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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 록 Feb 28. 2016

내가 하지 않는 이유는 돈 때문일까?

진짜 하고 싶은지 알고 싶다면

지난 여행의 추억 

프랑크푸르트에서 야무지게 점심까지 먹은 후 룩셈부르크로 가는 버스를 탔다. 여름 유럽 여행을 하면서 기차 대신 버스를 주로 이용했다. 버스는 정류장에서만 타는 게 아니었다. 표지판도 잘 되어있지 않은 허허벌판에서 버스를 찾느냐 땀을 뻘뻘 흘리며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요령이 생겨서 이동하는데 여유로워졌다. 버스를 탈 때마다 여름의 유럽 여행이 생각난다. 룩셈부르크에서 프랑크푸르트로 이동할 때 버스를 이용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때는 갈아타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긴장을 늦추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한껏 여유를 부리며 갔다. 하염없이 흘러가는 바깥 풍경들에 내 생각도 이리저리 흘러갔다. 


여름 유럽 여행은 내 생에 있어서 가장 강렬했다. 한 편의 영화처럼 생생하다. 장면 하나하나가 나에게 명장면이었고 단 하나를 콕 집을 수도 없을 만큼 영화 전체가 좋았다. 그럼에도 어렵사리 한 장면을 꼽는다면 네덜란드와 룩셈부르크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여행지는 나의 삶에 깊은 영향과 변화를 주었으니까. 이번 여행에서 여름날 만났던 룩셈부르크 친구들을 다시 만나기로 했다. 

룩셈부르크의 레트로 감성의 햄버거 가게
다시 만난 룩셈부르크 친구들

멀리서 나를 한눈에 알아본 N을 보고 여름에서 만났던 장면을 그대로 떠올랐다. 우리는 만나자마자 인사를 하고 어제 만난 사이처럼 자연스럽게 공간을 이동했다. 나는 순식간에 N의 손에 이끌려 어느 전시회에 가서 프랑스어를 실컷 듣다가 버거를 먹으러 자리를 옮겼다. 네온사인이 번쩍거리는 공간에서 건강하지 않을 것 같지만 맛은 있을 것 같은 버거와 셰이크가 담긴 메뉴판을 보자마자 한국에 있으면 참 잘되겠다 싶었다. 돈만 있다면 내가 신사동에서 가게를 열고 싶었다. 맛은 예상대로 맛있었다. 건강에 좋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점점 한국에 들여오고 싶은 것들과 한국 물건을 유럽에 가져오고 싶은 것들이 늘어났다. 이런 생각은 나만 하는 게 아니었고 실천하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었다. 모두 그렇게 한 번 씩은 생각하는 것 같다. 실천을 하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현실적인 자본 문제 때문에 빨리 접게 되는 것 같다. 나 또한 그렇다.

N과 햄버거 세트 메뉴
돈 때문에 할 수 없었던 것들

생각해보니 돈 문제 때문에 접은 것들이 꽤 여러 가지였다. 일단 시작을 하려면 무엇이든 초기 자금이 필요한데 일도 없는 내가 시작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아니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먹을 거 다 먹고 하고 싶은 건 나름 하고 살았으니까. 뭐라고 한들, 목돈이 필요한 거를 시도할 때는 항상 망설여졌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은 그럼 무엇인지 고민해보았더니 처음부터 돈이 많이 들었다. 내가 그것들을 실천하지 않거나 중단한 이유는 모두 거대한 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부자가 된다면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을  그때도 원하는가?>라는 생각을 해보니 확신이 들지 않았다. 이건 돈이 수단이 아닌 목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에 돈이 목적이든 수단이든 필요하지만 나는 내 꿈을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항상 돈을 벌기보다는 내 이상과 욕구를 위해서 일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실상 나는 많은 부분을 돈 때문에 일하길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 너무 부끄러워졌다. 진실되게 살고 싶고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가장 진실되어야 할 나 자신에게 진실되지 못하였다는 생각이 드니 혼란스럽기도 했다. 부족함 때문에 무엇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결핍 때문에 내가 원하지도 않는 선택을 하는 것은 항상 지양하고 있었다. 여러 번의 아픈 경험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가난하거나 부자여서 선택하기보다는 계속해서 행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선택을 하고 싶다. 차라리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스스로 솔직하기라도 하면 부끄럽지는 않았을 텐데. 


다시 버거 가게로 돌아와서 내가 버거 가게를 한국에 들여오고 싶다는 생각은 버거 가게가 잘 될 것 같다는 막연한 추측과 들여왔을 때 돈을 잘 벌 수 있다는 환상에서 시작한다. 실천 없이는 스쳐가는 생각일 뿐이다. 실제로 들여오지 못하는 것은 돈이 없어서이기보다 추측과 환상을 실제로 행할 나만의 이유가 없어서이다. 이러한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헛된 실행으로 힘들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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