마케팅 기획에 있어서도 아이디어로 활용된다.

플랫폼 안에 거주하는 소비자군의 관계를 고려하며, 마케팅 없이도 플랫폼을 사용하는 순환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마케터의 역할 아닐까요?


Outro. 사람과 사람, 두 우주가 만나는 일.



"이세라님, 주문하신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매일 바쁜 일상 - 픽업하는 커피로만 향한 내 시선을 직원에게 돌리기 시작했다. 이번 플랫폼 관련 글이 깨달음을 준 것일까? 기술이 인간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너무 연결되어서 단절돼버린 일상의 만남들이 소중하게 느껴져서일까?

이제 더 열심히 눈을 마주치며 웃으며 감사하게 커피를 받겠습니다. 직원분께서 싫어하실 수도!

 

플랫폼이 사람의 행동과 생각, 생활방식까지 규정짓는 21세기 이 시대 속에, 나는 과연 어떤 마케터가 되어야 할까?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만이 발생하는 복잡미묘한 다양성과 불안정성 - 그 인간다움(Humanism)이 상실되지 않는 마케팅이길 바라본다.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만드는 마케팅, 핸드폰으로 향하는 시선을 떼어내 현실세계 사람들과 웃으며 대화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마케터 말이다.


1% 오차도 없이 빠르고 스마트한 기술문명시대 - 어쩌면 2% 부족한 인간성 가득 묻는 마케팅이 소비자에겐 필요하지 않을까? 어쩌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도 그런 마케팅을 바라고 있을지도.



* 현재 <일상에서 발견하는 마케팅 이야기> 브런치 매거진은 디아이매거진 과 디지털 인사이트(Digital Insight) 페이스북 채널에 월간 칼럼으로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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