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지친 몸을 이끌고 걸어가고 있었다. 사랑하는 이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돌아서 나오고 있었다. 하늘은 유난히도 푸른 봄날, 시멘트길을 걷고 있는 진입로에서는 잔잔한 발라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때문인가? 마음이 시리고 아파왔다. 눈가에 흐르는 촉촉한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바닥으로 떨구고 있었다. 잠시 콧물을 닦아내며 고개를 드는 순간 시선에 들어오는 나무 한그루. 우두커니 서있는 나뭇가지에는 너무나 예쁜 하얀 동백꽃이 피어 마주하며 서로 바라보고 있다. 마치 떨어지기 싫어하는 것처럼 가까이 붙어있는 모습이 사랑에 빠져버린 연인과 같은 모습이다. 휴대폰을 꺼내 꽃말을 찾아보았다. 비밀스러운 사랑이라는 꽃말을 담고 있었다. 그들은 잠시 나온 햇살처럼 봄날의 따스함을 즐기러 나온 연인이었다. 그 모습이 수줍은 듯 너무도 사랑스럽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다. 사랑하는 이와의 청춘 연예 시절 아마도 그 모습이었을 것이다. 기억은 다시 소환되어 현재 공존하고 있었다.
'너희들도 나처럼 그 시절에 머물고 있구나!'
흐뭇한 미소가 입가에 퍼져나간다. 시린 마음이 차츰 온기를 되찾는다.
사랑, 사랑하는 이와의 추억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사랑을 나누는 그들을 바라보다 다시 봄날의 화창한 하늘을 올려다본다. 희망찬 걸음으로 그곳을 걸어 나왔다. 눈이 부신 햇살이 동행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