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하 Aug 28. 2018

다녀오겠습니다 [2018버닝맨편] #3-2 출발전 여행

코리안 백수 청년의 무모한 버닝맨 탐방기

다음으로 향한 곳은 히피문화의 고장, 헤이트 스트릿이다. 버닝맨의 뿌리가 되는 문화가 히피문화인 만큼 버닝맨과 헤이트 스트릿은 떼놓고 말할 수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은 이미 축제분위기였다. 들어가는 가게마다 올해 버닝맨에 가냐고 물어보던 사람들. 그리고 매장 곳곳에 버너들을 위한 귀여운 문구들.

-

-

-



버너들을 위한 특별공간이 마련되어있다는 이 가게.

지금으로부터 약 오십년 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을 외치던 젊은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노래 가사를 통해 복음 전파했고, 음악은 마치 종교처럼 퍼지기 시작하여, 마침내 세상이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헤이트 거리의 상징과도 같은 건물.

그들은 대마초를 태우면서 평화를 외쳤다. 평화를 상징하는 기호를 만들었고, 모든 존재의 평등을 주장했다. 그 존재의 출발점에 있는 자연을 사랑했고, 감성을 중시했다. 그렇게 노래를 불렀다.

Imagine there's no heaven

사상과 소유, 이념과 탐욕에 굴하지 않고 모두 같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이상세계를 꿈꾸면서 말이다.



벌써 버닝맨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만드는 가게들.

믿음은 열병처럼 번져서 전 세계의 젊은이들을 설득시키기에 이른다. 이것은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되었고, 우리는 이것을 이름하여 '히피운동'이라고 일컫는다.



히피들의 상징과도 같은 색인 무지개색이 사방에 널려있다.

그러한 히피운동의 거센 물결이 시작된 곳이 바로 이 샌프란시스코. 그중에서도 헤이트 스트리트다. 히피들에게는 정말 역사적인 거리인 셈. 상상속에서나 존재하던 그런 옷과, 악세사리와, 또 그걸 입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이곳에 있다. 저번에 왔을때는 시간에 쫓겨서 그런지 그냥 오래된 히피거리라고만 느꼈는데, 여유롭게 걸어다니면서 다시 보니깐 세련된 가게들도 많다. 21세기 히피문화거리 같은 느낌이라 해야할까. 길거리에 널부러져있는 보헤미안들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지만.



헤이트 스트리트에서 만난 두 친구. 이름을 까먹었다.

길을 가다가 Body modification을 잔뜩 갖고 있는 두사람을 만났다. 사진을 너무 찍고 싶은데, 몰래 찍으면 너무 무례한 일인것 같아 대화를 시도했다. 처음 대화를 할려고 다가갔을 때 오른쪽 친구의 눈을 보고 진짜 깜짝놀라서 표정을 가까스로 감췄다. 그때 조금 무섭긴 했는데 같이 대화를 나눈 5분뒤, 만감이 교차했다. 내가 대화를 하려고 시도하지 않았으면 여전히 속으로는 '와 미쳤다 왜저러고 다닐까...'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는데, 막상 얘기를 나눠보니 진짜 너무 순수하고 좋은 사람들이었다. 단순히 보이는 것만 가지고 또 무시하고 지나갔더라면 저 사람들은 얼마나 억울할까. 나는 또 여전히 사회가 정의한 평범의 기준에 맞추어 그들의 가치를 정의내리고 있었겠지.

이제야 첫번째 인터뷰에서 Priscilla가 했던 말들을 100% 이해하게 된 것 같다. 그녀가 들려주었던 한편의 이야기가 문득 생각난다. 신체변형예술가로 유명한 Vampire Women이라는 여성이 있다. 구글에 그녀의 사진을 찾아보면 진짜 무서운 뱀파이어가 따로 없지만, 사실 그녀는 멕시코의 유명한 변호사다. Priscilla가 물었다. "우리가 감히 그녀를 생각없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너 변호사보다 똑똑해?"

그렇다면 세상을 둘러싼 편견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그 가운데서 정말로 중요하게 빛나는 것이 무엇일까. 보이는 것만으로 세상을 판단하기에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을 요즘들어 수없이 깨닫고 있다.



사고 싶은 만화책이 너무 많았으나, 버닝맨 사진집 한권 산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페미니즘, 젠더권력, 인종문제, 환경문제, 성적다양성. 세계를 들었다놨다 하고 있는 뜨거운 토픽들이 모두 모여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서점이다. 독립서점이라고 하기에도, 아트북서점이라고 하기에도, 단어가 그 뜻을 다 못품는 것 같아 그냥 히피서점이라고 불러야겠다. 뉴욕의 독립서점 수십곳을 둘러보았지만 이렇게 [급진적인] 서점은 찾아보지 못했다. 히피문화에서만큼은 샌프란시스코가 독보적이라는 사실을 과시하는 것만 같다. 모든 출판물들의 디자인과 내용이 매우 급진적이었다.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거칠게 비판하고, 노골적으로 그렸다. 한권 한권이 각각 신선한 충격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음반체인 아메바 뮤직. 이곳에 있는 CD와 LP를 합치면 10만장은 그냥 넘는다고.
아니나 다를까 롤링스톤즈의 CD만 300개가 넘는다. 나는 왜 돈이 없는가.

히피문화 하면 또 떼놓고 설명 수 없는 것이 바로 음악이니 만큼 1990년대에 생겨난 이곳은 아마 헤이트 스트릿에서 가장 유명한 가게일 것이다. 근처 전설과도 같던 리사이클드 레코드가 폐업하면서 이곳은 샌프란의 독보적인 음반매장이 되는데, 히피거리의 출발점에 위치한 만큼 가게 내부도 6-70년대 전설적인 밴드들의 포스터로 가득 매워져있다.

비틀즈의 앨범만 500장을 넘게 본 듯 하다. 몇십만원하는 희귀 레코드가 있는가하면 중고 CD는 만원도 하지 않는다. 가장 사고 싶었던 것은 1969년 우드스탁 페스티벌에서 무료로 공연하고 있는 (그 당시 엄청난 사건사고를 일으켰던) 롤링스톤즈의 모습을 담은 포스터였는데, 너무 비싸서 금새 포기했다. 사실 여기도 한달 전에 왔던 곳인데 그냥 또오고 싶었다. 매장안에 울려퍼지는 지미 핸드릭스의 Voodoo child를 들으니 또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게 안에 세상의 모든 색이 다 들어있는 느낌이다.

히피들은 혁명가인 동시에 몽상가였다. 그들이 꿈꾸는 세상은 여전히 찾아오지 않았지만, 세상을 충분히 바꾸어 놓았다고 생각한다.

- 생각에 한계를 두지 않는 마음.

- 다른 사람들의 가치를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 자세.

그 결과로서 그들은 자신의 가능성을 무한히 표출해냈고, 그 다양한 표현은 또다른 누군가의 영감이 되었다.

바로 버닝맨처럼 말이다. 기존관념, 익숙함, 고정적인 가치관에서의 자유가 또다른 창의력을 낳아준다니. 버닝맨이 조금 더, 기대가 되는 이유다.



-

-

-

써놓고 보니 히피문화를 너무 추켜 세웠다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주관적인 생각일 뿐이다... 역시 꿈보다 해몽!

이전 06화 다녀오겠습니다 [2018버닝맨편] #3-1 출발전 여행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