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할이 풀
아홉번째 맞이하는 과천살이
물기 많아서 토란 말고는 될게 없는 빈 땅 에
반은 상추씨를 뿌렸고
반은 욕심내서 시금치씨를 뿌린게 4월중순
이었으니
비 가 적은 탓인지 흑치마 상추는
물결을 이뤄 보는재미와 먹는재미가
이루 말할수 없을진대
저 밭의 저 시금치가 문제였다
예상하기로는 시금치가 넘실거려
일년에 한번 먹을수 있는
두툼하면서도 연하고
보드라운 시금치를 잘라다가
된장국도 끓이고 나물도 해서
한가득 먹을 요량이었는데 ㅡ
팔할이 풀 이었다
도무지 자라지도 않을 뿐더러
손댈수 없을 정도로 "풀천지"였으니
텃밭농부에게 위기가 온거다
내
오늘은 저 시금치를 결단내리라
새벽다섯시면 훤하니
텃밭으로 나가 시금치를 캐기 시작하는데
산뀡인지 산비둘기 인지
쩍쩍 거리고
뻐꾸기가 울어댄다
나쁘지 않아 가만히 듣다가
호미질을 하다가
뻐꾸기 소리 듣다가ᆢ
난데 없이 돌아가신 우리 엄마생각이 나 눈물이 나는데ㅡ
--나는 엄마가 불편하다 라고 하는
드라마속 고현정 나레이션이 훅 하고
들어왔던 일 이 겹쳐져서다ㅡ
엄마도 나에게서 그런걸 받으셨을게다
나도 스물여섯 딸에게서 이렇게 받으니
ᆢ
공평한거다
공평하다
밭 반도랑에 팔할이 풀인 텃밭 시금치를
콧물 눈물 훔치며 다듬으니
굴다리 시장에서 삼천원어치도 안된다
그래도
그 새벽이 위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