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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해 Mar 11. 2022

두 늙은 여자

알래스카 인디언이 들려주는 생존에 관한 이야기



 “우리는 나이든 사람들을 두고 가지 않을 수 없소.”

 사람들도 생존을 위해 이따금 짐승의 방식을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 부족민들도 불필요한 짐 없이 보다 빨리 이동할 수 있도록 늙은 사람들을 두고 가기로 한 다.

 사람들은 두 늙은 여자에게 죽음을 선고한 것이다.

칙디야크는 여든 개의 여름을 보았고, 는 일흔 다섯 개의 여름을 보았다. 부족의 무리 중에는 칙디야크의 딸이 있었지만 그녀는 자신이 어머니를 위해 항의한다면 사람들이 자신과 아들마저도 두고 가기로 결정할까봐 두려웠다.     


 무리는 떠나고 두 늙은 여자만 남았다.

 눈물이 뺨으로 흘러내리자 추위로 두 뺨이 쓰라렸다. 하지만 두 늙은 여자는 ‘뭔가 해보고 죽자.’라고 마음을 바꾸었다. 그들 중 더 젊은 가 나무 위에서 다람쥐 한 마리를 발견하고 칙디야크의 어린 손자가 떠나면서 무리의 눈을 피해 놓고 간 손도끼로 과녁을 겨눈다. 그 것은 그들에게 살아남느냐 마느냐를 의미했다.

 두 늙은 여자는 따끈한 다람쥐 고기 수프로 주린 배를 채운다.     

  그 날 밤 두 늙은 여자는 지난날을 돌아다보게 된다. ‘ 나 스스로 일을 한 게 아주 오래전이야. 언제나 나를 돌봐주는 누군가가 있었지.’ ‘늙은이들은 만족할 줄 모르고 불평을 해대지. 우리는 먹을 게 없다고. 젊었을 때가 좋았다고 떠들어댔어.’

 그 날 두 여인은 너무 늦지 않게 스스로를 추슬러 어린 시절부터 배워온 지식과 기술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두 늙은 여자는 자작나무를 삶고 구부려서 눈신발을 만들고, 눈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잠을 자고, 토끼를 잡기 시작한다. 어느 날 그들은 자신들이 여러 해 동안 보행에 도움을 받기 위해 지팡이들을 줄곧 갖고 다녔다는 것, 그리고 무슨 일인지 이제는 지팡이 없이도 여러 마일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놀란다.

 노년기에 들어서 약해지긴 했지만, 칙디야크는 자신들이 힘든 노역이라는 비싼 대가를 지불해야만 대지가 그 대가로 자신들에게 안락을 준다는 자연의 법칙을 알고 있었다.

 두 늙은 여자는 그렇게 어려운 가운데서도 연명해 갈수 있었지만 큰 무리와 함께 지내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몸이 음식을 필요로 한다면, 마음은 친구를 필요로 하지.’     


 겨울이 가고 두 여인은 사냥 일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다람쥐나 버들뇌조 그리고 사향쥐를 잡았다. 또 오래전 부족들이 만들었던 물고기 저장고를 기억해내고는 물고기들을 잡아 그 곳에 저장해두기도 했다.

 한편 두 늙은 여자를 버리고 떠났던 부족의 원 무리들은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고, 그 다음 해 겨울이 왔을 때 두 늙은 여자를 다시 만나게 된다.

 부족 무리들은 자신들이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무리 중에 가장 대책 없고 쓸모없다고 여겨졌던 두 늙은 여자가 실제로는 강한 존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두 늙은 여자와 부족이 모두 재회한 후에도 두 여인은 지나친 도움을 허락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새로 발견한 독립성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알래스카 유콘에서 태어난 밸마 윌리스의 첫 소설로, 어머니가 들려준 두 늙은 여인과 그들의 생존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 내려간 소설이다. 1993년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지금까지 약 17개 언어로 번역되어 여러 나라에 소개되었다고 한다.     

 얇은 책이지만 우리에게 많은 화두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더 이상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노인을 버려두고 가는 일은 옳은 일인가? 아니면 옳지는 않지만 불가피한 일인가?

 늙은 부모를 요양원에 보내는 일은 부모를 버리는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방식으로 부모를 돌보는 일인가?

 나이든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젊은이들에게 의지하거나 의존하는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노인들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너무 빨리 잊어버리고 포기하는 것은 아닌가?

 노인들을 대할 때 돌봄과 독립성의 조화를 어떻게 이루는 것이 좋을까?


 이 책을 덮으면서 산다는 일과 늙어간다는 일과 죽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았다.   어떤 큰 힘이 내 안에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긴다.


 내 안에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놀라운 힘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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