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팀원이 되도록 해요

by 은해


얼토당토않은 그 신화에 세뇌당한 것일까요.

나의 원가족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나를 낳아준 부모보다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가깝고 애틋한 그대는 누구세요?

첫 사람인 아담이 잠들었을 때 그 갈비뼈를 취해서 만들어주었다는 하와의 존재는 그저 하나의 신화일 뿐입니다. 더구나 그 신화는 듣기만 해도 지겨운 아니 화가 치미는 남성 중심의 사고체계가 만들어 낸 허구일 뿐입니다. 아니, 여자가 그저 남자가 혼자 있는 것이 좋지 못하니 함께 할 짝이 필요해서 만들어준 존재라니요. 남자의 필요에 따라 신의 배려로 만들어진 존재라니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천부당만부당한 이야기지요. 언젠가 그분을 만나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중대한 사안입니다.

그런데 오늘도 내 옆자리에서 잠을 자고, 나의 맞은편에 앉아 밥을 먹는 그대, 그대는 누구인가요. 누구인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알지도 못했고 알고 싶지도 않았던 그대가 왜 지금은 내 몸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지고 내 영혼의 천정배필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일까요.

그럴 때 우리는 ‘인연인가 봐요.’라고 말하면 되는 건가요.

늘 함께 있어도 그리운 그대, 늘 함께 있기에 더욱 간절한 그대. 그대는 정녕 누구인가요. 하늘이 정해준 짝인가요. 우리 두 사람이 태어나기 전부터 만나기로 정해진 필연인 것일까요. 알지도 못했던 남자가 이제는 원래 한 가족이었던 것처럼, 아니 원래 한 몸이었던 것처럼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워낙 오랜 세월을 함께 부대끼며 살다 보니 착각을 하게 된 것일까요. 서로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가지는 서로에 대한 연민의 정 때문일까요. 처음에는 남남이었지만 수 십 년의 세월을 함께 살아오면서 서로 사랑하게 된 것일까요.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서로 타인이었습니다. 분명 서로 사랑하는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서로가 지나간 사랑의 아픔을 간직한 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지요. 서로 사랑의 상처를 안은 채 그 상처에 대한 치유를 갈망하며 만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맞선을 보고 무엇 때문에 결혼을 하기로 마음을 정한 것인지 지금도 잘 설명할 수 없는 걸 보면 무슨 조화 속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머리로는 잘 설명할 수 없을 때는 그저 하늘의 뜻으로 돌리면 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런 것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제 한 팀입니다. (We are a good team).

왜 만나게 되었는지 잘 알 수는 없지만 이 세상을 살면서 혼자가 아니라 둘이서 팀을 만들어 함께 달려갈 수 있다면 그건 참 다행한 일입니다. 우리는 모두 연약하니까요. 우리는 모두 친구가 필요하니까요. 멀고도 험한 길을 걸을 때는 길동무가 있으면 한결 견디기 쉬운 법입니다. 팀워크의 강점이지요.

창 밖에 겨울바람이 스산하게 불어 대는 새벽에 혼자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면 우리는 얼마나 외로울까요. 각박한 이 세상을 향해 시간을 다투며 출근길에 나서야 할 때 배웅을 받고 또 배웅해 주어야 할 상대가 없다면 우리는 어디서 힘을 얻을 수 있을까요. 고단한 삶의 현장에서 나를 지켜주는 단 한 사람의 응원이 없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용기를 얻을 수 있을까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어스름이 내려앉는 시간에 나를 기다려주고 또 기다려야 할 그 누군가가 없다면 우리는 얼마나 허전할까요. 지친 몸을 이끌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설 때 나를 기다려주는 따뜻한 저녁 식탁과 손을 씻고 오라며 잔소리를 해대는 한 사람이 있어서 힘을 얻습니다. 그 식탁을 준비하는 또 다른 팀원에게도 기다리는 그 시간은 분주한 기쁨이지요.

길고도 외로운 여행길에 함께 해 줄 길동무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지요.

우리 서로에게 좋은 팀원이 되도록 해요.


결혼이라는 제도가 우리에게 얼마간의 희생을 요구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순수한 영혼들의 만남이 전제된다면 결혼이 우리에게 크고 작은 희생을 요구한다고 해도 나는 기꺼이 나의 몸과 마음을 내어주고 싶습니다. 그곳엔 말로는 다 설명하기 어려운 둘이 하나 되는 감동과 기쁨이 있으니까요. 더러는 지치고 힘들지라도 서로를 위해 배려하고 애쓰는 시간들을 통해 우리는 더욱 성숙한 인간이 되어가고 있음을 압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팀원이 되어준다면 혼자일 때보다 더 많은 흔적을 남기게 되는 것을요. 앞으로 우리에게 허락되는 시간들 위에도 더 아름다운 역사를 써나가게 되리라 믿어요. 이 세상에 혼자 나왔다가 이제는 팀을 이루었거든요.

팀을 이루고 식구가 늘어났을 때는 또 얼마나 기뻤는지요.

누군가 결혼을 망설이고 있다면 그 사람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용기를 내라고.

결혼을 한다는 것은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것처럼 힘들고 두려운 일이 될 수도 있지만 혼자가 아니라 팀을 만들어 함께 간다면 우리는 해 낼 수 있습니다.

서로에게 좋은 팀원이 되어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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