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쓰이지 않는 밤

우울단편선 #46

by 플루토

뜬 눈으로 샛별을 바라보다

흰 여백에 글을 담을 때면

뭉쳐진 잉크로 자국만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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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게 베인 구덩이는 다시 채워지지 않고

하는 수 없이

어쩔 수 없이

다음으로 넘어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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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앗아간 검푸른 밤이 돌아올 겨를 없이

외로이

팬을 쥔 나그네는

사색에 잠시 머물다

한 음절도 이름 부르지 못한 채

새벽녘에 떠나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