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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줌 Sep 03. 2021

오래 기억되는 글을 쓰고 싶다면

#철학으로밥짓는여자(10)


짧고 쉬운 말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글로써 어떤 것을 설명하거나 의견을 기술하고자 할 때, 보다 자세하고 구체적인 표현은 필수이다. 간단명료한 설명이나 의견 기술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우리 안에는 ‘자세한 설명은 고급, 짧은 설명은 부실’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 짧게 쓰인 글에 대해 ‘날로 먹네’라는 자동적 사고 ¹가 올라오지 않나? 생각해보라. 어떤 것을 설명하거나 무엇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기술할 때, 그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자세한 설명 없이 어떻게 독자를 이해시킬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글을 좀 쓴다는 사람 치고 짧게 쓰는 사람을 나는 많이 보지 못하였다.





여기서는 그런 글에 대한 불편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한 마디로 그런 글은 서론부터 길다. 우리 머릿속에는 글의 분량에 대해서도 must적 사고 ²가 있는 것 같다. 이 정도 분량은 되어야지, 하는. 그래서 짧게 정리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도 덧붙일 내용을 찾아 어떻게든 끼워 맞추는 것 같다. 그러다 보면 글은 점점 사이즈가 커지고 비대해진다. 이 경우 ‘이런 이야기로 시작해서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려나 보다’ 생각하고 그다음 문단을 읽으면 아직 배경 설명이고, ‘설명을 좀 길게 했으니 다음 문단에서는 슬슬 결론으로 방향 선회하려나’ 싶으면 새로운 자기 이야기가 이어진다. 표현이 신선하면 그래도 읽을 만하다. 그런데 신선하지도 않은데 이 말 저 말 삼복더위 시장 좌판에 야채 늘어놓듯 늘어놓으면, 도대체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 이리 장황한가 싶어 진다.










심지어 어렵디 어려운 전문용어를 줄줄이 배열하며 자신의 전문성을 증명하는 것을 보면 읽기 전에 두 손 번쩍 들고 항복하고 싶어 진다. 도대체 왜! 쉽게 읽히지 않는 어려운 한자어를 일부러 사전 찾아가며 적느냐 말이다. 쉽고 쉬운 우리말이 엄연히 있는데. 반드시 전문용어로 설명해야 하는 분야가 분명 있다. 그걸 말하는 것이 아님을 너그러운 여러분은 이해하시리라 믿는다.






문장이 길어지다 보면 자칫 주어와 목적어를 문법에 맞게 사용하는 걸 헷갈릴 수 있다. 그뿐인가. 본인은 그 문장이 멋있다 생각하지만, 정작 독자 입장에서는 ‘이게 무슨 말이지?’ 싶은 구성일 수가 있다. 즉 ‘그래서, 그러니까, 그리고, 그러나’로 이어지는 몇 개 문장의 혼합인 긴 문장은 읽는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는 문장임을 기억해야겠다.





이렇게 길게 글을 쓰는 경우는 생각은 많은데 막상 정리가 안 될 때 주로 나타난다. 말로 하면 잘 표현하는데, 글로 표현한 경험이 적은 경우이기도 하다. 글은 구어체와 문어체가 다르듯, 말로 표현할 때와 글로 표현할 때가 엄연히 다르다. 말은 내가 숨을 쉬는 지점이 쉼표이다. 말을 하다 잠깐 멈추는 그 지점이 쉼표인 것이다. 그러나 글은 쉼표(,)와 마침표(.)라는 문장부호가 있어서 글을 읽다 그 지점에서 호흡하고 다음으로 넘어간다. 나아가서 한 문단이 끝나는 지점에서 ‘아! 이런 뜻이구나’라는 것을 쉽게 이해하면, 그다음 문단이 궁금해진다. 이때 잠시 숨을 고른 뒤 다음 문단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그러니 독자를 고려한다면 일단 글을 길게 쓰는 대신 나열되어있는 문장을 짧게 쪼개어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글을 쓸 때는, 깊게 생각하고 짧게 쓰는 연습이 필요하다. 자신도 모르는 한자어를 수고로이 찾아 나열하는 대신, 하고자 하는 말을 간단히 표현해보라. 어려운 한자어가 그의 전문성을 높여주는 것이 아니다. 전문성이란 그 분야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축적된 그의 사고에서 나오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도 기술적이 분야를 제외한다. 즉, 전문성은 자신이 알고 있고, 경험한 바를 토대로 얼마나 깊이 사고하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전문가는 자신이 알고 경험한 바를 장황하게 설명해서 이해시키려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의 사고의 깊이가 그의 파동을 통해 상대에게 전달되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빈 깡통이 요란하다고 하지 않던가. 자신이 없을 때 우리는 말이 많아지고, 말이 많아지면 실수도 잦아진다. 전문가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상대가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그에게 무엇을 알려주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왜냐하면 이미 그 분야에 대해 지식과 경험이 축적되었고, 그동안 충분히 고민하며 사고해왔기 때문이다. 글도 마찬가지이다. 글을 써서 독자를 설득하려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왜 많지 않겠는가. 그러나 여기서도 전문가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위해 길고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간단하지만 명료하게, 쉽지만 또 쉽게 이해되게 글을 쓴다, 분명히.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쓴다. 사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나를 보다시피 글을 써서 나를 표현하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한 재능을 요하는 과정이 아니다. 그럼에도 기왕 글로 나를 표현하거나 독자를 사로잡고 싶다면 이것만은 기억하자. 멋지게 쓸 자신이 없다면, 일단 글을 쪼개서 짧게 쓰자. 멋지게 쓸 자신이 있어도 짧게 쓰자. 글을 읽을 때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문장단위로 읽는다. 그런데 한 문장이 너무 길다면, 게다가 문장 구성이 심플하지 않고 복잡하다면 독자는 쉽게 지루함을 느낄 것이다. 이때 보통의 평이한 글이라면 독자는 읽는 것을 쉽게 포기하게 된다. 대신 짧게 쪼개어 쓰다 보면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보다 선명해진다. 그 선명한 글의 의도가 하나하나 모아져 문단이 되고, 문단이 모여 주제가 선명한 수필이 되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짧지 않은 문장 나열해가며 되지도 않는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적용하겠다 마음먹는 한 사람이 있기를 바라며 꼰대 같은 썰을 쏟아놓는다.





*자동적 사고 ¹: 자극에 대해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으로서 검증되지 않은 순간적,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역기능적인 개인의 신념이나 생각


*must적 사고 ²(당위적 사고): 합리정서행동치료의 창시자인 엘리스(Ellis)가 소개한 개념으로 지속적인 당위적 조건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기대하는 사고 또는 요구 (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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