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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해 Aug 13. 2021

애착의 심리학

사랑은 표현하는 것이다



 ‘사랑은 표현하는 것이다. 적절한 사랑의 표현, 이게 바로 좋은 애착의 지름길이다. 그리고 좋은 애착이 바로 행복한 인생 그 자체다.’라고 저자 이보연은 말한다.

 애착은 영어로 ‘어태치먼트(attachment)'라고 하는데 아이가 부모에게 달라붙는 행동을 뜻한다. 애착은 아이의 생존본능인 동시에 상대방의 호응이 반드시 필요한 특별한 상호작용이다. 아이의 본능과 욕구에 대해 상대방이 적절히 반응을 보여야만 안정된 애착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아이와 엄마(주 양육자) 사이에 좋은 애착관계가 만들어지면 아이는 부모와 세상을 향한 믿음 즉 ‘안정감’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안정감’은 아이의 신체를 보호해주고 마음을 편하게 해줄 뿐 아니라 앞으로 아이가 살아가면서 세상과 상호작용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건강한 ‘안정감’을 쌓은 아이는 점점 더 큰 세상으로 나가며,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어른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다.


 세 살까지 부모는 아이에게 세상의 전부이자 우주이다. 아이에게 세 살 이전의 경험은 치명적이다. 애착 연구자인 웨이너(Weiner)는 어미 혹은 무리와 떨어져 자라게 된 새끼 동물들의 생리적 반응을 연구한 결과, 어미와 새끼의 관계가 안정되었을 때 새끼의 신체기능도 안정되게 발달한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들에게, 특히 아직 자아가 발달하지 못한 세 살 이전의 아이에게 부모는 세상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좋은 부모를 둔 아이에게 세상은 당연히 편하고 따뜻하며 긍정적인 곳일 수밖에 없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나름대로 자신과 세상을 보는 생각이나 시선을 가지고 있다. 만약 그 시선이 대체로 긍정적이라면 세상을 살아가기가 훨씬 수월할 것이고, 반대로 매사에 부정적이라면 그 사람에겐 험난한 인생사가 펼쳐지리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특히 부모와의 애착이 가장 중요한 시기인 출생 후부터 세 살, 늦어도 다섯 살까지 아이가 형성한 내적 작동 모델이 아이의 성격 형성과 대인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이와 부모 간의 상호작용 경험, 즉 애착 경험이 어떠했느냐에 따라 아이의 내적 작동 모델은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도 만들어진다.


 하지만 아이의 마음속, 꺾어진 나무도 다시 자랄 수 있다.


 부정적으로 형성된 내적 작동 모델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첫째는 부모와의 관계개선이고, 둘째는 아이의 자긍심 키워주기이다.

 “넌 정말 소중해. 특별해” “난 네가 정말 좋아” 같은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 즉 부모의 말 한 마디가 아이를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자신을 사랑스럽지 않다고 생각했던 아이가 부모한테 ‘사랑스럽다’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듣고, 스스로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던 아이가 부모에게 ‘배려 깊다’, ‘마음이 따뜻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면 아이는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내적 작동 모델을 다시 만들어갈 수 있다.


 가장 필요한 순간에 아이에게 지지와 격려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태도는 아이에게 위로가 필요한 순간을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 안정 애착을 위한 부모의 제 1조건이 바로 이러한 민감성이다. 여기에서의 민감성은 자기성찰 능력과 연관이 있다. 자기성찰 능력은 상황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통합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해 나만의 감정과 사고에 압도되어 문제를 그르치지 않도록 도와준다.     


 혹시 내 아이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지는 않은가.

 “너 정말 멀리 갖다 버려야겠다” “내가 언제 그랬어, 네가 잘못 본거야” “엄마가 너 때문에 못 살겠다”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런데 정말 할 수 있겠어?” “이게 다 네가 잘못해서 그런거야” “나도 몰라. 네가 알아서 해” 그래, 네가 참 잘도 하겠다“ ”너 이제 어떡하니, 엄마는 걱정이다“ 같은 부정적이 말들을 한 적은 없는가.


 더 심각한 문제는 학대받은 아이가 자라 학대하는 부모가 된다는 점이다. 바로 ‘대물림의 악순환’이다. 불안정한 애착 패턴, 즉 손상된 부모와 자녀 관계가 대물림되어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아이에게 좋은 애착관계에서 오는 안정감과 긍정적인 내적 작동 모델, 자기성찰 능력과 같은 멋지고 아름다운 유산을 대물림해주는 일을 당신이 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좋은 애착’, 바로 이것이 자손에게 물려줄 가장 위대한 유산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의 어린 시절과 자녀를 대했던 내 모습을 돌아보았다. 비교적 정서적으로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가 없지 않았고 내 자식을 최선을 다해서 키운다고 애썼지만 그 아이의 마음에 전혀 상처 준 적이 없다고 말할 자신도 없다.

 어떤 부모 밑에 태어나느냐 하는 것은 운명의 문제다. 어느 날 태어나서 보니까, 그집 딸(아들)인걸 어쩌란 말인가. 하지만 아이의 마음 속, 꺾어진 나무도 다시 자랄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희망이 생긴다.


 내가 떨어진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부모, 좋은 사람이 되고자하는데 <<애착의 심리학>>이라는 책이 얼마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근래 우리 사회에 화두가 되었던 경제적 금수저 흙수저 논란에 이어 최근에는 정서적 금수저 흙수저 문제가 이야기되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아이를 향한 부모의 진실된 사랑만이 그 아이를 정서적 금수저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찌감치 톨스토이가 우리에게 물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고.

 사랑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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