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하 Aug 28. 2018

다녀오겠습니다 [2018버닝맨편] #2-3 사전인터뷰

코리안 백수 청년의 무모한 버닝맨 탐방기

-

-

-



세번째 이야기 - Amanda
사막에서 다시 만난 아만다. 우리캠프에 놀러왔다.

다분히 괴짜처럼 보이는 그는 이래뵈도 버닝맨 8년차의 프로버닝러다. 올해도 참가는 당연하고 딥플레야(창작활동이 일어나는 사막의 중심부)에서의 미디어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한다. 폴란드 출신이면서 실리콘 밸리 어딘가에서 일하고 있는 (너드)엔지니어쯤으로 소개하면 될려나. 몇 년 전까지는 시애틀에서 일을 했는데, 사막까지 15시간을 달려가곤 했다고. 뉴욕에서 이틀을 운전해오는 사람도 있는데 15시간쯤은 별거 아니란다.



왜?

한두 번도 아니고 왜 여덟 번 씩이나 이곳을 찾는 건가요? 이건 정말 보이지 않는 물음표 20개 정도를 달고 물었던 질문이다.

"사람 때문이죠. 매년 다른 사람들이 찾아오고 매년 새로운 대화들이 오가잖아요. 그 과정에서 매년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그 아이디어로 한동안 버티고 또 다시 아이디어를 찾아 그곳으로 떠나는 것 아닐까요."

한때 영국에 살기도 했던 그는 글래스톤베리 축제도 두 번이나 참여 했다고 하는데 나는 그전까지 글래스톤베리라고 하면 음악과 조형물이 결합된, 영국식 버닝맨쯤 될 거라 짐작했었다.

"음악, 시각예술, 하드코어 그런 키워드는 서로 비슷한 면이 있지만 말하자면 버닝맨과 글래스톤베리는 달라요. 글래스톤베리는 주최측과 관람측이 뚜렷하게 구분된 축제라면 버닝맨은 그 경계가 모호하죠. 버닝맨에서 참가자는 단순한 관객이 아니라 행동의 주체거든요. 참가자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사막에서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아요. 주최측에서는 땅만 내주는게 전부니까요. 그러니 버닝맨은 우리가 직접 만들어가는 축제죠. 실제로도 그 모든 사람들은 아무런 대가 없이 쌓아왔던 실험정신을 발휘하구요."

아, 그리고 하나 더 있다. 버닝맨에는 일반적인 금지가 없다. 통행금지, 나체금지, 촬영금지, 고성방가금지, 불장난금지 등등. (소지를 금지하는 품목과 몇 가지 특수적인 금기사항은 있다. 인간 외 살아있는 동식물, 허가 받지 않은 대형촬영장비, 총 소지 금지 / 로고사용과 브랜딩금지, 화폐거래금지, 흔적남기기금지 등)



무엇을?

8년 동안 꾸준히 애정을 가져온 만큼 그 경험을 통해 배우고 느낀 부분도 많았을 텐데, 그중에 가장 큰 깨달음이 있다면 무엇이었을까.

"왜 사람들은 흔히 미쳤다는 말을 자주 쓰죠. 가령 내가 사막 한 가운데 거대한 이글루를 짓고 그 안에서 밴드연주를 하고 싶다고 한다면 누가 그걸 진지하게 받아들이겠어요. 근데 진짜 그걸 해내는 사람들이 여길 찾아와요. 어떤 아이디어도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건 없다고 말하는 것 같지 않나요? 기존 세계에서는 미쳤다고 손가락질 받을 상상력들이 이곳에서는 날개를 달고 날아다니죠. 미친 사람들이 환대받는 곳. 그 사람들의 소중한 아이디어를 소중하게 다뤄주는 이곳을 매년 잊지 않고 찾아와요. 그렇게 수많은 영감들을 얻어가려는 거죠."

그는 첫 버닝맨 경험 때만 해도 자기가 8년 동안 이곳을 찾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처음 버닝맨에 오기 전까지 나는 내가 충분히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사람이다 라고 생각 했어요. 주변 친구들로부터 항상 너는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는 식의 얘기를 들어왔으니까요."

