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 끓인 소시지같은.
뉘른베르크를 돌아다니며 느낀 감상은 '한적하다!'였다.
물론 여름에만 해당하는 감상일지도 모른다.
북적이는 크리스마스마켓으로 유명한 독일 뉘른베르크를 여름에 다녀왔다.
그래선지는 모르겠으나, 도시의 전체적인 느낌은 한산하고 여유로웠다-실은 독일 도시 전반적인 분위기와 크게 다르진 않았다.
어쨌든 그래서 심심했다거나 볼 게 없었다거나 했다는 것이 아니라, 한적함으로 가득한, 그런 느낌이었다.
뉘른베르크는 히틀러가 가장 사랑한 도시라고도 한다. 그래서 나치의 거점이기도 하며, 나치 전범재판이 열린 곳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문득 섬뜩하단 생각이 들기도 하였으나, 전범재판을 통해 인권의 소중함과 경각심을 되살렸다고 하여 도시가 유네스코 인권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뉘른베르크 중앙역에서 큰 길 하나만 건너면 이렇게 바로 구시가지가 펼쳐진다.
신시가지 또한 예스러운 느낌이지만, 구시가지는 오래된 성당과 건물이 모여있는 곳이다.
구시가지에 들어서면 거리 어디에서든 다 보이는 듯한 성 로렌츠 교회.
이 성 로렌츠 성당은 구시가지 중심에 있는데, 규모도 엄청난데다 찌를 듯한 고딕양식이라 웅장한 느낌이 대단하다.
특히 독일 북부는 종교개혁 이후 루터주의를 받아들인 반면, 남부는 로마가톨릭으로 남았기 때문에 화려하고 웅장한 카톨릭 특유의 건축을 느낄 수 있다.
기둥 하나 하나도 비워놓지 않고 정교한 조각들로 장식해놓은 모습이 놀랍다.
뒤에 얼핏 보이는 스테인드글라스만 봐도 얼마나 화려하고 장식적인지가 느껴진다.
그리곤 성당에서 나와 허기를 달래려 소시지 가게로.
독일에서 소시지는 너무나도 흔한 음식이지만, 독일 중에서 뉘른베르크 소시지가 가장 맛있다고 유명하다!
독일에선 도시마다 소시지가 조금씩 달라서 도시 이름을 따서 소시지를 부르는데, 뉘른베르크의 소시지는 뉘른베르거, 베를린은 베를리너 이런 식이다.
아무튼 성로렌츠성당 바로 앞 노점상에서 소시지를 팔고있어 지나치지 않고 직진했다.
유럽은 어디나 이 딱딱한 브뢰첸 안에 소시지를 넣는데 소시지 자체가 촉촉해서 보기보다 훨씬 맛이 좋았다.
소시지로 원기 충천하고 다시 한적한 뉘른베르크를 한 바퀴.
뉘른베르크는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의 도시로 유명하다.
뒤러의 생가가 있어 관광지로도 유명한데, 뒤러의 그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지라 스킵하고 바로 옆의 성으로 향했다.
딱 보기에도 화려하다기보다 우직한 성의 모양이다.
카이저부르크 상과 부르크크라펜 성으로 되어있는데 일부는 숙소로 개조하여 관광객을 받기도 한다.
성을 오르느라 헉헉대는 숨을 커다란 나무 밑에서 고르고 있노라면 시원한 바람과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 쉬다가 여기 저기 걷다보면 이렇게 도시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
도시 한가운데 우뚝 서있는 성로렌츠 성당이 보이고 불긋불긋한 지붕의 건물이 가득하다.
다닥다닥 붙어있으면서도 화려함없이 단조로운 모습이 그런대로 예쁘다.
독일의 느낌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 더욱 새로웠다.
그리고 터덜터덜 걸어내려와 시가지에 오면 여전히 한적한 도시 한복판의 모습이 펼쳐져있다.
그러다 뉘른베르크 제일의 소시지집이라는 브랏부어스트 호이슬레에 갔다.
길을 찾지도 않았는데 소시지 굽는 냄새가 나는 곳을 따라가니 어느새 도착해있었다.
화이트와인에 양파와 함께 끓인 소시지.
처음엔 의심스러웠는데, 먹자마자 무척 부드럽고 맛있었다. 손가락만한 크긴데 부드럽고 알찬 맛.
그리고 구운 소시지는 불 향이 진했다.
감자의 나라답게 감자샐러드는 언제나 함께.
눈 앞의 맛있는 소시지와 맥주, 한적한 거리,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으니 이보다 행복할 순 없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기분이 좋아져 왁자지껄 떠들고 숙소로 돌아가려니 뉘엿뉘엿 해가 지고 있었다.
화려한 볼거리도, 북적이는 사람도, 왁자지껄한 놀거리도 없지만 한적함으로 가득찬 도시였다.
비어있는 도시가 아니라 한산함으로 가득한, 여유로 가득찬 그런 도시.
와인에 끓여진 소시지처럼 부드럽지만 향기롭고, 맛이 강하진 않지만 입안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