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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줌 Sep 13. 2021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받느니 보다행복할까

(시)백만년쯤잠들었다깨고싶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할까




시인은 말하였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느니라




나는 말하였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음보다 행복할 수 있지만

그것과 비교할 수 없는 마음의 무게를 함께 지는 것이니

그러므로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음보다 행복하다 단정할 수 없느니라





시인은 고상히 말하였다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진정 행복하였노라




나는 무심히 말하였다

사랑하는 것만으로 그토록 행복하다 말하는 건

필시 가슴 시리게 누군가를 사랑한 건 아니지 않겠는가

내 전부를 걸고 한 사람을 사랑했다면

사랑한 것만으로 그저 행복하다 말할 수는 없지 않을까




그러므로

너에게 편지를 쓰는 우체국 창문으로 내다 뵈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그리 아름다울 수 있는 건

내가 아프지 않을 적당한 마음의 거리를 두고

어쩌면 무척 영리한 가슴앓이를 하기 때문은 아닐까

하여 그 사랑에 내 전부를 내걸었다 할 수 없지 않겠는가




나는 감히 말하였다

자신의 삶을 걸고 한 사람을 사랑한 사람은

그 사랑을 결코 누군가와 나누어 가질 수 없고

누구에게 양보할 수 없으며

그가 아니고서는 진정한 위로조차 느낄 수 없는 거라고

진짜 사랑한다는 것은 그런 거라고

그래서 사랑은 지독히 이기적이고 탐욕하며

그래서 사랑은

지독한 고통을 열매처럼 주렁주렁

맺을 수밖에 없는 거라고




그가, 살아갈수록 고달픈 세상 바람결에 맞서

그토록 도도하게 나부낄 수 있는 건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한 사람을 품고

핏빛 질긴 인연을 숙명으로 받기 때문이라고

오늘도 거룩한 숨 고르기를 하며

깊은 심호흡으로 베르테르의 슬픔을 되뇌어보는 건

슬픔이 슬픔을 넘어 고통의 기둥을 세운 때문이라고




그런 자에게

사랑은 결코 행복만은 아니지 않겠는가

고로 시인께서 말하신

사랑하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결코 긍정할 수 없느니라

그가 사랑하는 고통을 숙명으로 품고 있는 자라면.




*패러디 시



#백만년쯤잠들었다깨고싶다 #김봄 #유니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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