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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유로운가

-고맥락문화와 저맥락문화

by Sapiens

<am.5:50>



나는 자유로운가



누군가의 말을 곱씹을 때가 있다. 어떤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지? 표면적인 그대로의 의미를 받아들여도 되는 것인지? 고민이 될 때가 있다.


"괜찮아.' 누군가의 입에서 내뱉어지는 이 말은 참으로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가까운 사람이든 소원한 관계에서건 우리는 곱씹으며 어떤 의도의 말인지 되새김질을 하곤 한다.


불편함을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문화, 그러면서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모습은 얼마나 피곤한 행위인지, 비생산적인 일인지, 생각하곤 한다. 그래서 일상 속에서 되도록 내 마음을, 내 생각을 그대로 표현하려고 하는 편이다.


생각을 표현하는 데에도 가면을 쓰고 있다. 불편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다는 생각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예의라는 것이 얼마나 사고를 경직하게 하고 누군가의 감정의 억제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이 있다. 예의를 적절하게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인 다양한 문화는 그 시대의 정신을 반영한다. 고맥락문화와 저맥락문화라는 말이 생겨날 만큼 사회생활의 관계 속에서 우리는 타인의 의사소통 장애를 경험하곤 한다. 어디까지 생각의 끈을 가동하고 해석하고 의미를 유추해야 하는 행위가 때론 피곤할 때가 있다.


그러다 보니 감정의 솔직한 배설이 때론 진실이 아닌 가면으로 비추기도 한다. 우리는 보이는 것이 중요한 사회에 노출되어 있다. 물론 사람들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를 뿐이다. 나는 '아니야'라고 말하거나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다. 하지만 나 자신도 예외일 수 없는 상황에 노출되고 그 속에서 습관처럼 관습이 되어가고 있다.


이해한다는 말이 얼마나 자기중심적 해석 속에서 떠도는 공허함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자기 자신의 마음도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어떻게 그런 나의 변화무쌍한 마음을 타인이 이해할 수 있을까? 가끔 생각해 본다.


때론 꼭 이해해야 할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냥 바라보기를 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면 타인의 의도된. 기획된 언어의 장난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로울 때가 있다. 언어는 내뱉는 순간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생각에 고정되어 자리를 틀고 앉아 되새기게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개개인에 따라 다르다. 경향성에 있어 그렇다는 이야기다.


나는 어떤 편인가? 한 번쯤 생각해 보며 사고의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길 바라본다. 그렇지 않다 보면 우리는 살아가면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비주체적 존재로 자처하는 경향이 짙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결과에 예민해지지 말자. 잘 보여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보자. 그럴 때 찾아오는 자유로움을 경험해 보길 바란다. 타인에 의해 결정되는 내 삶이 노예와 같은 삶 속에 놓이게 됨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자유로운가? 푸른 하늘이 푸름을 묻지 말고 그냥 푸름을 만끽해 보자. 주어지는 환경을 해석하며 자신의 사고와 감정의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는 순간을 즐겨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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