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6:00>
비가 내린다
소리가 청각을 깨우는 아침이다. 자세히 귀 기울여보니 바람이 달려오고 있다. 데굴데굴 굴리며 얼키고설키며 달려오는 바람의 소리는 앙칼지다. 고요했다가 쌩하니 소음을 낸다. 자연스럽게 창밖을 내다보았다. 도로에는 물 웅덩이들이 넘쳐나고 있다. 장마다.
계절의 시절을 알리듯 그렇게 여름 장마가 시작되는 아침이다. 일어나면 얼굴을 씻듯 아침을 씻어 내리고 있다. 얼룩진 세상을 씻는다. 한 번씩 비가 내릴 때마다 내 마음의 얼룩들이 떠오른다.
아픔이 찾아온 그날, 무방비상태로 내몰리던 그날의 기억이 또렷해진다. 아들의 물혹진단으로 며칠간 울면서 지내던 일주일의 여정이 소나기 내리듯 스쳐 지나간다. 그날의 천둥소리로 가슴을 쓸어내리던 순간은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다. 물론 오진이라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감사함을 가져다준 천둥이기도 했다.
살다 보면 마주하는 빗줄기 속에서 우산이 없이 홀로 옷을 적시며 서 있기도, 천둥과 번개를 피하려고 발버둥 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 도불구하고 비는 내린다. 하지만 비가 지나간 후 청명한 하늘을 드러내듯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짐을 느끼게 해 준다. 그것은 어떤 깨달음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 행복이라는 친구와 짝을 이루며 항상 우리 곁을 맴돈다. 동전의 양면처럼 펼쳐진다. 우리 앞에 펼쳐지는 폭우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며 빗속으로 동행할 것인가? 에 따라 폭우는 색다르게 펼쳐진다. 그러면서 삶의 무늬를 그려놓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장마를 귀찮아하거나 짜증을 내기보다는 장마의 기분에, 얼룩에 편승해보려 한다. 장마가 고요 속에서 머물다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동행해보려 한다. 빗줄기가 다시 가까이 들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