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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힘이 되는 말

-언어

by Sapiens

<am.5:50>



"잘 지내니?"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웃는 낯으로 다가와 어깨를 토닥이듯 묻는다. 끝없이 지져대는 새소리처럼 반가운 감정은 소용돌이치듯 밀려온다.


친구와의 만남에는 향기가 늘 함께 온다. 만남의 주기보다 향기의 숙성에 따라 퍼져나가는 향의 진동은 만남의 기쁨정도를 가늠할 만큼 진하다.


대화를 할수록 더욱 깊어져간다. 그러나 취해 넘어지기보다 머무는 향기 속에서는 행복이라는 감정들이 피어난다.


"요즘 어때?"

상대의 물음은 온전히 나 자신을 향해 꽂힌다. 그제야 내 주변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한다. 투벅투벅 걸어가는 삶 속에서 잠시 어깨를 꼽추세우고 정면을 바라보게 된다.


시선의 방향은 고정되지 않고 틀어지게 된다. 하지만 친구의 물음은 방황하는 시선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다 놓아준다.


"너만의 향기는 여전하구나!"

누구나 변화하는 시대의 속도 속에서 지켜내고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점점 닮아가고 있고, 같은 결의 사람들이 모여 다양성을 상실하는 시대 속에 던져져 있다. 그럴수록 잊히지 않기를 하는 바람이 있다.


자신의 색을 지켜나갈 수 있기를, 시대의 변화 속에서 변화를 뛰어넘는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나갈 수 있다면 우리는 자유로운 상황에서 그 순간 존재할 수 있다.


안분지족이라는 말처럼 만족할 수 있는 상태에 놓일 수 있다면 걸리는 바람결에도 넘어지지 않을 수 있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관계망 속에서 우린 고요하기 힘들다. 또한 그 속에서 자기만의 색을 지켜나간다는 건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향기가 있다. 그것이 정체성이고 타인과 구별할 수 있는 색과 모양이다. 그렇다. 나만의 색이 아직까지 여전할 수 있다는 사실에 스르르 미소가 지나쳐간다.


내가 온전한 자신으로 서 있고 싶다. 그래서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살아있음을 느끼며 '아직 피어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찾아온다. 그것은 성장의 그릇 속에 담겨 있어서 멈춤의 세상이 아니었음을 알아차린 지 오래다.


나 자신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자기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을 때 온전히 스스로 서 있게 된다. 거친 도로 위에 서 있을수록 그 향기는 깊어지고 가슴을 파고든다.


'내 향기가 달아나지 않았네.'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누군가와의 대화를 하다가도 흥이 나게 된다. 분별하지 않으므로써 마음의 평온을 지켜나갈 수 있게 된다.


오늘도 속삭인다.

"너 만의 향이 있어."

피식 웃으며 그 향 속으로 들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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