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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하 Aug 28. 2018

다녀오겠습니다 [2018버닝맨편] #2-2 사전인터뷰

코리안 백수 청년의 무모한 버닝맨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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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이야기 - Tiedye

금문교를 건너면 보이는 샌프란 북부의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 소살리토에서 그녀를 만났다. 입고 있는 복장에서부터 버닝맨의 기운이 가득 느껴져서 여쭤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며칠 뒤 블랙 락 시티로 향할 예정이시라고.

미소에서 뿜어 나오는 인자함이 그 성품을 대변해주는 듯 너그러웠다. 올해는 그녀의 두 번째 버닝맨이라고 한다.



어떻게?

11년 전, 어디서 버닝맨 티켓 한 장을 구한 그녀의 남편이 혼자 버닝맨에 다녀왔다. 이후에 남편이 보여준 사진은 너무 이국적이고, 성(性)적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버닝맨에 대해 좋지 않은 첫인상을 가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다음해에는 남편이 티켓을 두 장 구한거예요. 같이 가자고 설득을 하는데 절대 안 간다며 꿋꿋이 버텼어요."

그녀의 남편에게 한 가지 희망적인 소식이 있었다면 그녀의 오랜 친구 한명도 열광적인 버너였던 것이다. 그 친구에게 부탁을 해 이번에는 친구까지 합세해서 그녀를 설득한다.

"버닝맨에 가면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막 설명해주는데, 그 친구가 하는 얘기가 다 억지로 꾸며낸 이야기인 줄 알았어요. 남편이 보여준 사진들과는 다른 세상얘기처럼 들리는 거예요."

그렇게 친구와 남편이 합심해서 며칠을 설득하다가 하루는 친구가 갔다가 별로면 그냥 바로 돌아 와버리라는 말을 했단다. 상대하기도 지친 그녀는 가자마자 바로 차를 돌려버릴 심산으로 남편에게 조건을 말했다. 마음에 안들면 도착하자마자 유턴이라는 조건을 달고 오케이 했는데도 남편은 좋아서 소리를 지르면서 동네를 뛰어다녔다고 한다.



무엇을?

그래서 그녀는 유턴은 이루어졌을까.

"사막에 도착하자마자 큰 축하를 받았어요. 종을 울리고 나니깐(처음 버너들에게 주어지는 의식행사) 옆에 있던 사람들이 환영한다며 하나둘 저를 꼭 끌어안아주었죠. 거기서 어떻게 차를 돌리겠어요."

그녀는 그 사람들의 따뜻한 에너지가 느껴져서 그 곳에 선 채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이후의 일은 예상대로 즐겁게 흘러갔다. 춤을 추고 명상을 하고 강의를 듣고 그렇게 수십 수백번의 포옹을 더 나누었다. 그녀는 일주일을 채우고도 꼬박 하룻밤을 더 보낸 뒤에야 집으로 돌아갔다. 사막을 떠나기 직전에는 자신을 설득해준 남편한테 고마워서 또한번 한참을 껴안고 울었다고. 마음이 여전히 소녀같으시다.

그래서 무엇이 변했는데요?

"저는 원래 사람들과 나누고 교감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버닝맨에 갔다 온 이후에는 그게 더 좋아졌어요. 버닝맨에 있으면 왠지 사람들 모두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그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은 나누고 이해하는 것에 조금 더 가까워진 채 집으로 돌아가겠죠.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런 생각을 품고 집에 돌아가면 세상은 조금씩 변하지 않을까요.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 그녀는 또한번 남편과 함께 버닝맨을 찾는다. 10년 동안 그곳이 너무 그리웠다고, 조금 다른 도전을 앞두고 사막이 환기하는 에너지로부터 용기를 얻고 싶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이 각자 다른 곳을 바라보고 다른 이야기를 해요. 하지만 그게 어우러져서 하나가 되는 곳이 버닝맨이죠. 누군가의 실수와 누군가의 선행, 누군가의 자신감과, 누군가의 배움. 무엇 하나 덧나는 것 없이 모두 조화를 만들어내잖아요. 특별히 한 사람이 주인공인 것도, 누구 한명이 권력을 진 것도 아니기 때문이에요. 다함께 만들어가는 축제. 모두가 베풀고 배려해야하는 축제, 사실 이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도 그런 어우러짐이 아닐까요."



팁?
Be open with your heart - 마음을 활짝 여세요.

구체적으로 어떻게요?

"만나는 사람들 모두 안아준다던지 칭찬을 건넨다던지 해보세요. 이익을 따지지 말고 그냥 너그러워지면 되요. 모든 물건은 주인이 없다고 생각하고 모든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다는 마음도 필요하죠. 최소한 그곳에 있는 동안은 눈앞에 펼쳐진 세상에 그냥 관대해지세요.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또 어때. 이곳에 있는 것 자체로 감사한 일이잖아요."

대화를 하는데 불교 강연을 듣고 있는 기분이다. 말처럼 쉽지 않을거 같은데요...

"사막은 누구에게나 평등한 공간이에요. 욕심을 얼마만큼 내려놓느냐가 그곳에서의 즐거움을 결정하는 셈이죠."

그녀 뒤로 탁트린 소살리토의 바다가 보인다. 샌프란이랑은 비교가 안되게 작고 평화로운 마을이다. 이런 곳에서 살면 아무런 욕심을 갖지 않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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