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은 첫눈 같은 것
첫눈오는 날에는 첫사랑을 기억하세요
첫눈이 내린다.
“어머!”
혼자서 내뱉은 말이다. 놀라서 한 말이다. 너무 행복해서 튀어나온 말이다. 아니 흥분해서 한 말인지도 모른다. 그 말이 맞다. 첫눈이 내린 아침에는 얼마간은 흥분해서 우리는 잠깐 이성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예고도 없이, 어느 날 일어나 보니 내가 잠든 사이에 첫눈이 내린 것이다.
사랑은 그렇게 찾아온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갑자기 부자가 된 것 마냥 뿌듯하다.
새 세상이 열린 것이다. 어제의 시간은 가고 이제 새로운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온 세상이 ‘하양 세상’이 되었다.
첫눈이 왔다는 소식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먼저 전한다. 첫눈이 온 것을 그 사람이 모를까 봐 조바심이 난다. 그 사람이 아직 자고 있으면 어서 일어나라고 흔들어 깨운다. 그 사람이 건넌방에 있으면 가서 문을 두드려 깨운다. 그 사람이 먼 곳, 다른 도시에 있으면 전화를 하거나 편지를 쓴다.
오늘 여기에 첫눈이 왔노라고.
오늘 여기에 이렇게도 많은 사랑이 내렸노라고.
오늘 여기에 그리움이 눈처럼 수북수북 쌓였노라고.
온 세상이 달라 보인다.
첫눈이 내린 날 아침에는 온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 그것은 그곳에 내린 눈의 양만큼 내 안에 사랑이 쌓이기 때문이다.
첫눈이 오는 날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눈길을 걸어본다.
‘싸그락 싸그락’
눈 밟는 소리가 좋아서 걷고 또 걷고 다리가 아픈지도 모르고 자꾸 걸어간다.
‘콩닥콩닥’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킬까 봐 아무 말도 못 하고 괜히 쑥스러운 듯 웃어도 본다.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지금 여기에서 만난다. 손가락이 곱도록 추운 겨울인데도 마음은 자꾸만 따스해져 오는 기적을 거기에서 만난다.
여기에도 거기에도 온통 ‘하양 사랑’이 쌓인다.
첫눈이 아름다운 것은 금방 녹아버리기 때문이다.
온 세상이 온통 축제를 하는 것처럼 꽃가루 같은 흰 눈이 펑펑 쏟아지고, 세상천지가 다 뽀얀 눈으로 덮여서 우리의 마음을 홀리던 첫눈도 하루 이틀 지나면서 맥없이 녹아버린다. 차갑고도 따뜻한 눈송이 같았던 사랑은 너무 짧아서 애틋하다.
그토록 아름답던 눈 내리는 풍경은 한 장의 그림이 된다.
한 편의 영화 같은 아련하고 따뜻한 기억만 남긴 채, 어느새 눈은 녹아버리고 만다.
아마도 첫눈이 내리던 날의 고왔던 사랑은 눈이 내릴 때마다 다시 떠올라 우리를 흔들어 놓을지도 모른다.
그 해의 첫눈은 유난히 많이 내렸었다고 기억할지도 모른다.
그해의 첫눈은 특별히 가슴 벅찼었다고 기억할지도 모른다.
오래도록 그해의 첫눈 오던 날을 추억하며 되새김질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첫눈은 해마다 내린다.
올 겨울에도 첫눈이 내리면 뜨거운 사랑을 할 것이다.
누구라도 첫눈 오는 날에는 사랑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과 마주 앉아 갈색 커피를 마시고, 과일향이 짙은 붉은 와인을 마시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밥에 따뜻한 된장국을 마실 것이다.
첫눈이 소리 없이 내리는 고마운 시간에는 지나간 서로의 추억까지도 어루만져주는 깊은 사랑을 나눌 것이다.
첫눈 내리는 날에는 눈을 난생처음 보는 사람처럼 함께 기뻐하고, 첫눈 내리는 날에는 서로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고, 첫눈이 내리는 날에는 지금 여기에 나와 함께 있는 사람과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볼 것이다.
올 해에도 첫눈이 내리면 내 사랑과 함께 눈길을 걸어볼 것이다.
‘싸그락 싸그락’ 눈 밟는 소리를 함께 들어볼 것이다.
올 결에도 첫눈 내리는 날에는 달콤한 사랑을 할 것이다.
첫눈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