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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 록 Mar 08. 2016

룩셈부르크에 사는 제시카는 한국을 좋아해

유럽 문화를 좋아하는 내가 만났다

한국인이라서 만나고 싶다고?

E가 자신의 친구 중에 나를 만나고 싶어 하는 친구가 있다며 소개해주고 싶다고 한다. 그 친구 이름은 J.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고 한국 문화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단다. 같이 만나도 되냐고 물어보아서 나는 당연히 '응'. 약속을 잡고 M와 N에게 말하자 반응이 놀랍다. 그들은 흥분하며 나가지 말라고 한다. 한국인이라서 만나고 싶어 하는 거라면서 동물원의 원숭이를 구경하는 거 같단다. 난 그저 J가 한국을 좋아해서 만나고 싶다고 말했을 뿐인데. 여하튼 원숭이가 아니니 나가지 말라고 한다. 당황스럽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흑인인 N을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 것을 듣고 이해했다. N는 별로 좋지 않은 기억 때문에 인종에 관한 문제에는 부정적으로 반응한다고 한다. 나는 E가 좋은 친구이고 그의 친구도 좋은 친구일 거라고 생각해 만나기로 했다. 만나보면 알겠지 뭐.


E가 소개해준 J

E는 차를 가지고 나를 데리러 왔다. 역시 친절한 E. E의 차를 타고 기차역으로 가니 J와 그녀의 엄마가 있었다. J의 엄마는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J한테 왜 같이 가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일이 있었다면서 자신이 스페인 출신인 걸 덧붙인다. E도 몰랐던 모양이다. 스페인에서 태어난 J는 포르투갈을 거쳐 룩셈부르크에 왔고 지금은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한다. 어느 날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한국 드라마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한국 드라마에 빠져버렸다고. 한국 드라마를 시작으로 케이팝도 즐겨 듣는 걸 넘어서 열광적이다. 오히려 나는 케이팝을 잘 모른다. 어린 시절부터 미국 문화 콘텐츠를 소비하였기에 커서도 케이팝보다 팝송이나 재즈를 듣는다. 영화도 좋아하는 장르가 달라 처음부터 대화가 삐걱댔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한국 드라마뿐만 아니라 드라마를 아주 좋아하는 드라마 덕후다. 나는 거의 모르는 한국 드라마가 없을 정도이고 한 두 편 보고도 내용 파악을 할 줄 아는 드라마 애호가라는 거다. 그렇게 E가 운전하는 차에서 우린 드라마 얘기로 쉴 새 없이 떠들었다.


우리는 차를 타고 Vianden에 가서 성을 구경하였다. 친구들이 항상 You would like it이라고 말하면서 좋은 곳을 데려가 줘서 고맙다. 

날은 좋고 성은 아름답다. 우리는 깔깔거리며 끊임없이 웃었다.


그녀는 처음에만 한국에 대해서 물어보았고 그 뒤 우리는 일상의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를 하던 중에 그녀가 나에게 에펠탑 앞에서 찍은 사진이 예쁘다고 한다. 나는 며칠 후 파리로 떠나는데 의아해서 어떤 사진이냐고 물었다. 알고 보니 지난여름에 찍은 사진이었다. 그녀는 나의 SNS를 미리 탐색? 하고 나온 거다. 헤어질 때 그녀는 <너는 나의 첫 한국인 친구야. 한국인 친구 한 명 늘었어>라며 나의 남동생을 만나고 싶다고 한다. 한국 남자라면서. 하하.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면 당연히 한국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나도 유럽 문화에 관심이 있고 유럽인들과 가깝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있듯이. 그러나 그 나라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친구가 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나와 잘 맞는다는 건 달다고 다 설탕이라고 하는 거랑 같으니까. 그녀가 옳지 못한 행동을 했다는 건 아니지만 그녀의 마지막 말이 뭔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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