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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 록 Mar 09. 2016

Remi와 함께한 화요일

그리고 파리에서 만난 남동생 

조깅하는 파리지엥 

어김없이 일찍 일어난 나는 여유롭게 바깥을 구경하며 조식을 먹고 있었다. 숙소가 강 바로 앞에 위치해있어 주변에는 조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오전 10시가 지나도록 그들은 조깅을 하고 심지어 오후에 산책하러 간 공원에서도 파리지엥은 조깅을 하고 있었다. 


안녕, 낯선 Remi

나는 어제 만난 Remi와 파리를 함께 돌아다니기도 하였다. 만나자마자 비가 후드득 떨어지는 바람에 카페로 곧장 갔다. 커피를 마시며 크로와상을 먹으며 그제야 대화를 시작했는데 우리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는 영어가 서툴렀고 나는 프랑스어를 한 마디도 할 줄 몰랐던 거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말은 통하는 세상 아닌가? 때문에 나는 그의 말에 더욱 귀를 기울였고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초면에 우려했던 것과 다르게 파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ParcDes Buttes-Chaumont

처음 나를 데려한 곳은 어느 공원이었다. 저번 파리 여행에서는 알지도 못하였던 전혀 새로운 곳이었다. 처음 입구에서는 평범한 공원인 줄 알았는데 들어서자마자 내 입에서는 또 <와우>가 나오고 있었다. 공원이 넓기도 하였지만 지금까지 본 공원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다. 넓은 공원은 다른 도시에도 있는데 이 공원은 크기보다 형태가 다른 공원과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다. 일단 평지가 아니고 가운데가 깊게 파여 있어 호수인지 물이 있다. 깊게 파인 곳이 절벽으로 둘러싸인 로마 문물을 보는 느낌을 주어 웅장하고 아름다운 공원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너무 놀라면서 좋아하니 그는 여기가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였다. 공원의 이름은 ParcDes Buttes-Chaumont이다. 나중에 파리에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그들처럼 여기서 꼭 조깅을 해보고 싶다. 공원을 산책하며 나는 그에게 앞으로의 나의 계획을 말해주었고 그는 꼭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려 달라고 하였다. 나는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공원의 모습 

 마켓

공원에서 나온 우리는 우연히 마켓을 발견하였다. 우연히 발견한 마켓은 프랑스식 마켓이라기보다는 여러 문화가 합쳐진 듯했다. 문학을 공부하고 있는 그는 백화점보다는 사람 냄새가 나는 시장이 좋다고 말하면서 구경하자고 하였다. 우리는 배가 고파서 시장에서 파는 모로코 음식을 사 먹었다. 나는 호떡과 비슷한 모로코 빵에 반하였다. 역시, 빵순이는 어디 가지 않는다! 그는 잘 먹는 나를 보고 모로코에 꼭 가야 한다며 강조했다.


사람들로 북적이던 마켓 & 다양한 종류의 올리브

한국에서 검은 올리브만 보고 가끔가다가 초록색 올리브를 보았지만 형형색색으로 다양한 올리브가 있는지는 몰랐다.

토끼고기 & 모로코 빵 

고기를 살을 발라 놓지 않고 위의 사진처럼 내장까지 그대로 두는데 사실 징그러웠다. R의 추천으로 먹은 2가지 종류의 모로코 음식인데 즉석으로 튀겨주어 따끈따끈 너무 맛있었다.


맛있어!

Pere Lachaise cemetery

맛있게 배를 채운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Pere Lachaise cemetery에 갔다. 그는 여기에 중요한 사람들이 있다며 파리에 왔으면 꼭 봐야 할 곳이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사실 파리의 필수 코스(그가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보다는 그곳에서 했던 대화들이 더 소중하게 남아있다. 니체를 가장 좋아하는 그와 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철학에 대한 지식은 없지만 관심이 있어 그의 말을 들었고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그의 진심이 전달되었기 때문일까? 매우 흥미로웠다.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한참을 걸으며 이야기하던 우리는 추위에 머리가 아플 지경에 이르러 빨리 따뜻한 곳에 가서 몸을 녹이자고 했다. 그렇게 카페에 가서 아메리카노만 마시던 나는 그를 따라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듬뿍 넣어 마셨다. 다음부터는 그냥 아메리카노를 시켜야겠다는 다짐을 남긴 채. 마지막으로 Arenes De Lutece를 방문 후 고향에 내려가는 기차를 타야 하는 그와 동생을 기다려야 하는 나는 헤어졌다.


카페 

동생을 만나다 

나는 호스텔로 돌아와 누워서 한 발짝도 움직이고 싶지가 않았다. 춥고 비 오는 거리를 걸어 다니는데 지쳐 움직이지 않은 채 누워서 동생을 기다렸다. 오후 7시에 온다는 동생은 비가 와서 늦어졌는지 8시가 넘어서야 도착했다. 사실 동생을 파리에서 만난다는 건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데 우연히 시간을 맞추다가 만나게 되었다. 사실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다. 동생과는 한 공간에 산 지 꽤 되었지만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었다. 어떻게 사는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사실 관심이 없었다. 주변에서 어떻게 동생인데 그런 것도 모르냐며 타박할 때도 있었지만 나는 꼭 가족이라고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여동생을 편애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것은 어릴 때부터 쌓여온 감정이라 설명하기 어렵다. 그래도 동생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어 만나자마자 반갑긴 하더라. 우리는 배고픈 나머지 근처 식당을 찾아 들어갔고 남동생과 나는 가격도 보지 않은 채 먹고 싶은 메뉴를 가득 시킨 후 호화로운 저녁을 먹었다. 배불리 먹으니 피곤이 다시 몰려와 일찍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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