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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는슠 Jun 06. 2016

삼천원어치도 안될 시금치

팔할이  풀

아홉번째 맞이하는 과천살이


물기 많아서 토란 말고는 될게 없는 빈 땅 에

반은 상추씨를 뿌렸고

반은 욕심내서 시금치씨를 뿌린게 4월중순

이었으니

비 가 적은 탓인지 흑치마 상추는

물결을 이뤄  보는재미와 먹는재미가

이루 말할수 없을진대

저 밭의  저 시금치가 문제였다


예상하기로는  시금치가 넘실거려

일년에 한번 먹을수 있는

두툼하면서도 연하고

보드라운 시금치를 잘라다가

된장국도 끓이고 나물도 해서

한가득 먹을 요량이었는데 ㅡ


팔할이 풀 이었다

도무지 자라지도 않을 뿐더러

손댈수  없을 정도로  "풀천지"였으니

텃밭농부에게 위기가 온거다

오늘은 저 시금치를 결단내리라


새벽다섯시면 훤하니

텃밭으로 나가 시금치를 캐기 시작하는데

산뀡인지 산비둘기 인지

쩍쩍 거리고

뻐꾸기가 울어댄다


나쁘지 않아 가만히 듣다가

호미질을 하다가

뻐꾸기 소리 듣다가ᆢ


난데 없이 돌아가신 우리  엄마생각이 나 눈물이  나는데ㅡ


--나는 엄마가 불편하다  라고 하는

드라마속 고현정 나레이션이  훅  하고

들어왔던   일  이 겹쳐져서다ㅡ


엄마도 나에게서 그런걸 받으셨을게다

나도 스물여섯 딸에게서 이렇게 받으니

공평한거다

공평하다


밭 반도랑에 팔할이 풀인 텃밭 시금치를

콧물 눈물 훔치며 다듬으니

굴다리 시장에서 삼천원어치도 안된다


그래도

그 새벽이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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