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말 행복합니다!
자리를 잠깐 비운 사이에 도서관에 와보니, 누군가 놓고 간 책더미와 그 옆에 작은 요구르트병이 보이더군요.
책이야 그렇다 치지만, 저건 뭐지... 그랬습니다. 빈병이었기 때문이죠. 사실 매일 책 정리를 하다보면 책 사이에 껌을 붙여 놓은 걸 보게 되기도 하고, 구석구석에 버려진 쓰레기와 마주할 때가 많아요. 다른 도서관 사서선생님 말에 의하면 기저귀를 놓고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순간 누가 저 빈 통을 놓고 갔을까... 기분이 언짢아졌어요. 이젠 쓰레기도 책상 위에 올려놓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자리에 들어와 자세히 보니, 그건 화분이었습니다.
요렇게 생긴 화분요.
초등학교 3학년인 희조가 놓고 간 화분이었던 겁니다. 앙증맞기 이를 데 없었죠.
작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도서관에서 책을 잘 읽는 희조는 처음에 친해지기 어려운 아이인 줄 알았습니다.
말도 없고, 좀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였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책상 위에 주먹을 내보이더니 가더군요. 뭔가 하고 봤더니 초콜릿이었습니다. 설마 이걸 하며 물었습니다.
"희조야, 이게 뭐야?"
"............"
"선생님 주는 거야?"
끄덕끄덕. 그 뒤로 희조는 그냥 조용히 손안에 든 것을 책상 위에 조용히 놓고 가곤 했습니다. 설명도 없고 웃음도 없이. 그렇게 놓고 간 물건들을 보면, 열매 하나, 나뭇잎, 풀, 소라껍데기, 찰흙으로 빚은 하트 모양... 등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받은 물건이 가장 부피상으로 가장 크네요.
아시겠지만 이런 것들은 돈으로 살 수도 없고 팔지도 않는 물건들입니다. 게다가 눈여겨보지 않으면 절대로 가슴에 담을 수 없는 것들이지요. 그래서인지 희조가 놓고 간 화분에 물을 주고 나니, 담날 이런 일이 벌어졌어요.
꽃이 핀 겁니다.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 아닐까 싶어요. 도서관에 오신 분들이 보시고 감탄을 금치 못하였답니다. 어떤 분이 그러시더군요.
"그 아이는 정말 가슴이 따뜻한 아이네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이셨어요.
"선생님은 정말 행복하시겠어요!!!"
네, 전 도서관에서 이런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게 참 행복합니다.
* 이미지는 <괴짜 선생님, 샤를로트 :뒤죽박죽 도서관이 더 좋아>(도미니크 드 메르 글, 토니 로스 그림, 유병수 옮김/동쪽나라)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