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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

-경계에서

by Sapiens

<am 5:50>




가을바람 ‘경계에서’



지글거리는 태양이 기울어질 때쯤 어디선가 작은 바람이 찾아와 스치고 지나간다. 온몸에 남은 햇볕의 그림자로 기분은 땀으로 덧칠해지며 칙칙한 감정을 쌓아놓고 있다. 그와 상반되게 삼삼오오 모여 누군가를 기다리는 초저녁 거리의 풍경은 편안해 보인다. 땅거미가 드리워져서일까? 한낮의 살갗을 태우는 따가움은 사라지고 가끔씩 스치는 바람을 만난다.



아침, 저녁으로 조금씩 흩어지는 바람에 가을이 다가옴을 느낀다. 시간의 추는 멈추지 않고 부지런히 흘러가고 있었다. 점점 여름은 강한 에너지로 인해 우리를 탈진시키며 견디어내야 하는 계절로 변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조금씩 태양의 힘은 줄어들며 미소를 되찾아간다.



아침의 바람과 저녁의 바람은 결이 다르다. 가을임을 알려주는 바람을 타고 귀 기울여 보다 보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체온이 낮아지고 옷차림이 달라진다. 그렇게 가을 속으로 물들듯 스며든다.



상쾌한 아침의 바람은 기분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하다. 매일 아침 새벽 공기를 마시며 글을 쓰는 이 시간, 어느 순간 창가를 통해 찾아드는 바람이 팔을 스치며 지나간다. 하루종일 돌고 돌아 다시 찾아드는 저녁 바람은 그도 지쳤는지 힘이 빠져있다. 하지만 잊지 않고 마지막 힘을 다해 다가와 주는 아량에 품으로 찾아와 준 바람결이 부드럽게 느껴진다.



가을이다. 여름과 가을사이에 불어오는 바람은 이렇게 두 계절의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며 찾아온다. 점점 가을의 계절 속으로 물들어갈 것이다. 시간이란 그런 것이다. 가을 속으로 걸어가며 우리의 육체 또한 가을이라는 마디를 향해 항해하고 있다.



지독한 여름의 강렬함으로 인해 가을의 작은 바람이 반가운 것처럼 가을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여름 덕분이었다. 우리는 변덕과 실증이 많은 존재임을 알아차리게 해 준다. 시간은 지루해하지 않고 한결같이 걸어간다. 자신만의 보폭으로 주위의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다. 우리만이 이러쿵저러쿵 불만과 불평을 늘어놓으면 시절을 살아낸다. 그렇지 않아도 흘러가는 세월 앞에서 항상 투덜거린다.


그래서 가을바람이 반가운 요즘이다. 여름과 가을의 경계에서 그 가치가 더욱 분명해진다. 너와 나도 그렇다. 경계에서 존재의 소중함은 발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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