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k 록 Feb 25. 2016

시골 체험기

나에겐 낯선 시골 공기

서울에서 나고 자랐고 시골에 있는 먼 친척을 보러 몇 번 방문한 게 전부인 나에게 시골은 친근하지 않다. 시골은 몇 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한 곳이다. 우연히 가게 된 뉘른베르크 근처 작은 마을은 나에게 새롭고 호기심에 가득 찬 전혀 다른 세계였다. 오래된 집들은 하나같이 아름답고 그곳을 둘러싼 자연은 매일 내가 접하는 높은 빌딩에 둘러싸인 시멘트 바닥과는 달랐다. 자연에 익숙한 할아버지는 길을 지나갈 때마다 하나하나 설명해주며 어떤 과일인지 어떤 풀인지 알려줬다. 특히 한국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과일을 볼 때면 더욱 놀랐는데 할아버지는 이번에는 또 무엇 때문에 wow를 외치느냐고 물으며 나의 작은 감탄사에도 귀를 기울여주었다. 

오늘 아침은 할아버지 부엌에 있는 오트밀을 만드는 일로 시작했다. 오트밀을 압축하는 기계에 직접 오트밀을 넣고 돌리면 오트밀이 완성된다. 오트밀을 바로 압축하여 먹으면 더욱 신선하기 때문에 건강에 더욱 좋다고 하는데 사실 한국에서도 오트밀은 잘 먹지 않아서 모든 신기하다. 집에서 먹는 모든 음식과 식품이 유기농 제품이라면서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 인생에서 중요한 일이라며 매번 이야기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살고 있는지 문득 궁금했다. 아침을 건강하고 배부르게 먹은 후 우리는 집 앞에 산책을 나갔다. 시골에서 머무르면서 마을을 산책하러 나선 적은 처음이었다. 집들은 대부분 오래된 것들이었으므로 외양간의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위에 보이는 사진에서 보듯이 돼지우리도 발견했다. 작은 마을을 살짝 벗어나면 온통 산과 들뿐이다.

코를 찌르는 냄새가 나기에 어디 가축들이 있나 보다 싶었는데 할아버지가 양들이 추워서 들어가 있다며 문을 열었다. 한두 마리가 있을 거라고 예상한 나는 안을 들여다보자마자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었을지 모르겠다. 다시 걷기 시작했고, 구름이 걷히지 않아 신비로운 느낌마저 주는 풍경 속에서 커다란 호두나무를 발견했다. 가지들이 빼곡히 하늘을 채운 풍경이 낯설다 못해 이상하기까지 했다. 숲 속을 걸으며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나무와 새에 대한 이야기를 경청했지만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직접 듣고 보았던 느낌만 생생하다. 할아버지는 항상 별이 쏟아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여름에는 반딧불이들과 함께하며 울창한 숲을 걸어와서 그런지 건강하다. 나는 진흙을 밟으며 이건 산책이 아닌 산행 아니냐며 숨 가쁜 소리도 내었지만 할아버지는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며 단호하게 따라오라고만 한다.

집으로 돌아가 커피를 마시며 몸을 녹이고 1층에 사는 Ingrid가 일하는 박물관에 갔다. 1시간가량 박물관을 둘러보며 모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박물관을 좋아하는지 궁금했다. 난 이제 박물관은 특정한 곳이 아니면 지루하다. 

할아버지는 뉘른베르크에서 유명한 뉘른베르크 소시지를 한 번쯤 먹어야 한다며 지역 음식을 하는 식당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식탁마다 생화가 놓여있는 아늑한 분위기의 식당에는 이미 사람들이 가득 차있었다. 우리는  그중 한 자리 남은 식탁에 앉았다. 할아버지와 나는 대화를 나누며 마지막 식사를 마쳤다. 시간을 확인하지 못해서 기차를 놓칠  뻔하였다. 나중에 백만장자가 되면 할아버지를 한국에 초대하기로 하며 인사했다, 안녕!

이전 19화 빌어먹을 날씨 아래 즐거웠던 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