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몸이 말을 한다. 잠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바쁜 일상 속 우리는 번잡한 일이라는 상황 속에 노출되어 있다. 혹사되는 육체의 아우성을 듣지 못할 만큼 상황은 힘들다. 조금만, 조금만, 하면서 하루가 지나고 다시 새날을 맞이하며 시간은 흐른다. 그 흐름의 시간들을 육체는 묵묵히 견디며 버티고 있다.
어느 날 건강하다고 생각했던, 의지했던 가녀린 육체의 파편들이 하나 둘 무너지기 시작한다. 잦은 통증에서 감기처럼 스쳐 지나가는 신호에 민감해하기도 무심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일이라는 주어진 상황에 집중하는 것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정말 부지불식간에 작은 상처가 짓누르기 시작해 곪아 터지기도 한다.
요즘은 번아웃된 자신과 마주하고 있다. 매 순간 즐거움이 찾아드는 일들이 숙제처럼 버거워지고 있다. 한꺼번에 몰아치는 폭풍 속에서는 잠시 멈춰 서서 때를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 일어난다. 그동안 쉼 없이 달려왔기도 했지만 젊은 날의 육체 상태가 아님을 절실하게 느낀다. 조금만 무리하면 통증이 수반되고 호흡이 거칠어진다. 기계를 오래 사용할수록 날이 무디어지면서 예전처럼 사용하기 편하지 않게 된다. 주어진 육체 또한 어딘가 하나씩 파손되고 수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우리는 당연한 이치 속에 자신의 건강을 자신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버벅거리는, 비틀거리는 뼈마디가 자꾸 침대를 향해 움직인다. 잠시 몸을 뉘고 휴식을 취해 본다. 수면 속으로 금세 빠져든다. 몸이 다양한 독가스에 취해 이리저리 끌려다닌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진정한 쉼의 시간이 필요하다. 틈틈이 찾아내는 자투리 시간에 잠시 침묵하는 행위로 버틸 수 없게 된다. 정신을 담고 있는 그릇뿐만 아니라 정신을 온전하게 쉬게 해 근본적인 치유가 필요함을 느낀다. 맑은 정신을 담고 있는 육체라는 그릇을 보듬어본다.
사색을 하고, 힐링의 시간을 보내며 자신만의 시간 안에서 자아와 마주하는 일은 참 행복하다.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다시 일어날 에너지를 충전하고 걸어갈 수 있도록 에너지를 수혈받고 있었다.
잠시 좋아하는 공간 안으로 들어가 육체의 파동을 느끼며 바람에 흔들리듯 머뭇거리고 긴장하는 순간들을 내려놓는다. 점점 내 안에서 버티고 있는 육체의 조각들을 모아 다시 일으켜 세운다. 쉼의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눈을 뜨고 세상 속으로 다시 걸어간다. 희석된 번뇌와 삶의 고충의 흔적들을 흘려보낸다. 건강하고 에너지 넘치는 혈액을 수혈받는다. 진정한 휴식이란 이런 것이다.