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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하 Aug 28. 2018

다녀오겠습니다 [2018버닝맨편] #3-1 출발전 여행

코리안 백수 청년의 무모한 버닝맨 탐방기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고 버닝맨 출발전까지 하루간의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아직은 역마살이 단단히 낀 나는 그 하루마저 샌프란시스코를 방방 누비기로 결심했다. 첫 번째로 다녀온 곳은 알카트라즈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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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의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섬 알카트라즈. 아마 샌프란시스코를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이 여기일 거다.

샌프란시스코의 항구로부터 불과 1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이 섬. 하지만 이 섬은 불과 70년전만 해도 버드맨, 알카포네 등 미국에서 가장 악명높은 죄수들을 수감하는 공간이었다. 말하자면 섬 전체가 거대한 교도소인 셈. 지금은 샌프란 최고의 관광수원으로 한달 전에도 이미 예약이 꽉 차있는 시끌벅적한 섬이 되어버렸지만, 여전히 관광객들에게 이 섬의 관광테마는 교도소. 33번 피어에서 페리를 타고 이동해야한다.



극악무도한 희대의 죄수들이 몸담고 있던 공간이라 그런지 섬에 도착하자마자 기분이 오싹했다.

도슨트 투어는 건너뛰고 바로 교도소 본건물에 들어갔다. 한국어도 지원되는 오디오가이드를 끼고 한시간 반가량 교도소 건물을 돌아다녔다. (나는 더빙안된 수감자들의 실제 목소리를 생생하게 듣고 싶어서 영어가이드를 빌려서 들어갔는데, 1시간 넘게 이어지는 오디오인줄 알았더라면 편하게 한국어로 빌렸을 거라며 후회했다...)



이날따라 햇볕이 쨍쨍했는데 교도소 건물사이로 비춰들어오는 빛이 너무 따뜻했다.

교도소는 정말 보존이 잘되어있었다. 잔잔한 오디오가이드의 목소리를 따라가다보면 과거 수감자들의 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었는데 안타까운 교도소 총격사건 현장도, 세기의 탈옥사건이 일어난 감방도 발견하게 된다. 특히 그 독방 내부에 혼자 들어갔을때의 소름끼치는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여기서 어떻게 몇십년을 살았을까.



교도소 복도의 모퉁이에 난 작은 창문들을 통해 금문교와 샌프란시스코의 경치가 눈에 들어온다.

감옥이라는 게 실감이 나지 않을정도로, 주변 경치가 장관이다. 만약 여기가 감옥이 아니었더라면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이 가장 아끼는 휴양지가 되어있지 않았을까.



오디오가이드는 최종적으로 관람객들을 밖으로 안내해서 샌프란시스코의 화려한 경치를 보여준다.

그렇게 아름다운 샌프란시스코의 경치에 감탄하고 있을 때쯤, 오디오가이드에서는 수감자 한명의 목소리가 애처롭게 울려퍼진다.

이곳에서의 하루하루가 정말 지옥같았어요. 나는 가질 수 있는 걸 다 가졌는데. 저렇게 눈부신 도시를 1km 앞에 두고 바라만 봐야한다는게, 정말 그냥 지옥이 따로 없었어요.

그 경치를 보면 누구나 깨달을 것이다. 그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웠을 것은 역설적이게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샌프란시스코의 전망이었을 거란 사실을. 저렇게 아름다운 도시를 눈에만 담은 채 여생을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것이 죄수들에 주어진 최악의 비극이었음이 틀림없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들이 죄의 대가로 치렀을 자유를 통해서,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자유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아마 수감자들은 매일매일 후회속에 살지 않았을까. 자유의 의미를 과소평가했던, 그렇게 경각심을 잃었던 것을 그들은 평생에 걸쳐 뉘우치지 않았을까.



그게 좀 다른 의미로 다가올 때도 있다. 아름다운 세상을 눈앞에 두고 정작 자기가 그것을 즐길 수 없다면 그곳이 감옥 아닐까? 편견의 감옥, 일의 감옥, 관계의 감옥, 성의 감옥, 사상의 감옥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사람들이 안타까웠다. 우리도 결국 매일매일 감옥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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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명이라 운이 좋아서 전날 취소표 난 걸 구했는데 원래는 한달전에 예약해도 늦다고 한다.

한번쯤 볼만한 가치가 충분한 것 같으니 볼 사람들은 미리미리 예약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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