하지만 의외로 첫 버닝맨 경험은 그에게 실망을 가져왔다.

"다른 게 실망스러웠던 건 아니에요. 사막위에 별로 멋지지도 않은 작품이나 벌거벗은 채 브래지어만 찬 할아버지를 보면서, 이건 너무 낭비야, 저건 도대체 왜 만든 거야,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말하지, 저 사람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하고 열렬히 비판하기 바빴죠. 제 기준에서 과하다 싶으면 깜짝 놀라고는 신랄하게 깎아 내렸구요."

그렇게 집에 돌아가니 돈이 아깝더란다.

"거기까지 가는 데 돈이 한두푼 드는 것도 아닌데, 아무것도 배우고 느낀 것 없이 와서 억울하잖아요. 근데 그러다가 계속 생각을 해봤어요. 나한테 문제가 있던 건 아닐까?"

그는 그렇게 생각을 거듭하다 뭔가 잘못된 것을 느꼈다고 한다. 아 내가 어떤 상자 속에 있었구나. 정상의 범주 규정짓고 아이디어를 획일적으로 받아들이는 하나의 틀 속에 있다 보니 남들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똑같이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가는구나.

"그래서 다음해에도 그 다음해에도 버닝맨을 찾아왔어요. 하찮아 보였던 조형물이 죽은 강아지를 위한 비석이었다는 사실을 알았고 할아버지의 브래지어는 늙은 남성에게 주어지는 성관념에 대한 저항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해가 갈수록 새로운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물들과 사람들이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죠. 그들의 자유로운 모습과 창조적인 실험정신이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내가 있는 이곳이야말로 창의성에 한계를 두지 않는, 상자를 밖의 세계였구나!생각했죠."

올해 준비하는 미디어 프로젝트도 작년 버닝맨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자랑한다.

"작년 우리 캠프에서는 동력에너지를 음악으로 전환시켜서 노래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죠. 이번에는 미디어 파사드(조각물에 영상을 투영하는 작업) 조형물을 설치해요. 회사 팀에서 휴가와 자금까지 모두 지원받았죠."

직원들의 창의성 증진을 위해 휴가와 경비를 지급하는 회사라. 부럽다...

"버닝맨 만큼 사상적으로 자유로운 공간은 없는 것 같아요. 최고의 사람들 밖에 없기 때문이죠. 기성세계는 수많은 단어들을 빌려 나 자신을 표현하도록 요구하는데 그곳 사람들은 내가 나라는 존재 자체로 살아있음을 느끼게끔 도와줘요. 나를 규정할 수 있는 단어는  외에는 없다고 말하는 것 처럼요. 이제 남은 건 그렇게 발견한 나 자신을 마음껏 표현하는 거예요."



팁?

"그냥 사막에 몸을 맡기면 되요. 무슨 일이든 일어나기 마련이죠. 가만히 있는 게 가장 멍청한 짓이에요. 옷벗고 춤을 추든 뛰어다니든 대화를 하든 마음껏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세요."

흠 솔직히 버닝맨은 옷벗고 춤을 추면서 뛰어다녀도 아무도 소동이라고 생각할 것 같지 않은 곳이지만, 듣고보니 나름대로의 작은 소동을 계획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그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해서 이곳에 올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디어가 존재하는 이상 저는 매년 이곳을 찾을 거예요. 올해는 또 어떤 아이디어가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지 궁금해서 미칠 것 같거든요. 버닝맨은 항상 저에게 그런 말을 건네요. -어떤 정신나간 생각이라도 상관없으니깐 네가 상상하는 것을 실현해줘. 미친 생각이 세상을 변화시키지. 세상은 미치광이를 필요로 해.- 그러면 거기에 제가 답하는 거죠."

Well, if you want, let me burn like crazy. - 네. 그럼 올해도 최선을 다해 미쳐보겠습니다.



-

-

-

이전 04화 다녀오겠습니다 [2018버닝맨편] #2-2 사전인터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