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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줌 Sep 13. 2021

나는 나답게 살고 싶다

#철학으로밥짓는여자(12)


나는 나답게 살고 싶다




왜 이 길을 가지 않느냐고.

누구나 다 가는 이 길을 왜 너는 가지 않느냐고.

누구나 다 가야 한다고 말하는 이 길을 왜 너는 가지 않겠다고 고집스럽게 버티느냐고.

그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




‘그래서’

'내키지 않는다'라고 대답했고, '그것이 이유'라고 대꾸했다.




다른 이의 삶을 엿보다 참견하길 좋아하는 사람처럼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뜨악한 표정으로 흘깃 쳐다보았다. 이해하려는 듯 상대의 동기를 살피지만 실상은 타인의 감추어진 속사정을 궁금해하는 관음증 환자처럼, 그는 내 입에서 무슨 다른 말을 기대하듯 한 번 더 쳐다보았다.




이유를 나에게 묻는 그들은 친절을 가장한 거리감을 내비치며 배척과 무시를 감추지 못했다. 이제 나를 설득하기로 작당한 듯 느슨했던 자세를 고쳐 앉았고, 허리와 고개를 약간 숙이며 조금 다가왔다. 시선은 고정되어 있었다.




왜 그래?

세상은 그런 게 아니잖아.

니가 그런다면 어쩔 수 없지만 현실적으로 판단해. 그게 어른이야.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들의 말대로 세상은 그런 게 아니며, 현실적으로 판단해 어른스럽게 선택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맞아.


간단히 대꾸했다.




그럼 이렇게 해.


싫어.


아니, 왜?


그냥.




그들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흘기듯 쏘아보았다. 그리고 내게서 멀어졌다.










백 명이 그 길을 갈지라도, 한 사람만은 그 길을 가지 않을 수 있다. 백 명이 그 길을 선택할지라도, 한 사람은 그 길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 수없이 고민하며 내적 갈등으로 숱한 밤 지새우지만 결국 그는 자신이 선택한 유일한 길을 갈 수도 있다. 그것이 우리가 속한 사회의 안녕과 타인의 안녕을 침범하지만 않는다면 누구든 자신이 원하는 길을 선택할 수 있다. 이것이 자율성을 가진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자기 결정권이자 자유민주주의 안에서 우리가 가진 개인적인 행복추구권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백 명이 가는 길이 아닌, 자신이 선택한 유일한 길을 가고자 하는 자의 가슴에는 날이 선 칼처럼 번쩍이지만 범접하기 어려운 고독이 있다. 수없이 무너지고 쓰러지지만 다시 일어나 자신읙 길을 기어서라도 가려는 이유는 그것이 내가 나답게 살 수 있는 하나의 길임을, 숱한 좌절을 통해 경험으로 인식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도 말을 삼키는 이유는, <죽은 자의 집 청소>에서 詩人 김완이 말하였듯,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등을 맞대었을 뿐 결국 하나여서 서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것과, 삶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향해 쉬지 않고 나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이것이 즉 인간 존재의 아이러니라는 것을 아주 오래전 영혼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인 것이다.

결국 더러움과 깨끗함이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이듯, 너와 나의 다름 역시 손바닥처럼 하나일 수밖에 없지 않냐고 항변하고 싶은 밤이다.




그러므로 오늘 나는 지성을 가진 도구의 인간, 호모 파베르에게 권한다. 지성이 지성으로 가치 있는 이유는 지성이 우선 자신에 대한 성찰을 전제로 하기에, 인간을 편리하게 하는 수많은 도구들 속에서 그 수용으로 자신의 가치를 가늠하기를 멈추고, 호모 루덴스가 꿈꾸던 생각하는 인간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하기를. 부디 그러하기를.





#죽은자의집청소 #김완 #호모파베르 #호모루덴스 #호모사피엔스 #유니줌 #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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