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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해 Aug 06. 2021

세계는 왜 싸우는가?

복수는 복수를 낳고, 복수는 또 복수를 낳고


 세계분쟁 지역 전문 PD인 김영미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분쟁 현장의 이야기다.

 2011년에 발행된 책이다. 그 시점에서 바라본 이야기라는 점을 감안하고 읽었고, 그 이후 10년 동안에 세계정세는 많은 변화가 있었겠지만, 책의 제목처럼 세계는 왜 이렇게 하루도 빼놓지 않고 싸움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 책이다.

 서른 살이 되던 해, 꽃다운 나이의 동티모르 여대생이 내전으로 희생당한 기사를 읽고 무작정 동티모르로 떠났다는 김영미의 용기에 존경을 표한다.      


  최근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고 탈레반이 다시 정권을 잡는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아프간은 다시 열강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고, 친미정권 아래에서 자유를 누리던 아프간의 여성들은 다시 ‘부르카’의 감옥으로 떨어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하면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에 있는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에 비행기 두 대가 날아와 부딪쳐서 3천명이 넘는 사망자를 냈던 9.11테러가 떠오른다. 미국은 9.11테러가 일어난 후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 전사들을 키우고 있었던 빈라덴과 그의 조직 알카에다를 배후로 지목, 그해 10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를 공격했고 수도 카불을 함락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벌이면서 내세운 이유는 빈 라덴 체포와 탈레반 정부에게서 여성을 해방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쟁 과정에서 민간인의 희생이 늘어나면서, 미군은 끝내 민심을 얻지 못했고, 탈레반이 돌아오기 시작하자 미군의 희생도 늘어나고, 복수는 복수를 낳고 또 복수는 복수를 낳는 형국이 되었다.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에는 전쟁 같은 삶만 남았다.     


 지중해를 끼고 있어 풍광이 아름답고 우리나라 경기도 크기와 비슷한 작은 나라 레바논은 중동의 화약고이자 동네북이 되어버렸다.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되고, 중동 전쟁이 일어난 후 이스라엘의 박해를 피해 팔레스타인을 탈출한 난민들이 레바논 국경을 끝없이 넘어왔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당연히 팔레스타인 편을 드는 레바논이 미울 것이고, 팔레스타인 입장에서는 같은 아랍 사람이면서 이스라엘에 중립적 입장을 취하는 레바논이 불만인 것이다.

 그래서 레바논은 양쪽에서 보복성 공격을 받아 동네북 신세가 되었다.       


 구소련에 강제 통합되었다가 소련이 붕괴되면서 러시아에서 독립할 수 있었던 체첸은 겨우 독립을 했지만 지배를 했던 러시아와 지배를 받았던 체첸 사이에는 수많은 갈등이 존재했다.

 1차 체첸 전쟁으로 어이없게 체첸을 독립시킨 러시아는 독립 후 체첸이 내부분열을 일으키자 그 틈을 노려 다시 체첸 공격에 나섰는데 그즈음 체첸의 남쪽 국경지대인 캅카스(코카서스) 지역에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러시아가 체첸을 차지해야하는 이유가 확실해졌다는 것이다.     


 저자 김영미가 가장 불쌍한 민족으로 꼽은 ‘지구의 미아’ 쿠르드족 그 수가 4천만 명이 넘는데도 자신들만의 나라 없이 이라크, 터키, 시리아, 이란 등에 흩어져 살고 있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쿠르드 족의 반정부 활동에 대한 복수로 1987년부터 3년 동안 쿠르드족 인종청소인 ‘안팔 작전’을 진행했다. 화학무기로 쿠르드족 5천명을 한꺼번에 학살한 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사람을 쓰레기처럼 청소해 버린다는 말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라크 전쟁은 왜 일어났을까?

 미국은 이라크 대통령 사담 후세인이 대량 살상 무기를 가지고 있어서 세계 여러 나라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그런 대량살상 무기는 이라크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은 석유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라크 땅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어마어마한 양의 석유가 묻혀있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은 국제뉴스에 단골로 등장하는 지역 중 하나다.

 나라 없는 설움의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땅에 나라를 세움으로써 유대인의 2000년 숙원을 이루었고, 나라 잃은 설움의 팔레스타인은 온몸을 불살라 저항한다.

 팔레스타인에 국가를 세우려는 유대인들의 시오니즘은 팔레스타인이 성경에 나오는 가나안 땅으로, 유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그 땅이 하느님이 그들에게 약속한 땅’이라는 믿음에 기초한다. 자살폭탄 테러에 나서는 팔레스타인 청소년들은 ‘이스라엘 사람을 한 명이라도 죽이기 위해서 태어났다.’고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다이아몬드의 나라 시에라리온은 아프리카 서부에 있는 작은 나라인데, 시에라리온에서 생산되는 다이아몬드는 빛이 신비하고 광채가 화려해서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된다고 한다. 다이아몬드 채굴권을 둘러싼 욕심으로 내전에 휩싸이게 된 이 나라에는 전쟁 중 사지가 잘린 사람들이 많아서 룽기 국제공항에 내리면 팔 다리가 없는 사람들이 외국인들에게 달려들어 구걸을 한다고 한다.     


 세계는 오늘도 서로 싸우고 있다.


 억울하게 동네북이 되기도 하고, 땅따먹기를 방불케 하던 제국주의의 희생국들이 오랜 식민지를 청산하고 독립을 위해 싸우기도 한다.

 많은 경우 사랑과 세계평화를 말하는 종교가 전쟁의 주범 또는 배경이 되기도 하고, 더 깊이 들여다보면 종교적 신념이라는 깃발 뒤에 숨어있는 권력자들의 욕망이 크고 작은 다툼과 전쟁을 불러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이 끊임없이 욕망하는 재화라고 할 수 있는, 석유나 가스 그리고 다이아몬드를 차지하기 위해서 싸운다는 대목에서는 왠지 유명브랜드의 운동화나 패딩을 빼앗기 위해 약한 학생을 괴롭히고 싸움을 걸어오는 불량배들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세계는 언제쯤 이 싸움을 멈출 수 있을 것인가?

  이 세상이 지속되는 한 싸움을 멈출 수 없을 것 같다는데 생각이 멈춘다.

 

  아직도 휴전 상태에 놓여있는 우리의 처지를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중국과 미국, 일본 그리고 러시아 같은 열강들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아니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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