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특별한 이벤트를 꿈꾼다. 그래야 행복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살다 보면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버리는 순간이 찾아온다. 나도 그랬다. 무료한 일상이 지겨웠고, 무언가 특별한 일상을 꿈꾸며 젊은 시절에는 시간을 낭비하기도 했던 것 같다.
결혼이라는 것을 하고 시간의 주체가 아닌 타인의 관점에서 살다 보니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내 안전보다 아이들의 건강을 생각하게 되고 나의 치장보다 가족의 건강한 밥상을 차려내는 일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되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나뭇잎이 물들듯 자연스럽게 변해갔다.
이제 아이들도 성장하고 성인이 되어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치열하게 살아온 시간들이 보상이라도 해주듯 이제야 오롯한 나의 삶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다. 사실 예전에는 수많은 시간이 주어져도 볼 수 있는 눈이 없었던 것 같다.
주어진 의무와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맞서 살아내다 보니 시야가 넓어지고 포용력이 생겨났음을 느낀다. 내 앞에 놓인 것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갈 것인가? 는 내 삶의 화두가 되어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하였다.
그러고 보면 이제야 내 인생을 걸어가 본다.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감사함을 느낀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이 축복이다. 오십 대가 이런 시기임을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나이가 든 중년의 아줌마라는 인식이 설익은 관점이었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오십 대를 살아가는 이 순간이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다. 바로 오늘이다. 오늘 어떤 아픔이 와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일이 축복인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내가 육십 대를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욱 성숙된 자아와 만나는 그날이 기다려진다.
나이 듦이 좋다. 예전에는 노화라는 의미를 편협한 시선에서 바라보고 해석했음을 그래서 두려움, 초라함, 불편함 등의 단어들로 생각을 사로잡았던 것 같다. 하지만 생각의 전환은 기적을 이룬다는 것을 알아차린 후 늙어간다는 것이 나에게 성장이며 또 다른 축복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을 잘 살아내려고 한다. 오늘이 마지막 날처럼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에 소홀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매일 나 자신과 만나는 일을 하고 있다. 그 속에 내 인생이 있었다.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기쁨인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