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독일의 피렌체란 말로는 부족한, 드레스덴

여유와 고전의 미학, 드레스덴

by 송정서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고서, 여행할 도시를 정했다. 다 정하고 보니 독일은 일정의 꽤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여러 도시를 보고싶은 마음에 욕심을 내어 여러 도실 꽉꽉 채웠다.




막상 가보니 독일은 전체적으로 한적하고 느긋한 멋이 있었고, 덕분에 마냥 바삐 다니던 여행 속에서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허락해주었다.



그런 독일에서 가장 나의 마음에 들었던 도시는 드레스덴.




드레스덴은 독일의 다른 도시와 달리 다른 왕국에서 출발한 도시다보니 전체적인 느낌이 아주 달랐다. 뿐만 아니라 사랑스러운 느낌의 바로크 양식의 건물 덕분에 '독일의 피렌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나의 이야기는 바로 다음부터다.





중앙역부터가 웅장하고 고전적이었던 드레스덴은 첫모습부터 매우 인상적이었다.



역에서 숙소까지 돌길 위에서 캐리어를 드르륵드르륵 끌면서 가느라 손이 좀 아팠던 탓에 주윌 잘 둘러보진 못했다. 어쨌든리는 붐비지도 않았고, 사람들의 걸음은 빠르지 않았다.




숙소는 쯔빙거 궁전 앞의 모텔원 암쯔빙거로 잡고, 잠시 쉬다 얼른 나와서 쯔빙거 궁전으로 향했다.






우리의 숙소는 암쯔빙거(독일어로 쯔빙거 앞이라는 뜻이다)라는 이름답게 궁전이 바로 뒤에 있어 마실 가듯 궁전을 거닐 수 있어 정말 좋았다.




약간 비가 올 듯 으슬으슬한 날씨여선지 궁전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더 온전히 궁전을 볼 수 있었다.



드레스덴은 독일의 맨 동쪽, 거의 프라하 근처라서 아무래도 프라하에 여행 온 사람들이 많이 들른다고 하던데, 프라하에 드레스덴을 끼워 넣기에는 너무 아까운 도시였다.








이곳 드레스덴은 바이에른 왕국이 아닌 작센 왕조에 속했던 곳이고 또 주도였다. 때문에 건물이나 도시 전체의 느낌이 아주 다르게 다가왔다.






그 전까지 봐온 눈이 아플 정도로 뾰족뾰족했던 고딕 양식이 아닌 부드러운 바로크양식이라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바로크양식이 뭔지 모른다면 이 건물을 보면 된다고 할 정도로 그 양식을 잘 살려 지은 건물이었다.



이러한 특유의 부드러움과 우아함 때문에 드레스덴이 '독일의 피렌체'라는 별명을 갖게 되기도 했다. 그런데 도시 전체를 보다보니 개인적으론 피렌체보다도 더 예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쯔빙거 궁전에서 강 쪽으로 난 출구를 따라 나오니 오른쪽에 이러한 도시의 모습이 펼쳐졌다.





살짝 쌀쌀한 날씨는 왠지 모르게 도시의 분위기랑 어울리는 듯했고 독일 특유의 여유롭고 한적한 느낌은 여기도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건물마다 새카맣게 그을린 흔적은 과거를,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게 떠돌아다니면서 보니 드레스덴은 도시 전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졌다. 여길 가봐야 하고, 이걸 꼭 봐야하고... 하는 그런 관광의 느낌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유유히 둘러보는 느낌이랄까.





대부분의 큰 도시답게 드레스덴에도 강이 흐르고 있었는데, 강이라기보다도 천이라고 하면 좋을 정도의 크기였다.


(다른 도시를 돌아다니다보면 서울의 한강이 얼마나 특별하게 큰지를 실감할 때가 있다.)




드레스덴 한복판에 있던 한인마트에서 사온 새우깡을 뜯어먹으며 맞는 강바람이란. 낯설지만 행복한 느낌이었다.




벤치 옆에서 참새가 조잘거리는 소리에 신이 나서 남은 과자를 뿌려주었는데 순식간에 오십 마리 정도가 날아드는 탓에 무서워서 얼른 피해 도망나왔다.





드레스덴은 이 강을 중심으로 구도시, 신도시가 나뉘어져있는데 마치 공간이 아닌 시간을 나누는 느낌이었다.



몇 백 년 전과 지금의 모습을 둘 다 담고 있는 도시같달까.





그리고 여기서도 젤라또를 팔길래 지나치지 않고 두 스쿱씩 얹어서 먹었다. 그러다 어느새 손에 들린 아이스크림에 집중하면서 걸어다니다보니 벽화 <군주들의 행렬>이 눈 앞에 있는 것도 못볼 뻔 했다.





다른 관광지였다면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었겠지만 드레스덴은 다행히도 한적한지라 여유있게 볼 수 있었다.





군주들의 행렬이란 이름처럼, 작센 왕국의 군주들을 쭉 배열해놓았는데, 그린 것이 아니라 타일를 붙인 거였다. 그리고 크기는 아래 사람을 보면 알겠지만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카메라에 담고싶어서 뒤로 물러나다가 뒷 건물과 부딪혔는데도 모두 앵글 안에 넣는 건 실패했다.





그리고 또 다시 걸어다니다가 들리는 음악 소리에 정말 나도 모르게 들어간 굴다리에서 연주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기타와 바이올린의 합주부터가 신기했는데 이들의 연주는 내가 여행하다 들은 중에 제일이었다. 정말 너무 좋아서 동영상도 찍고 노래가 끝날 때까지 앞에서 들었다.


요즘에도 종종 그때 찍은 동영상을 보는데, 내가 여행다니며 몇 안되는 잘한 일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너무 훌륭하고 근사한 연주였다.



frauen kirche, 우리말로는 성모교회쯤.




그리고 걷다보니 마주친 프라우엔 교회. 다른 건물과 달리 밝은 색이어서, 그리고 부드럽고 기품있는 큰 돔 때문에 눈에 띄었다.




그런데 건물 중간 중간 검은 돌이 섞여있었는데 이건 세계 2차대전 이후로 재건할 때 발견된 돌을 그 자리에 찾아 함께 지은거라고.



비단 이 건물만이 아니라 여기 저기서 이렇게 지어진 건물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이 곳 사람들이 자신의 도시의

과거의 모습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더 발길 닿는 대로 휘적휘적.






강 건너편에서 보는 드레스덴의 모습은 정말 한적하고 아름다웠다.


붐비지 않는 한적한 거리와, 과거와 현재를 모두 담고 있는 건물과 도시. 무언가를 본다기보다 도시를 느낀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같은 드레스덴이었다. 마냥 떠돌아다니며 풍경을 눈에 담고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그야말로 여유와 고전의 미학, 그것이 드레스덴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방식이 아닐까.



그 후로도 며칠 더 드레스덴에 있으면서 저벅저벅 걸어다니는데 눈길 닿는 곳마다 보이는 풍경이 질리지가 않았고 떠나는 날엔 더 볼 수 없음에 아쉬움이 남았다.




하는 수 없이 떠나며 나 자신과 약속했다 다음에 또 다시 꼭 들리겠다고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