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가슴에 어떤 감정을 피우고 있을까? 이른 새벽 노트북을 켜고 잔잔한 클래식음악을 틀어놓았다. 그 앞에 앉아 손끝으로 쏟아지는 감정들을 꺼내놓고 있다.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힘은 나의 모닝페이지의 열정이다. 전국 여러 명의 블친과 매일 아침 줌으로 만나 마음을 나누고 글이라는 매체로 채우고 있다. 참 좋다.
누구의 간섭도, 방해도 없는 이 시간, 짙은 어둠이 깔린 채 걸어오고 있는 새벽의 시간을 동행하고 있다. 창밖은 아직 짙은 까만색이다. 아파트 건물조차 어둠에 가려진 채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어둠의 열정은 우리를 밝게 밝혀주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시간 내 주위에 존재하는 많은 것, 음악, 친구, 노트북, 50대의 헐거워진 육체, 색 바랜 책상, 흐트러진 채 놓여있는 책들이 나를 드러내주고 있다. 홀로 존재함이 없다. 그 누구도, 무언가에 의해 돋보여지는 우리이다. 고요한 새벽시간이 주는 선물은 깨끗한 샘물처럼 다가온다. 고요함의 열정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보석이다.
시간이 흐르고 서서히 밝아지는 오늘의 모습이 펼쳐지고 있다. 정적 속에서도 걸어온 아침이다. 어둠과 밝음이 공존하는 이 시각 아파트의 공간 속에는 쓰레기차들의 수거소리가 열정적으로 청각을 깨우고 있다. 자세히 귀 기울여보면 잠자던 새들도 요란하게 깨어나고 있었다. 그 무엇도 열정을 품지 않은 것이 없다.
어둠은 어둠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어둠은 평온한 듯 보여도 그 속에서 피어나기 위한 몸부림이 가려져 있었을 뿐이었다. 밝음 또한 드러나 보이지만 고요함을 향한 치열한 오늘을 살아내는 시간 속 공존이었다. 오늘이 열리는 순간이 아니라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연결되어 존재하는 것이었다.
그 속에서 우리는 분별하고 판단하고 있었을 뿐이다. 바람처럼 그 무엇에도 걸리지 않는 지혜로움을 품어본다. 누구나 지향하는 목적이 있듯, 나도 작은 바람을 닮고 싶다. 짙은 향이든 쾌쾌한 향이든 모든 향을 희석할 수 있는 강한 열정을 품어보려 한다.
창밖에서 불어오는 바람결이 이제 가을임을 알려주고 있다. 소리 없이 걸어오는 바람의 질주이다. 그의 뜨거운 에너지를 바라보며 미소 한점 띄워본다. 태양의 열정을 잠시 식혀주는 바람의 여유가 감사한 아침이다.
열정은 치열한 에너지이다. 그 몸부림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이 순간 열정 없이 피어나는 것은 없다. 나의 호흡도 살아가려는 삶의 열정으로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며 내뱉고 있다. 그 무엇도 홀로 존재함이 없다. 그렇게 공존 속에 우리는 머물며 무언가를 토해내고 있다. 그것이 나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인생의 열정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