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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맀일 적하고 우짜믄 그리 꼭 같겄노. 걸음새까지 닮았더구나. 깨끗하게 잘생겼더마.” “옛말에 안 그랍디까? 씨는 못 속인다고요.”
토지 3부2권 350쪽에서 인용/ 마로니에 북스
서희와 길상 사이에서 태어난 큰 아들 환국의 얘기다.
아버지 길상의 어렸을 적 모습과 많이 닮아 동네 아낙이 ‘길상아’ 하고 부를 뻔 했다는 것이며, 환국이가 아버지를 닮아 그림 재주가 비상하다는 얘기다.
아들이 아버지를 닮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외모뿐 아니라 지능, 성격, 습관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아들은 아버지를 닮는다. 사실은 아버지와 어머니 두 사람의 모습을 같이 닮는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다. 오랫동안 남성중심의 부계사회에서 살다보니 ‘씨는 못 속인다.’는 표현을 하는 것뿐이다.
밭의 역할을 무시하거나 간과한 것이다.
그런데 유전자의 힘은 정직하다. 자식은 부모의 좋은 점만 닮는 것이 아니라, 나쁜 성격이나 습관, 체질 등도 그대로 물려주게 되고 물려 받는다.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결혼을 할 때, 신붓감을 고를 때는 그 장모자리가 어떤 사람인지 보라는 말이 있고, 신랑감을 고를 때는 그 시아버지 될 사람의 인품을 살펴보라고 말한다.
나카노 노부키의 《 바람난 유전자》라는 책에 따르면 사람들 중에는 불륜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따로 있다는 주장을 한다.
젊었을 적에는 사랑만 있다면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혼인을 할 때 따져보아야 하는 항목이 늘어나니 걱정도 따라서 늘어난다.
어쩌면 우리가 물려받은 유전자가 우리의 운명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